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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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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4월 30일 (목) 01:35:20 [조회수 : 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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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서 코비드-19 이후의 세상이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음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흥청망청하던 잔치는 끝이 났다는 말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과도한 소비로 특징지을 수 있는 우리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증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예상치 않은 시간에 닥쳐온 이 긴급한 사태는 우리가 서 있는 문명의 토대가 그렇게 튼튼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상기시키고 있다. 한번 멈추면 넘어진다며 질주를 거듭하던 세계가 일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완전한 정지는 아니다. 여전히 옛 삶의 관성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자 자연이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인간에게 서식지를 빼앗겼던 동물들이 도시를 활보하고, 수십 년 동안 인도에서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의 공장들이 멈추면서 공해가 줄어들고 가시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그 놀라운 기적에 감동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구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다니카와 슌타로는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이라는 시에서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나는 화성에게 말 걸고 싶어진다/이쪽은 흐려서/기압도 낮고/바람도 강해질 뿐/이봐!/그쪽은 어때”. 시인은 역시 다른 세상을 보는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아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인간은 완전을 지향하지만 완전한 사람은 없다. 완전함은 인간의 몫이 아닌지도 모른다. 완벽한 비례와 균형을 추구하는 그리스 조각은 아름답지만 정겹지는 않다. 그 속에는 성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댕의 조각이 놀라운 것은 신화의 인물이나 영웅을 모델로 하지 않고 우리가 늘 만날 수 있는 장삼이사들의 아픔과 고뇌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의 조각을 보며 자기 속의 아픔을 더듬고, 자기를 괴롭히는 정념의 실체를 짐작한다.

우리가 믿음의 본으로 삼는 성경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흔들리는 사람들이다. 순종의 본을 보인 노아는 홍수 이후 자기가 목격했던 참상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기에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믿음의 조상이라 추앙받는 아브라함은 나그네로 떠돌던 땅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아내를 위험에 빠뜨리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온유한 자라는 칭찬을 들었던 모세도 한때 격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시인이요 연주자요 탁월한 정치가였던 다윗도 한때 그를 사로잡은 그릇된 열정에 휩쓸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순정한 사나이 베드로는 스승을 부인하는 죄를 범했다. 나다나엘은 자기 시대의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냉소주의자로 세상을 떠돌다가 예수를 만났다. 바울 역시 자기 확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박해자로 살다가 부활하신 주님의 일꾼이 되었다.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 은총 앞에 자기를 맡긴 사람만이 넘어진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선다.

시간 속을 바장이는 유한한 인간은 누구나 비틀거리며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낸다. 흔들림이야말로 인간 실존의 기본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흔들림을 통해 든든한 뿌리를 얻는가 여부이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리베카 솔닛은 변화와 불확실성을 수용하려면 “더 느슨한 자의식”과 “더 다양하게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확신의 노예가 된 이들은 위험하다. 다양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자기와 다른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유연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선거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의 꿈을 누군가와 함께 잉태하는 일이다. 선거 다음 날이 세월호 참사 6주기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이루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또 있을까. (국민일보 컬럼 '김기석의 빛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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