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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울 때도 있다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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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6월 07일 (일) 23:47:42 [조회수 : 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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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전주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 최신종의 잔인한 행적을 공개하고, 방송 말미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라는 진행자의 멘트로 마무리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라 진술하고 약에 취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후회나 반성이 없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를 만큼 잘못에 대한 뉘우침도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을 쓰고,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문을 받아낸다. 수감 중에도 형량을 줄일 방법에 골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세상이다. 아니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잔혹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한 집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이나 갇혀있다가 결국 생을 마감한 9살 아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서럽고 공포스러웠을까.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한다.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규범을 어기고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고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이다. 사회의 정상적인 규범을 따르지 못하고 충동적, 비도덕적, 죄의식이 없는 행동을 일삼는 성격으로 사회적 판단력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나 행동에 대해 스스로 비판할 능력이 없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을 검토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킴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기보다 더욱 강화하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범죄자이다’ 라는 도식은 오인의 소지가 있기에 조심스럽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규범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란 초자아의 부재(superego lacuna) 현상으로 이해한다. 환경적으로 부모나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관성이 없거나, 유대관계가 결핍되어 있으면 정상적인 사회규범을 형성하기 어렵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가정이나 중독자가 있는 환경에서 자랄 경우,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고 치료가 된다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성공적인 치료사례도 있다. 그러나 평소의 행동방식이 차단되는 형식의 치료가 아니라면 치료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러한 양상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는 무엇보다도 정확성을 잃지 않고 비윤리적이고 죄의식 없는 행동을 명확히 맞닥뜨려 주어야 한다. 충동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행동에 대한 정서적 결과를 미리 점검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부적절한 공감은 그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사고와 정서에 대한 공감은 절제하는 것이 좋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우리 교회를, 우리 가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세밀하게 점검해 보자.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가만히 찬찬히 바라보자.

누군가는 우리에게 애타는 도움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자신이 겪고 있는 극악한 상황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를 폭력이나 학대, 착취, 비정상적인 환경에 도전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예방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게 할지도 모른다.
 
나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훈련과 더불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것이 미운 사람을 살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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