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나는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도망쳤다. ‘다시스’는 오늘날 스페인남부지역의 지브롤터해협 부근의 도시다. 당시에는 ‘땅 끝’이라고 여기던 곳이었다. 요나가 땅 끝으로 도주한 이유를 2번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여호와의 낯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창3장8절) ‘그들이 날이 서늘할 때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아담과 그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말씀에 대한 불순종의 결과는 하나님과의 관계단절이다. 이와 달리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은 준행이고 준행의 결과는 주와 동행(임마누엘)이다. (시139:7) ‘내가 주의 신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내가 하늘에 올라갈찌라도 거기 계시며 음부에 내 자리를 펼찌라도 거기 계시니이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찌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 하나님의 낯을 피할 곳도 피할 수도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나님을 의식하는 삶이, 다윗의 삶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다.
▶ ‘코람데오(coram Deo)’는 여호와의 낯을 피하는 삶과 대조되는 삶의 방식이다. 종교개혁자들의 근본정신인 ‘코람 데오’는 라틴어로 ‘하나님(Deus)’, ‘앞에서(Coram)’라는 뜻이다. 형통이든 환난이든,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으로 하나님의 시선과 임재에 부끄럽지 않는 당당한 삶의 태도다. 상황 따라 형편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말씀 따라 믿음대로 사는 삶이다. ‘하나님 앞에서’를 모토로 사는 인생은 역경에 굴하거나 영광에 자만하지 않는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끝까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하나님 앞에서’는 사도바울의 목회철학이었다. (갈1:10)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의 기쁨을 구하는 것이었더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라’
② (4절) “여호와께서 대풍을 바다 위에 내리시매 바다 가운데 폭풍이 대작하여 배가 거의 깨어지게 된지라”
▶ 풍랑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주는 악재로 여기지만 태풍이 주는 숨은 유익이 있다. 바다에 대량의 산소를 공급해서 바다를 정화시키고 플랑크톤 등을 증식시켜 거대한 해양생태계를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생의 환란 풍파, 삶에서 만나는 재난이나 인생의 실패 속에도 유익이 숨어있다. 제자들은 풍랑 이는 바다 위에서 삶의 주관자 되신 주님을 체험했다. 탕자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사업이 실패했고 흉년이 심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난을 성숙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고난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유익이 된다. (시119:67,71)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코로나19를 통해서 인류가 오만에서 겸손으로, 성장에서 녹색으로, 약육강식에서 공생공존으로 성숙하고 변화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재난이 도리어 온 세상과 인류에 유익이 될 것이다. 풍랑 속에서도 숨겨진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보는 것이 믿음의 안목이다. 믿음의 눈이 열려지면 인생의 풍랑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달라진다. 탄식과 두려움을 넘어 주의 도우심으로 성찰과 성숙을 구한다.
③ (5절) “사공이 두려워하여 각각 자기의 신을 부르고 또 배를 가볍게 하려고 그 가운데 물건을 바다에 던지니라 그러나 요나는 배 밑층에 내려가서 누워 깊이 잠이 든지라”
▶ 풍랑에 대한 선원들의 첫 번째 반응은 두려움으로 자기의 신을 불렀다. 모든 인간은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 종교는 다양하지만 종교성의 근본은 동일하다. 지식의 한계, 능력의 한계, 생명의 한계 곧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믿음의 출발은 인간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이다. 삶의 위기를 만나면 자기 신을 부른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것을 찾는다. 나의 믿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난다. 내가 의지하던 대상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다.
풍랑을 만났을 때 두 번째 반응은 배를 가볍게 하려고 그 가운데 물건을 바다에 던졌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생의 풍랑 속에서 속수무책을 경험한다. 믿음은 나의 지식과 힘을 넘는 순간에 필요하다. 인간적인 모든 노력이 끝장나는 순간, 비로소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된다. (사55:6) ‘녀희는 여호와를 만날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인생의 풍랑은 하나님을 만날 때고 하나님을 찾을 때다. 우리가 주목할 대상은 하나님의 사람 요나의 반응이다. ‘그러나 요나는 배 밑층에 내려가서 누워 깊이 잠이 든지라’ 하나님의 낯을 피한 현실도피는 영적인 침체로 이어진다. 깊은 절망의 잠이다. 절망을 이기는 힘은 허물과 실패를 인정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하나님 앞에 설 때 새 힘과 지혜를 부어주신다. (고전10: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에게 감당치 못할 시험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서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이것을 알고 믿으면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염려하지 않고 기도한다. 요나에게는 이 믿음이 없었다.
2. 제비를 뽑으니
① (6절~7절) “선장이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되 자는 자여 어찜이뇨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하사 망하지 않게 하시리라 하니라 그들이 서로 이르되 자 우리가 제비를 뽑아 이 재앙이 누구로 인하여 우리에게 임하였나 알자하고 곧 제비를 뽑으니 제가 요나에게 당한지라”
▶ (잠16:33) ‘사람이 제비는 뽑으나 일을 작정하시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 제비는 사람이 뽑지만 결정은 하나님이 하신다. 제비뽑기는 하나님께 최종결정권을 드리는 것이다. 다수결은 하나님을 제쳐두고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다. 제비뽑기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하나님께 결정권을 주지 않고 ‘내가’, ‘우리가’ 스스로 뽑는 결정하겠다는 데 숨겨진 속셈이 있다. (잠18:18) ‘제비 뽑는 것은 다툼을 그치게 하여 강한 자 사이에 해결케 하느니라’ 내 뜻을 관철하기보다 주님의 뜻을 구하는 것은 그 길이 더 좋은 길이며 무엇보다 다툼을 그치고 평화를 이루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잠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제비뽑기는 요행을 바라거나 모든 걸 내맡기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다. (공동번역)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는 말씀을 관옥선생은 사람이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결정을 내실 수 있을까라고 탁월하게 해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의뢰하는 균형 잡힌 지혜를 말한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결과’는 하나님의 것이기에 기꺼이 ‘순응’하고 ‘수용’할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고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신앙적인 ‘독선’의 결과가 배타성이다.
3.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행하였느냐?
① (8절~10절) “무리가 그에게 이르되 청컨대 이 재앙이 무슨 연고로 우리에게 임하였는가 고하라 네 생업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으며 고국이 어디며 어느 민족에 속하였느냐 그가 대답하되 나는 히브리 사람이요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로라 하고 자기가 여호와의 낯을 피함인줄을 그들에게 고하였음으로 무리가 알고 심히 두려워하여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행하였느냐 하니라”
▶ ‘히브리 사람,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 예언자 요나의 초라한 실체가 드러난다. 혈통이나 신앙고백이 아니라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하사 망하지 않게 하시리라’ 이방인 선원들이 요나의 각성을 촉구한다. 요나의 현주소는 이방인만도 못한 유대인이고 선원들만도 못한 선지자다. 부끄러운 요나의 실존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다. ‘세상만도 못한 교회’,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행하였느냐’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성찰을 요구한다. 요나서의 주제인 하나님께 불순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방인과 적대자의 구원은 부적절하고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판단으로 더 크고 높으신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판단에 따른 말씀에 불순종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맛을 잃은 소금’으로 전락한 까닭은 요나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회복은 ‘말씀으로 돌아가서 말씀대로 준행하는 일’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간적인 수단과 방법론을 내려놓고 양적인 성장보다 내면적인 거룩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전도보다 말씀대로 준행하는 데 힘써서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회개함으로 변해야 산다. 남 얘기 할게 아니라 나의 신앙생활도 ‘코람 데오’로 사람에게 보이기보다 나의 중심을 반듯하게 세우는 데 전심전력을 다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