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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헤라’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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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7월 30일 (목) 04:41:19 [조회수 : 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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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대다. 집집마다 별의별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하는데 그중에 가장 흔한 것은 개나 고양이가 될 것이다. 우리 마을도 집집마다 개를 한 마리 이상씩 키운다. 하얀 백구는 기본이다. 앞집은 무려 네 마리나 키운다. 옆집은 말티즈를 키우는데 어찌나 왕왕되는지 가족이 아닌 이상 보이는 것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인정사정 안본다. 나와는 얼굴을 튼 지도 여러 해가 지났건만 나를 보면 여전히 무섭게 짖어댄다. 가끔은 너무 짖어대는 통에 한 대 패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쥐방울만한 녀석이 얼마나 자신을 지키고 싶으면 저럴까 싶어 불쑥 솟아올랐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요즘은 진드기로 고생을 너무 한다고 하여 옥상에서 독수공방 중이다. 사방팔방 막힌 옥상에서 사는 녀석의 신세가 참 처량하다. 어서 무더운 여름이 가고 녀석이 옥상에서 내려와 재회하기를 바란다. 비록 왈왈거릴지라도.

나의 충견 한라에 대해서는 초반에 얘기했으니 오늘은 서른 마리의 냥이 중에 나의 애묘 헤라에 대해 써본다. 2013년에 내려왔더니 시골집이라 쥐가 많았다. 자다가 보면 부엌에서 달그락, 벽에서 부시럭, 천장에서 후다닥거리는 쥐들로 몸살을 앓았다. 그래서 교회 집사님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이름은 당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있었던 동생이 고양이의 어미가 되라고 헤라라 지어주었다. 이름처럼 터줏대감 노릇을 단단히 한다. 어떤 냥이도 왕고참 헤라에게는 얼씬도 못한다. 괜히 다가갔다가는 하악질이나 펀치 한방 맞고 쓰러질 수 있다. 내가 헤라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첫 정이기도 하지만 고양이로서 밥값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초반에 자다가 ‘찌~~~익’하는 소리가 있어 주방으로 달려가면 거짓말 약간 붙여서 내 팔뚝만한 쥐를 턱하니 잡아놓고는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당시에는 주방벽이 꽤 허술하여 헤라는 구멍난 벽 틈 사이로 들어가 쥐를 잡곤 했다. 어떤 날은 천장에서 헤라와 쥐가 달리는 때도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나죽네” 하는 쥐의 항복이 들려온다. 한참 기다렸다가 문을 열면 승리에 도취된 헤라는 자신이 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보여주듯 먼지투성이의 몸으로 다가와 연신 부벼 됐다. 엄청 지저분한 모습이긴 해도 이럴 땐 주인은 그저 잘했다고 칭찬하고 상을 내려 전장의 승리를 뽐내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집안 구석구석 누비면서 처음에는 큰 쥐, 그 다음엔 중간 쥐, 그 다음엔 어린 생쥐에 이르기까지 아낌없이 잡아다 나에게 선물로 가져다주었다. 한번은 살아있는 쥐를 집안으로 들여와 자랑하다 놓쳐서 놓친 쥐를 잡느라 둘이서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결국은 마루 구석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쥐를 맨손으로 잡아 바깥에 풀어주어 그 날만은 쥐가 유일하게 은혜를 받은 날이었다. 헤라와 헤주(헤라의 자식)와 마당 곳곳에 서식하는 서른 마리의 냥이들 덕분에 우리 집의 쥐들은 짐을 싸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사실 고양이는 사료를 풍족하게 먹기 때문에 쥐를 잘 먹지 않는다. 냥이에게 쥐는 그저 장난감이다. 어느 날 쥐를 가지고 노는 헤라를 보았더니 완전히 고문하는 수준이었다.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면서 쥐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재주는 타고났다. 잡고 놓는 것도 앞발로 톡톡 치며 장난을 치는 것이지 물거나 밟는 것이 아니었다. 앞발로 들어 하늘을 향해 휘리릭 한바퀴 돌린다던지, 두 발로 번갈아가며 치든지, 아니면 쥐가 도망갈 틈을 주다가 도망을 간다 싶으면 잽싸게 달려가 물고서는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쥐는 어느새 지치기 마련이다. 지치는 정도가 숨이 꼴딱 넘어갈 정도다. 쥐가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쥐가 죽는 것은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심장마비였다. 순간 심장박동 수가 엄청 빨랐다. 심폐소생술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지켜보는 내가 안쓰러웠다. 이런 꼴을 헤라는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으며, 쥐가 움직이지 않으면 다가가서 발로 톡톡 건드린 뒤 완전 죽었다 싶으면 자기 갈 길로 가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정말 인정머리라곤 눈꼽만치도 없어 보였다. 간혹 그러다 살아남는 목숨이 꽤 긴 쥐도 있었다. 헤라가 떠난 후 조용히 일어나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할리우드 아카데미 연기대상 감이었다. 그 연기가 가상하여 차마 죽일 수 없었던 나의 심정! 헤라가 알았더라면 녀석의 운명은?

까칠하고 새침하며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헤라가 나와 동고동락한 지 어느새 8년! 사람의 나이로 보면 환갑은 넘었을까?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이 먹었을 수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귀여운 모습은 차츰 노년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면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유는 몇 달 전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가 집 앞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었는데 그날은 공교롭게 서울로 외출을 하면서 헤라와 헤주를 집 밖으로 내보내고 갔다. 한밤중에 빛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가 난 고양이가 헤라 자식 헤주인 줄 알고 미안해하면서 엄청 울었다. 한참 꺼이꺼이 하며 울고 있을 때 옆에 와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헤라와 헤주. 그러면서 “야옹!”(지금 뭐한다냥?) 그때의 아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생각했다. 밖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죽으면 이렇게 마음이 심란한데, 첫 정으로 키운 헤라와 헤주 그리고 충견 한라와 이별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갑절은 더 슬프겠지! 잠시 별의별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그 이후 마음을 다부지게 먹으며, 내 곁의 반려 동물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주길 바라고 있다. 설령 내 곁을 떠나간다 해도 마음을 굳건히 붙들리라.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야~~~옹!”(주인이나 건강헤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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