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오나이다(Oneida) 호수가 나온다. 그 지역에는 대대로 인디언 부족이 살았다. 오나이다 부족은 백인들에게 내몰려, 5대호 북쪽 길로 1600킬로미터를 걸어서 위스컨신 주로 이주했다. 1821년부터 2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오나이다 부족이 떠난 곳에 들어온 백인 무리 중, 노예즈(John H Noyes, 1811-1886)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예즈는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 경력을 쌓던 중 피니(Charles Finney, 1792-1875)를 만났다. 피니는 2차 대각성운동(1790-1840)을 이끌던 부흥사였다. 피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노예즈는 직업을 버리고 앤도버 대학과 예일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부흥사 피니에게는 문제가 많았다. 성경과 신학을 장로교회 담임목사에게서 배운데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죄는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했고, 죄를 짓거나 거룩하게 되는 것은 마음의 의도적 작용(voluntary acts of mind)이라고 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새 천 년에 천년왕국이 도래한다. 회개하고 지상에 하나님의 왕국을 건설하는 일에 헌신하라.” 그의 설교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피니의 영향을 받은 노예즈는 1836년 버몬트 퍼트니(Putney)에서 ‘성경 공산주의자들’(Bible Communists)이라는 성경모임을 조직했다. 성경모임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공동생활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200명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오나이다로 갔다. 방법은 극단적이었다. 필요한 만큼 생산해서 필요한 만큼 분배한다. 일부일처가 아닌 복합결혼(complex marriage)을 실천한다. 공동으로 생산한 아이들은 공동으로 양육한다.
공동체의 일은 위원회가 규제했고, 일하고 싶은 곳을 위원회에 말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은 평등했고 일자리는 1년마다 바뀌었다. 남녀의 구별도 없었다.

복합결혼생활이란 이런 것이었다. 1850년 소책자 ‘노예제와 결혼’(Slavery and Marriage)에서 노예즈는 말했다. “결혼은 하늘나라 제도가 아니므로, 공동체에 양보해야 한다...... 결혼에 대한 배타적 사고를 버리고,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 간에 필요한 사랑의 관계로 들어가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의 남편이고,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의 아내가 됐다. 상대방이 동의하면 누구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난삽한 남녀관계는 없었다. 그러나 관계를 맺더라도 부부가 될 수는 없었다. 만일 그런 관계가 발생하면 다른 지부로 보내거나 공동체에서 쫓아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특별한 관계는 공동체에 맞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피니에게서 영향을 받은 노예즈는 인간의 의지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완전주의자였다. ‘완전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개인적인 사랑과 이기적인 결혼은 방해물이었다. 공동체 정신을 훼손하는 가정은 만들어서 안 될 것이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엄마 젖을 뗀 다음, ‘어린이 집’(Children’s House)으로 보내서 공동으로 양육했다. 아이의 아빠 엄마는 어린이 집의 책임자들이었다.
그들은 완전한 공동생활의 근거를 성서에서 찾았다고 했고, 완전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 개인의 이기심을 제거하려 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완전은 자발성과 헌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예즈와 추종자들은 완전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비판’(mutual criticism)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매일 저녁 6명-12명으로 구성된 회합에서, 문제를 빠짐없이 들추어내고 상호 비판했다. 서로 신랄하게 비판하면 뒤에서 하는 수군거림과 험담을 없앨 수 있으므로,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해진다고 했다.
남녀간의 성행위도 비판에 올렸다. 남녀의 관계가 완전주의와 결합하면서 그들은 우수한 아이를 생산하려고 시도했다. 이것은 우생학(優生學)을 실험한 셈이 됐다. 그들은 상호비판을 ‘영적 목욕’(spiritual bath)이라고 했다. 이 상호비판이라는 방법으로, 개인적인 생각은 공동체에서 제거됐다.
이것은 공산주의자들이 했던 자아비판과 다를 바 없다. 공산주의자들도 이 방법으로 완전주의를 지향했다. 그들은 당의 결정이 항상 완전하다고 주장했다.

구성원들은 극단적인 공동생활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하나님과 참된 공동체 정신에 몸을 바친 희생제물’이라고 했다.
공동체가 무너지게 된 것은 그들의 생활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공동체를 방문했던 외부인들은 점차 그들의 생활방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외부인을 안내하는 공동체 책임자들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들은 외부 사람들을 더럽게 보았다. 외부인들이 떠나고 나면, 모두 함께 외부인들이 거쳐간 장소를 샅샅이 청소했다. 더러운 외부인이 순결하고 완전한 공동체를 오염시킨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나이다 공동체는 33년을 유지했다. 공동체 주변 사람들이 오나이다 공동체를 가만히 두었더라면, 공동체는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나이다 공동체의 복합결혼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이 공동체 밖으로 나가면 사생아로 손가락질 당하고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그럼에도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순결한 공동생활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더러운 외부인들이 자신들을 인정하고 따르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879년 오나이다 공동체 존속을 반대하는 주 특별 법안이 통과됐고, 노예즈는 강간범으로 체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캐나다 온타리오로 도망쳤다. 오나이다 공동체는 1881년 해체됐는데, 지금은 은식기를 제조하는 기업(Oneida Ltd)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780년부터 1861년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 땅에는 많은 공동체들이 있었다. 자신들의 기록을 남긴 공동체가 91개에 달했다. 어매나(Amana Colonies, 1843-1933), 하모니(Harmony, 1804-1903), 조아(Zoar, 1817-1898), 예루살렘(Jerusalem, 1788-1821) 등은 오나이다 공동체처럼 오래 존속했지만, 대부분은 4년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도 존속하는 공동체는 퀘이커(Quakers) 계열인 쉐이커(Shaker, 1787-현재), 부르더호프(Hutterites), 그리고 개방형 공동체인 아미쉬(Amish)와 메노나이트(Mennonite) 등이다.

오래 지속된 공동체는 중앙집권화가 잘 되어 있고, 구성원을 엄격하게 통제했다는 특징이 있다. 부버(Martin Buber)는 1931년에 쓴 ‘이상적 공동체 비평’(Comments on the Idea of Community)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명백하다. 공동체의 중심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공동체는 중심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모든 관계보다 먼저, 구성원들이 중심과 관계를 맺어야만 공동체는 비로소 시작된다.”
중심은 공동체 창설자나 지도자다. 중심은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신앙 공동체의 지도자는 ‘신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행사하는 자다. 그러므로 구성원은 지도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작은 공동체의 지도자는 구성원들의 헌신과 자발성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공동체가 커지면, 공동체의 응집을 위해 ‘통제’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다른 지도자에게 나누어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통제가 더 심해진다. 최고 지도자와 보통 구성원 사이에 놓인 지도자는, 물려받은 약화된 카리스마로 최고 지도자의 지침을 수행하고 보고해야 한다. 공동체는 점차 ‘조직’이 ‘카리스마’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공동체는 중앙집권화를 유지하면서, 통제를 최소화하고, 구성원의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노력이 실패하면 공동체는 탈출 불가능한 지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