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년 1월 또는 2월에 10여명 내외의 성도들과 이탈리아 일대를 기행 하는 기독교 유적지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그동안의 필자의 여행경험과 지식을 쏟아 부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왔다. 벌써 5번이나 진행했으니 적지 않은 데이터들이 쌓여 있고, 이제는 어떻게 여행을 진행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 몇몇 교회 혹은 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목사가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까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여행 전반에 걸쳐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또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잘 준비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교인들과 친밀함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에 유의미한 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성도들이 올곧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고 신앙의 진보를 이루도록 격려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왜 하필 추운 겨울에 여행을 떠나느냐는 것이다. 유럽 여행하면 대개 학생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름방학이나 혹은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하필 겨울일까?

첫째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 여행이 되려면 최대한 짐이 가벼워야 하고 건강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겨울은 날씨 때문에 두 가지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에는 여행을 꺼려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악조건이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조금만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사람에 치이는 여행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인지 안다. 쾌적한 여행을 위해서는 되도록 사람을 피해야 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겨울에는 여행자가 많지 않다.

또한 기후조건 때문에 겨울이 춥지 않고 오히려 여행하기에 좋은 이탈리아 같은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중해성 기후에 속하기 때문에 여름여행은 너무 더워 힘들고 오히려 겨울이 포근하다. 비교적 춥다는 북부 지역도 영하로 내려가는 때가 많지 않고 심지어 남부는 1월 말, 중부는 2월 초순이면 벚꽃이 만개하기도 한다. 여행지의 지리적 정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 여행의 어떠한 악조건도 호조건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쾌적한 여행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 대폭 절감되기 때문이다.

교통과 숙박, 그리고 식비 이 세 가지가 여행경비를 이루는 삼위일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 항공료가 여행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항공권을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하는 것이 쾌적한 여행의 첩경이다. 항공권 가격이 가장 저렴할 때가 언제일까? 바로 이용객이 적을 때다. 1-2월은 유럽 항공권이 가장 저렴한 시기 중에 하나다. 이용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약이 많지 않은 항공권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거기에 좋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숙박도 마찬가지다. 항공권처럼 요금체계가 복잡하지는 않으나 여러 단계의 요금체계가 있다. 그러나 숙박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투숙객이 많지 않을 때다. 겨울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여행객이 많은 로마의 경우도 객실을 채우지 못한다. 그래서 여러 인터넷 예약사이트에 덤핑으로 내놓기도 하는데, 성수기와 비교하면 1/5 수준에 나오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여름에 10만원 하는 호텔을 겨울에 2만원에 이용한다. 같은 호텔을 1/5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때가 바로 겨울이다.

겨울에는 식비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여름에는 관광객들로 넘친다. 구매자가 넘치니 물가도 올라간다. 여름에 베네치아 역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려면 3유로를 내야 한다. 그러나 겨울에는 1유로다. 여행객이 넘치는 여름과 겨울의 물가는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데 시기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면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여행의 시기를 잘 조절하면 가격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여행은 대부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다니는 것이기에 악조건을 만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을 호조건으로 바꿔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다. 조건은 누구에게나 동일한데, 그 속에서 어떤 이는 쾌적한 여행을, 반면 어떤 사람은 고생뿐인 여행을 한다. 어떤 차이일까? 바로 정보와 지식의 차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가 유행했는데,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열심히 일한 당신 공부하고 떠나라!” 공부해야 쾌적한 여행 할 수 있다. 여행 공부 열심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