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니 아침저녁에는 서늘하지만 낮에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을 일이 많아질 만큼 날씨가 후텁지근해졌다. 곧 다가올 올 해 여름도 예사롭지 않게 무더울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씨로 짜증이 나려고 할 때 먹으면 딱 좋을 웰빙음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냉국이다.

우뭇가사리는 내가 결혼하고 난 이후에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아마도 2005년 즈음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내가 다녔던 인천의 초등학교 근처 분식집에서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또와분식’이라는 분식집에서 주인할머니가 파시던 우뭇가사리냉국을 함께 먹었는데 시원하고 매콤달콤한 국물맛과 푸딩 같은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더워지니 그때 먹었던 우뭇가사리가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전통시장의 손두부집에서 파는 우뭇가사리채 400g짜리 가공품을 2500원에 구입했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근처 식자재마트에 가니 같은 양을 1300원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여러 개를 구입해 놓았다. 채반에 쏟아서 찬물에 씻고 물기를 뺀 후 그릇에 담고 오이와 당근을 채 썰어 푸짐하게 올려놓고 초고추장을 뿌리고 들깨를 올려 비벼서 주니 아내의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가득해졌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우뭇가사리 제품은 맑은 빛의 반투명한 하얀 색깔의 묵이지만 원래 우뭇가사리는 붉은 색의 해조류이다. 가는 줄기가 여럿 붙어서 마치 머리카락 뭉치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남해안과 동해안 바닷속 20-30m 깊이의 바위에 붙어 자라는데, 우리나라 우뭇가사리의 70%는 제주도에서 생산된다. 100% 자연산으로 해녀들이 직접 캐낸다. 바로 지금 5월과 6월이 수확철이다.

제주도나 남해안 어촌에서 볕좋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우뭇가사리를 널어놓고 말리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민물에 씻고 말리는 작업을 3-5번 하면 원래의 붉은 색은 점점 사라지고 황색을 띠게 된다. 이것을 물에 넣고 계속 저어가며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 후 체에 내려 받아낸 끈끈하고 걸쭉한 물을 통에 두고 6시간 정도 자연 응고시키면 묵처럼 굳는다.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가공하여 만든 묵을 한천(寒天), 우무, 우묵, 우미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보통 '우뭇가사리'라고 동일하게 부른다.

우뭇가사리는 혈관 속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의 수치를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어,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혈관건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우뭇가사리를 꾸준히 먹으면 혈관건강 및 기능 증진으로 심근경색, 동맥경화,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우뭇가사리에는 요오드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갑상선 기능개선 및 건강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우뭇가사리는 100g당 45kcal에 불과한 저칼로리식품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시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뭇가사리를 섭취하면 음식물 및 장내 유독물질을 흡착시킨 후 배설시키기 때문에 변비에도 좋다.

우리나라, 특히 제주도의 우뭇가사리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증식을 통해 자란 우뭇가사리를 해녀들이 일일이 손으로 채취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바로  요즘이 제주해녀들이 우뭇가사리를 수확하느라 무척 바쁜 때이다. 지금 우뭇가사리 수확을 잘 해야 마을 주민들이 1년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공동체의 규칙을 정해 해산물을 캐는 제주해녀들은 우뭇가사리 철에 더욱 엄격한 리더십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어느 누구 잘나고 못나고 없이 함께 마을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똑같이 수익을 나눈다고 한다.

시원한 콩국물에 우뭇가사리 채를 넣어 먹으면서 이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숨을 참으며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느라 수고한 해녀들을 생각해본다. 욕심이 없이 힘을 모으는 제주 해녀들의 공동체적 문화와 서로를 위하는 배려의 정신은 미움과 대립이 가득한 오늘날의 세태에 본받아야 할 가치라고 생각된다. 우뭇가사리로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두 가지 레시피를 남겨본다.

우뭇가사리 냉콩국

재료: : 우뭇가사리(300g), 콩국물, 오이(2/3개), 방울토마토(3개), 설탕, 소금, 얼음

1. .콩국물을 그릇에 담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2. 우뭇가사리 채를 담는다.
3. 채썰은 오이와 토마토를 담고 얼음을 띄워서 시원하게 먹는다.

우뭇가사리 냉국

재료: 우뭇가사리(300g), 오이(2/3개), 불린 미역(조금), 실파(약간),
양념: 시원한 물(2컵), 집간장(1T), 식초(2.5T) 설탕(1.5T), 마늘(1알) 고춧가루(1T) 소금,통깨 약간

1. 우뭇가사리채를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해준다.
2. 오이도 얇게 썰어놓고, 미역은 먹기 좋은 사이즈로, 마늘은 잘게 다져 준비한다.
3. 그릇에 우뭇가사리, 오이, 미역과 물2컵을 넣어준 다음
4. 양념재료와 실파를 넣고 잘 섞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