▶ 요나는 죄인이며 이방인이었던 니느웨에 재앙을 내리지 않으신 하나님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떼’를 부리며 ‘딴지’를 걸었다. (4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의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 하시니라’ 요나의 분노와 항변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요나의 분노가 합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구원을 위한 조건은 혈통이나 공로가 아니라 회개하는 자들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기 때문이다.
② (5절) “요나가 성에서 나가서 그 성 동편에 앉되 거기서 자기를 위하여 초막을 짓고 그 그늘 아래 앉아서 성읍이 어떻게 되는 것을 보려 하니라”
▶ 이어지는 단락은 얼핏 봐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성내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향한 요나의 반응이다. ‘성에서 나가서...어떻게 되는 것을 보려 하니라’ 요나는 하나님의 처분에 대해 ‘여전히’ 수긍할 수 없었다. (눅15:28) ‘저가 노하여 들어가기를 즐겨 아니하거늘 아버지가 나와서 권한대’ 요나의 모습은 탕자의 귀환을 환영하는 잔치에 참여하지 않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버린 큰 아들과 같은 처지다. 하나님께서는 큰 아들을 쫓아나가서 권유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같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요나서의 마지막 단락이 전하는 메시지가 온전하게 읽혀진다. 하나님께서 거역하는 요나에게 ‘또 다른 방법’으로 하나님의 본심을 전달하는 에피소드(episode)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방법은 시청각교육을 통한 ‘체험학습’이다. 좋은 말로 해서 깨닫지 못하면 혹독한 체험을 통해서라도 깨닫게 하신다. 하나님께서 완고한 백성을 깨우치시는데 자주 쓰시는 방법은 ‘광야’다. 광야는 ‘은혜와 긍휼’을 배우는 최적의 장소다.(미디안광야의 모세, 유대광야의 다윗, 아라비아광야의 사도바울 외 다수)
2. 박 넝쿨 VS 벌레와 열풍
① (6절~8절) “하나님 여호와께서 박 넝쿨을 준비하사 요나 위에 가리우게 하셨으니 이는 그 머리를 위하여 그늘이 지게 하며 그 괴로움을 면케하려 하심이었더라 요나가 박넝쿨을 인하여 심히 기뻐하였더니 하나님이 벌레를 준비하사 이튿 날 새벽에 그 박 넝쿨을 씹게 하시매 곧 시드니라 해가 뜰 때에 하나님이 뜨거운 동풍을 준비하셨고 해는 요나의 머리에 쬐매 요나가 혼곤하여 스스로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으니이다”
▶ 요나를 위한 체험학습의 도구는 ‘박 넝쿨, 벌레, 열풍’, 세 가지다. 하나님은 요나를 위하여 시원한 박 넝쿨도 준비하셨고 동시에 박 넝쿨을 씹어 먹는 벌레와 뜨거운 동풍도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셨다. 하나님은 ‘박 넝쿨의 시원한 그늘’로 은혜만 베푸시는 분이 아니라 ‘벌레와 열풍’의 재앙도 친히 보내시는 분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축복만 주시지 않고 저주도 주신다. (하나님은 축복과 은혜만 주시는 분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에게는 신명기28장의 정독을 권한다) 축복과 번영의 반쪽짜리 복음만 증거 하던 설교자들이 코로나19의 재난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거나 신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8: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 하심이라’ 광야를 걷게 하신 하나님의 목적은 분명하다. ‘체험학습’을 통해 구원은 ‘인간의 공덕’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시기 위함이다.
▶ ‘요나가 박 넝쿨을 인하여 심히 기뻐하였더니...요나가 혼곤하여 스스로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으니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찬송과 원망을 오가는 극단적이고 변덕스러운 요나의 모습에서, 출애굽해서 광야를 통과하던 히브리인들의 모습을 본다.
(출14:31~15:1) ‘이스라엘이 여호와께서 애굽사람들에게 베푸신 큰 일을 보았으므로 백성이 여호와를 경외하며 여호와와 그 종 모세를 믿었더라. 이때에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이 이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니 일렀으되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유명한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의 배경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처럼 마라에서 사흘 길을 행하여 물을 얻지 못하자 극도의 분노와 원망을 쏟아낸다. (출16:2~3) ‘이스라엘 온 회중에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여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당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았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하여 내어 이 온 회중으로 주려 죽게 하는 도다’ 삶의 축복과 기적을 체험하면 할렐루야 찬송을 부르다가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면 죽겠다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양은 냄비 같은 신앙’이 과연, 요나와 이스라엘 백성들뿐일까. 어떠한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쉽게 요동하지 않는 ‘무쇠 솥 같은 신앙’의 요결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에 있다.
② (9절)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 박 넝쿨로 인하여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 그가 대답하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찌라도 합당하나이다”
▶ 박 넝쿨과 벌레, 열풍까지 동원하신 하나님의 체험학습에 대한 요나의 응답이다. ‘내가 성내어 죽더라도’, 죽어도 자신이 ‘옳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요나서 전체를 살펴보면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거역을 무려 네 번째 반복하고 있다. <(1:1) 여호와의 말씀이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임하니라, (3:1) 여호와의 말씀이 두 번째 요나에게 임하니라, (4:4)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4:9)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아! 지독한 인간 요나, 완고함의 끝판 왕이다. ‘목이 곧은 백성들’의 후예답다. (민14:22~23) ‘나의 영광과 애굽과 광야에서 행한 나의 이적을 보고도 이같이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고 내 목소리를 청종치 아니한 그 사람들은 내가 그 조상들에게 맹세한 땅을 결단코 보지 못할 것이요 또 나를 멸시하는 사람은 하나라도 그것을 보지 못하리라’ 강퍅했던 애굽 왕 바로보다 히브리백성들이 더 고집스럽고 완고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요나의 모습은 고집스럽고 완고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3. 마지막 기회
① (10절)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 박 넝쿨을 나게 하신 분도 하나님, 박 넝쿨을 망하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요나가 심고 거둔 게 아니다. 삶의 주관자 되시는 주님(LORD)은 하나님이시다. (삼상2:6~7)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음부에 내리게도 하시고 올리기도 하시는 도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도다’ 요나의 판단대로 앗수르는 ‘그 악독이 상달된’ 죽어 마땅한 죄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니느웨를 세우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니느웨를 망하게 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다. 품꾼인 요나가 포도원 주인노릇을 하며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역사 속에서, 오늘날에도 요나처럼 타인을 멋대로 판단하고 정죄하며 신앙의 이름으로 포악을 일삼는 이들 많다. (롬2:1~5)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무론 누구든지 네가 핑계치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판단이 진리대로 되는 줄 우리가 아노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를 판단하고도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판단을 피할 줄로 생각하느냐 혹 네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케 하심을 알지 못하여 그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 같이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느뇨 다만 네 고집과 회개치 아니한 마음을 따라 진노의 날 곧 하나님의 의로우신 판단이 나타나는 그 날에 임할 진노를 네게 쌓는 도다’ 소위 독실한 신앙으로 포장된 ‘나만 옳다’는 독선을 경계한다. 나와 다른 타인(죄인, 이방인)을 향해 판단하고 정죄하는 모든 행위는 스스로 하나님 노릇하는 월권이다. 공의롭게 판단하시는 하나님께 맡기고 최종적인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지혜다. 하나님께서 친히 공의롭게 심판하신다. 마치 진리와 정의에 수호자처럼 재판장 행세하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폭력과 정죄를 자행하는 일체의 행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하나님 앞에서 부당한 짓거리다. 신앙의 목적은 타인을 정죄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성찰하고 반듯하게 세워나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② (11절)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 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 요나는 자신의 머리로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을 막아주는 박 넝쿨을 아꼈다. 하지만 니느웨 성읍에 거하는 무수한 생명들 그 가운데는 죄 없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 어린아이들과 무수한 가축들까지 몰살당하는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니느웨 사람들의 무수한 생명을 한낱 박 넝쿨만도 못한 존재로 하찮게 여겼다. 하나님께서는 과연 이런 요나의 태도가 합당한지 묻고 계신다. 신앙의 이름으로 예언자 요나가 저지르고 있는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실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웃을 나와 상관없는 타인이라고 여기는 ‘이기적인 신앙’이 만연하고 있다. 앗수르는 북이스라엘의 적대국, ‘원수’였다. 원수는 또 다른 이름의 이웃이다. (갈5:14~15)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 같이 하라하신 한 말씀에 이루었나니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 이웃은 나의 삶과 연결된 운명공동체, 곧 ‘한 몸’이다. 타인의 생명을 내 머리에 박 넝쿨만도 못하게 여기는 이유는 ‘내로남불’(기본적 자기귀의오류) 때문이다. 동해복수법의 정신인 ‘생명의 등가성’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도 남을 대접하라’(황금률) 아무리 크고 무거운 죄를 저지른 죄인일지라도 과연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라면 그토록 무자비할 수 있을까.
③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요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말씀이다. 요나서는 ‘열린 결말’이다. 요나는 과연 하나님의 최종적인 권면의 말씀을 듣고 돌이켰을까, 돌이키지 않았을까? 요나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응답을 요청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시종여일’하고 하나님의 뜻은 ‘시종일관’하다. 비록 악독한 죄인이고 이방인이더라도 ‘회개’하며 돌아올 때 은혜와 긍휼로 구원하신다. 설혹 스스로 의롭다 여기고 택하신 선민이더라도 ‘회개’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멸망케 하신다. 예외는 없다. 북이스라엘과 남 유다가 멸망한 이유는 뚜렷하다. 장자의식, 선민의식,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끝까지’ 돌이켜 회개치 않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