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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들과의 사투를 시작하며...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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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6월 19일 (금) 00:28:24 [조회수 : 3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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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반백년 만에 처음으로 살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지금까진 주어진 몸매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럭저럭의 여유로움이 의도치않게 생각지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 자극을 받아들이는데는 거의 일년의 세월을 보내서야 가능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의 적당한(?) 몸무게는 학창시절부터 마흔 후반까지 주욱 이어왔다. 간간히 1~2킬로 늘어나는 고무줄 놀이가 있어도 조금만 움직이거나 한끼 정도 굶는 호사를 부리면 얼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말이다. 작년 여름에 무식하게 팔을 휘저으며 호미질을 하면서 풀을 뽑다가 어깨에 무리를 준 이후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매해 찾아온 비슷한 힘씀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결정타는 가장 해가 뜨거운 오후 2시 경에 예초기를 돌리다 쓰러질 뻔한 적이 있었다. 한번 휘청한 것이 아무래도 내가 여기서 더 예초를 하다간 큰 사달이 날 것이라 짐작하여 급히 하던 것을 멈추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구토와 함께 미열과 두통이 몰려오더니 급기야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에 눈을 떴는데 몸은 더 이상 이전의 몸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런데 내가 참 미련하고 무식했다. 그러면 병원을 가든지 약을 먹든지 하여 몸을 더 보호했어야 했는데 잠깐 쉬면 괜찮을거라 쉬이 생각하다 결국은 일이 났다.

이튿날 일어나려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상체 오른쪽의 가슴과 등에 통증이 몰려왔다. 양쪽 겨드랑이에 날개가 솟듯 엄청 부어올라서 나의 팔은 영화배우 마동석의 팔뚝처럼 되었다.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가 되어 놀아도 될 판이었다. 몸이 부어오르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좋아한 남색 정장을 입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차려입고 가야 할 곳엔 그 정장을 입었는데 몸에 변화가 생기면서 더 후줄근한 차림으로 대면을 해야 했다.

그래도 난 겨울이 오면, 겨울을 보내면 몸이 가라앉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런데 오메, 이게 무슨 일이더냐!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는데 거울에 보이는 내가 눈사람이었다. 뭘 그리 담았는지 항아리였다. 이때도 나는 나의 변화를 우습게 여겼다. 봄이 오면 항아리는 조만간 절구로 변신해 있으리라. 모래시계로 변모하리라. 하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그리고 여름을 맞이하였으나 나의 몸은 터질듯 말듯 부풀어오른 풍선이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풍선의 바람은 빠지지 않고 더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리하여 반백년 만에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이요법 식단을 샀다. 이것을 구매하면서 솔직히 자신을 의심했다. 얼마나 먹을까? 그랬다. 일주일 하고 멈췄다. 삼일 정도 효과를 본 뒤 귀찮아서 멈춘 것이다. 요요였나? 눈물이 날만큼 뱃살과 허리의 군살이 더욱 막강해지는듯 보였다. 맛있는 걸 먹어도 배가 쉽게 차서 맛의 깊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옷을 입어도 맵씨가 나지 않았다. 밤마다 열심히 스트레칭, 줄넘기, 요가 등 할 만한 것은 다 했으나 작심삼일이다.

결국 지난 주일에 읍내에 나갈 일이 있어 볼일을 본 뒤 마침 헬스장을 지나가는 길에 멈춰서서 헬스장으로 올라갔다. 난생 처음 맛보는 신세계였다. 운동기구들이 즐비한 헬스장을 둘러보면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잘 할 수 있을까 살짝 염려를 하면서도 기왕사 시작하기로 다짐한 것을 실천하기로 했다. 앞뒤 따지고 묻지 않고 3개월에 10만원을 결제했다. 날짜를 세니 6월부터 9월까지다. 엄청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지만 출발점 테이프는 이미 끊겼다. 이제 달리면 된다. 헬스장 관장의 권면에 따라 일주일은 1시간 정도 내내 걷기로 했다. 그 이후의 운동은 내 운동하는 모습에 따라 차근차근 알려주기로 했다.

주일 밤에서 월요일 아침으로 가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자신이 마치 어릴 적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와 같았다. 새벽 4시부터 눈이 뜨기 시작하여 좌로 우로 눕기를 반복하여 6시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이 설렘은 몇 년 만에 맛보는 감정인가! 그렇게 시작하는 운동이 오늘에 이르러 일주일째다. 겨우 일주일째지만 몸이 가뿐해지니 기분도 좋다. 너무 무리를 하여 몸이 상할까봐 모두들 걱정을 해준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어보려 한다. 반백년 만에 시작한 살들과의 사투!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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