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어언 100일이 지났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지만 한국의 경우 이젠 하루 간격으로 이틀 연속 국내 발생 일일확진자가 없을 만큼 그 기세가 꺾인 듯합니다. 3천만 국민이 모여 선거를 치룬 이후 2주간이 지나도록 총선관련 확진자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긴 연휴를 지내고나면 전염병에 대한 시야와 대책이 어느 정도 확보될 전망입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모든 관계가 오래 단절되었습니다. 등교개학을 못한 어린이와 학생들이 있는 가정은 집집마다 냉전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상심을 잃고 쉽게 흥분하거나, 우울해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국민 전체가 단체기압을 받는 것 같다고 비유합니다. 봄은 왔지만 생기를 느낄 수 없는 사회적 저기압 현상을 코로나 ‘블루’라고 부릅니다. 경제위기 또한 ‘블랙’ 코로나란 재난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공항이 봉쇄되고 이동이 중단되었지만 재난의 위기상황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크고 작은 미담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세계적 뉴스 매체들은 대한민국을 방역선진국은 물론 시민의식에서도 선진국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시 한인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에게 식료품 천사바구니를 나눴다든지, 어려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인들에게 대사관에서 마스크를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반갑게 들립니다. 중국 상하이 한인회가 이탈리아 교민들을 위해 마스크 만장을 보낸 것도 동포 간 끈끈한 인정입니다.
     
  아마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가려는 노력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포지방에서는 3월 말에 800만원을 모금해 지방 내 월세를 내는 비전교회 8곳을 이미 지원하였습니다. 고맙게도 지난 주일에는 장로님 부부가 찾아와 후원금 200만원을 감리사에게 맡겨 놓고 갔습니다. 경기도와 의왕시가 나누어준 경기지역화폐나, 우여곡절 끝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난생처음 받는 국가의 선물입니다.

  코로나 미담의 압권은 영국인 재향군인 캡틴 톰 모어(Captain Tom Moore) 이야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영웅인 톰 모어는 지난 4월 30일로 100세를 맞았습니다. 그는 100세를 맞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던 중 1천 파운드(약 150만원)를 모금하기로 결심하고 후원자를 찾았습니다. 걷는 일이 몹시 불편한 초고령 노인이지만 자기 집 마당 25미터 거리를 열흘 동안 하루 10회씩 왕복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도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영국 전역은 들썩였습니다. 톰 모어 할아버지는 노인용 보행보조기에 지팡이를 꽂은 채 손 잡이를 천천히 밀고 나아갔습니다.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베테랑 노인이 걸어가는 25미터의 좌우를 지켰습니다. 깃발도, 절도도 없는 초라한 행진이었지만 마치 사열하듯 위엄이 있었습니다. 네 개의 작은 바퀴에 몸을 의지해 걷는 노인을 향해 전국에서 응원이 빗발쳤습니다.

  생일날까지 7만 통의 생일축하카드가 답지했고, 모금액은 목표보다 3만 배를 넘는 ‘뜻밖의’ 성공을 거둡니다. 그는 3천만 파운드(약 450억 원)를 영국 국립건강보험(NHS)에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톰 모어를 응원하는 노래 “넌 혼자 걷지 않을거야”(You will never walk alone)는 코로나19 극복의 주제가가 되었습니다.

  톰 모어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많은 장애인들이 도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물며 100세 노인도 하는데,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도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