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 예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중에 가장 감동적인 것은 회중찬송입니다. 노래 잘 하는 한 사람의 특송도 좋고 성가대의 합창도 좋지만 온 성도가 한 마음 한 목소리 한 선율로 부르는 회중찬송은 때때로 더할 나위 없는 깊은 감동을 줍니다. 교회의 본질이 공동체이며 하나님 앞에서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성껏 찬송을 부르는 모든 사람이 사랑스러운 자녀요 예배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이크를 잡은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않고 모든 예배자들의 목소리가 예배당의 자연적인 울림을 가득 채울 때면 감동을 넘어 감격에 이르곤 합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튀는 소리나 음치의 노랫소리마저 너무 사랑스럽게 들리곤 합니다.

몇 주 전에 있었던 주일 예배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평소의 사분의 일도 안 되는 인원이 모였습니다.  평소와 달리 곳곳이 비어 있는 예배당은 마치 광야의 한복판처럼 느껴졌습니다. 예배 중에 찬송가 338장을 불렀고 제가 앞에서 지휘를 했습니다. “야곱이 잠깨어 일어난 후 돌 단을 쌓은 것 본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4절에 이르게 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찬송이었는지 그 순간의 감동과 찬송소리가 아직 귓전을 맴돌고 있습니다.
 
찬송가를 부르는데 있어서 그 시작은 찬송가의 전주입니다. 찬송가를 인도할 때 반주자의 전주를 듣고 있음에도 언제 들어갈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 있게 시작했는데 혼자 틀리게 시작해서 민망한 경험이 있기도 그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또다시 틀릴까봐 눈치를 보며 자신감 없게 시작할 때가 종종 있지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마지막 네 마디나 두 마디를 반주자가 연주하는 것으로 전주를 대신 하는데 반주자 마다 제각각 입니다. 하지만 찬송가의 시작은 전주부터입니다. 전주도 찬송가의 일부입니다.

모든 예술가곡에는 전주가 있습니다. 예술가곡에서 전주가 없는 경우는 없어야 할 음악적이거나 문학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을 때 입니다. 중고등 학교 때 배웠던 노래들을 예로 들면, 슈베르트의 마왕(Erlkönig, D.328)의 전주는 장장 열 네 마디에 이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깊은 밤, 아픈 아들을 안고 말을 달리는 아버지를 묘사하고 있지요. 반면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합니다’(Ich liebe dich, WoO 123)에는 전주가 없습니다. 전주 없이 성악파트가 먼저 음악을 차고 나옵니다. 첫 울려 퍼지는 소리가 그 어떤 꾸며진 소리가 아니라 ‘Ich/나’라는 단어가 됨으로서 진솔하고 부드러운 사랑 고백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베토벤다운, 지극히 독일적인 감수성입니다. 대조적으로 이탈리아의 사랑 고백 노래인 ‘마티나타(아침에 부르는 사랑고백)’나 ‘세레나타(저녁에 부르는 사랑고백)’는 주야를 막론하고 전주부터 요란합니다. 전주 대신 베토벤의 곡 마지막에는 그 사랑 고백에 미소 지으며 수줍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받아주듯 매우 사랑스럽고 짧은 후주가 있습니다.

예전에 참석한 한 음악회에서 어떤 소프라노가 이 곡 ‘Ich liebe dich/이히 리베 디히’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첫 음을 잡기가 어려웠는지 아니면 찬송가를 부를 때 꼭 전주를 했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이 곡의  후주 마지막 세 마디를 전주로 만들어서 노래를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올 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데 아마 무덤에서 그 음악을 들은 베토벤이 깜짝 놀라 일어났을 법한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좋은 노래에는 음악적으로 계획되어지고 곡을 더욱 살릴 수 있는 준비된 전주가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노래들인 찬송가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은데 찬송가에는 전주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난 ‘강단과 목회’ 3,4월호에 이 정보를 소개해서 많은 목사님들로 부터 감사인사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찬송가 7장, 622장 등 전주가 악보에 제시되어 있는 곡을 제외하고 모든 찬송가에는 전주가 명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  ┐’표시입니다. 잘 찾아보시면 모든 찬송가에서 그 표시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찬송가 오선 위에 있는‘┌ ’부분에서 시작하여 ‘┐’부분까지가 전주입니다. 때로는 그 기호가 앞부분과 뒷부분에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에는 앞부분을 연주하고 이어서 뒷부분을 연주하면 멋진 전주로 연결됩니다. 반주자에게도 알려 주고 교회의 모든 성도들 아니, 우리의 회중찬송 연주자들에게도 이 정보를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찬송가의 음악적 품격도 높아지고 예배자 모두가 찬양인도자가 되어 자신 있게 회중찬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교회음악 말입니다! 특송을 잘 준비하고 성가대 찬양을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배 찬송을 정성껏 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마 곧 모든 교회에서 현장 예배가 다시 시작하게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예배에 회중찬송의 감동과 감격이 늘 충만하기를 축복합니다.

https://youtu.be/fZzuEFmgU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