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결핍, 삶의 새 지평을 열다” (아모스 8장9절~14절)

0. 8장 전반부 정리

아모스가 본 네 번째 환상은 ‘여름실과’다. 여름실과는 이스라엘의 끝을 가리키는 은유(metaphor)다. ‘그 날’은 심판의 날이며 동시에 구원의 날이다. 심판과 구원을 판가름하는 기준점은 ‘하나님의 다림줄’이다. 심판의 구체적인 기준은 ‘오늘’, ‘이 땅에서’, ‘나의 삶’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소위대로 갚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신앙생활만 보시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공법과 정의를 행했는지를 달아보신다는 뜻이다. ‘그 날에’ 죄의 결과로 벌어질 모습을 기록한다. (8절) ‘이로 인하여 땅이 떨지 않겠으며’ 이웃에게 행한 죄로 인해 땅이 저주를 받아서 삶의 기반이 흔들릴 것을 예고한다. 이어서 8장 후반부는 모든 일상이 중단되는 셧다운(Shut Down)과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영적인 기근을 예고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멈춤과 결핍은 하나님께서 광야로 이끄시는 은혜다. 지금까지 의지하던 헛된 우상을 버리고 풍요 속에 잃어버렸던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기회다.

1. 하나님의 셧다운 (Shut Down)

① (9절)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그 날에 내가 해로 대낮에 지게 하여 백주에 땅을 캄캄케 하며”

▶ ‘백주에 땅을 캄캄케 하며’ 문자적으로는 ‘개기일식’으로 달에 의해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지만 의미적으로는 천지만물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온 세상의 전원공급을 끄시고 문을 닫는 사태를 말한다. 현대적인 용어로는 셧다운(Shut Down, Closed)에 해당된다. 셧다운의 본뜻은 전원 공급의 중단이나 사고로 컴퓨터 시스템의 작동이 중지되는 일인데 공장, 사업체, 조직, 국가 등의 폐쇄(활동중지, 조업중단, 영업중지)를 폭넓게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실제로 하나님께서 북이스라엘을 ‘셧다운’시키셨다. 훗날 남유다와 심지어 예루살렘성전의 문을 닫아버리시는 ‘셧다운’까지 행하셨다. 죽음은 인생의 ‘셧다운’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문을 닫은 사건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셧다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욜2:10~11) “그 앞에서 땅이 진동하며 일월이 캄캄하며 별들이 빛을 거두도다 여호와께서 그 군대 앞에서 소리를 발하시고 그 진은 심히 크고 그 명령을 행하는 자는 강하니 여호와의 날이 크고 심히 두렵도다 당할 자가 누구이랴”

② (10절) “너희 절기를 애통으로, 너희 모든 노래를 애곡으로 변하며 모든 사람으로 굵은 베로 허리를 동이게 하며 모든 머리를 대머리 되게 하며 그 결국으로 곤고한 날과 같게 하리라”

▶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슬픔대신 희락을, 근심대신 찬송을, 재대신 화관을, 절망에서 소망으로, 포로 된 자를 자유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본문은 기쁨과 감사의 절기가 애통으로 뒤바뀔 것을 예언한다. 하나님의 본심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북이스라엘의 멸망은 하나님이 의도하신 게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저버린 결과로 얻은 자업자득이다. 수 없이 돌이킬 기회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회개치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용서받지 못할 단 하나의 죄는 회개치 않는 죄다. 전능하신 하나님도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은 완고함으로 회개치 않는 이들이다.

2.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

① (11절)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날이 이를 찌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요 물이 없어서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은 영적인 기근을 가리킨다. 인간은 물질적이며 동시에 물질적인 존재다. 몸에 양식이 필요하듯 마음에 양식을 공급해야 한다. (신8:3)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너로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창세기에 기록된 바대로 사람은 흙을 빚어 생기를 불어 넣을 때 생령이 되었다. 떡과 말씀, 몸과 마음(영혼), 마음과 몸으로 삶을 이룬다. 둘 다 필수적인 요소다. 몸을 위한 양식에는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마음을 위한 양식에는 무관심하다. 몸이 아프면 치료하는데 마음이 아픈 건 방치한다. 아이들의 지식과 몸에는 관심이 많은데 아이들의 심령에는 무관심하다. 둘의 균형이 중요한데 사실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해진다는 말씀은 우선순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② (12) “사람이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북에서 동까지 비틀거리면서 여호와의 말씀을 구하려고 달려 왕래하되 얻지 못하리니”

▶ ‘여호와의 말씀을 구하려고 달려 왕래하되 얻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말씀에 대한 무관심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선지자 사무엘의 시대는 (삼3:1) ‘아이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 오늘날 라디오, TV, 도서, 동영상을 통해 말씀의 홍수 시대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 외치는 자는 많지만 생명수는 말라버렸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게 아니라 많지만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에 빠져서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린다. 둘째, 말씀에 대한 무지다. 성경을 읽지 않고 덮어 놓고 믿는다. 말씀이 육신으로 오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관심이 없고 예수님이 주시는 선물에만 관심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말씀과 기도를 제쳐두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 헤맨다. 학습의 기본은 학교수업시간과 교과서중심이다. 강해설교를 통한 주석은 성경이 전하는 하나님의 메시지에 주목하지만, 주제설교를 통한 단편적인 해석은 나에게 주시는 메시지에만 주목한다. 편식을 하고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난해한 강해설교보다 쉽고 편한 주제설교를 선호한다.

③ (13절~14절) “그 날에 아름다운 처녀와 젊은 남자가 다 갈하여 피곤하리라 무릇 사마리아의 죄된 우상을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기를 단아 네 신의 생존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하거나 브엘세바의 위하는 것의 생존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하는 사람은 엎드러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라”

▶ (메시지성경) ‘심판의 날에, 사랑스러운 젊은 여자들이 말씀에 주려 허덕이고, 씩씩한 젊은 남자들이 하나님에 주려 허덕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남 신안군 임자도 튤립 백 만송이 꽃을 꺾었다. 삼척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 감염병 앞에 아름다운 꽃이 무슨 소용인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인들의 영적인 곤고함이다. 영혼의 기근과 마음의 갈증은 아름다움이나 젊음의 열정과 용기로도 채울 수 없다. 마음의 기갈과 고독을 해결하려고 다른 대상을 찾는다. 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는 대상이 바로 ‘우상’이다.

3.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

① (호2:14~15) “그러므로 내가 저를 개유하여 거친 들로 데리고 가서 말로 위로하고 거기서 비로소 저의 포도원을 저에게 주고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 저가 거기서 응대하기를 어렸을 때와 애굽 땅에서 올라오던 날 같이 하리라”

▶ 현대인들의 영적인 기갈을 해결하기 위해 찾는 우상은 물질과 성장, 성공과 명성, 쾌락이다. 헛된 우상이 주는 만족은 바닷물처럼 마실수록 목마르다. 무저갱처럼 채워도 채울 수 없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될 뿐이다. 현대인들이 숭배하는 대표적인 우상은 물질만능주의다. ‘많이 소유하면 행복하다’ 물질적인 풍요가 채워지면 마음은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대로 사람의 생명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 마음에서 삶이 나오기 때문이다. 참된 만족은 역설적으로 결핍에서 나온다. 부족함을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는 행복할 수 없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멈춤과 결핍은 하나님께서 광야로 이끄시는 은혜다. 지금까지 의지하던 헛된 우상을 버리고 풍요 속에 잃어버렸던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마침내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