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버이날이었고 내일은 대부분의 교회에서 어버이주일로 기념합니다. 우리의 어버이날이 미국의 어머니날(5월 둘째 주일)의 영향을 받았지만 교회에서 만큼은 한국교회에서 더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아마 우리 민족의 유교적 효 사상을 통한 토착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이 철학의 나라 그리스로 전파 되어 신학적으로 정립되었고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로 전파되어 세계 종교가 되었듯이 우리의 전통 종교와 조화를 이룬 새벽기도의 영성과 통성기도와 부모를 공경하는 신앙윤리는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 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토착화 신앙의 열매들입니다. 일례로 우리 찬송가에서 어버이의 사랑을 주제로 한 찬송가를 보면 모두가 한국 사람이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어버이 주일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찬송가 579장 ‘어머니의 넓은 사랑’을 많이 부르는데 오늘은 576장 ‘하나님의 뜻을 따라’를 소개 드릴까합니다.
육신의 부모님에 대한 공경과 감사는 모든 생명들의 부모이시요 부모의 사랑 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경외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됩니다. 그래서 찬송가에 부모님의 사랑에 관한 곡들이 실린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 가운데 ‘하늘 높다 바다 깊다 말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는 못하리라(3절)’라고 노래해도 전혀 불경스럽게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세계적으로 한국교회 만큼 하나님을 진실 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교회도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와 통성기도와 부모공경은 교회사에 기록될 만 한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유산이요 자랑입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드리지만 새 찬송가는 제게 애증의 대상입니다. 2006년에 초판이 발행된 새 찬송가에는 이름을 알 만한 큰 교회의 목사님들이나 새 찬송가 편찬에 관련된 교회 음악가들이 작사 작곡한 곡들이 두루 실렸습니다. 그것도 순전한 마음으로 작곡하여 교회에서 오랜 시간 불리어지고 살아남은 곡들이 아니라 새 찬송가에 자신들의 곡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 대거 실렸습니다. 그러한 곡들은 아마 생명력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먼 훗날 찬송가가 다시 개편될 때, 2006년 언저리에서 작곡되어 많이 불리어지지 않은 곡들은 다시금 추려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몇몇 좋은 곡들이 실렸는데 찬송가 576장은 1982년에 작곡된 곡으로 부드러운 국악선율에 따스한 어머니의 사랑이 실린 좋은 찬송가입니다. 선율과 가사가 잘 어우러져 처음 불러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곡입니다. 일 년에 한번 오는 어버이주일이라고 해서 늘 같은 곡을 부르기 보다는 이렇게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도 매우 좋을 것입니다.
어찌 어버이날이 하루뿐이겠습니까? 제 지론이 있는데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문득 지금 이 순간이 찬란하게 느껴지면 그날이 생일이요. 살아 숨 쉬는 매일이 어버이날입니다. 우리는 하나 예외 없이 어버이가 있습니다. 매일 살아 숨 쉬고 신앙인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매일 매일을 복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모두 어버이 은혜입니다. 오늘 하루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오늘 하루를 빌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부모님의 사랑의 의미를 깊이 새기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로 연결하는 것이 어버이날과 어버이 주일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이 찬송가의 작사자 정치근 장로님은 영락교회 장로로서 시인입니다. 많은 시를 남겼지만 정작 그분이 존경 받아야 할 이유는 예수님의 제자다운 순수한 열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팔구십 년대에 중, 고등학교에 다니셨던 분들은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전설로 남아 있는 ‘빨간 기본영어’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셨던 정장로님이 바로 그 책의 저자입니다. 영어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꼼꼼하게 책을 쓰셨고 중간에는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영어 공부도 허사!’라는 코너를 넣어서 이름 모를 학생 독자들까지도 제자로 여기시고 깊이 사랑하신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영어 참고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따스한 위로가 되었던 추억의 책으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찬송가의 가사에도 문학적인 세련됨은 없지만 작사자의 진솔하고 따스한 사랑이 스며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스승이 쓴 어버이의 사랑에 관한 노래!’ 어버이날이 있는 이번 주와 스승의 날이 있는 다음 주 까지 흥얼거리고 묵상할 만한 좋은 찬송가입니다. 어버이와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