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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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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4월 15일 (수) 23:57:45 [조회수 : 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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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있었던 어제, 오전 9시 경에 투표를 하러 내려갔다. 마을 버스정거장에 웬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나처럼 투표를 하러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끔 읍내를 나갈 때 양방향의 차가 오는지 마는지 살피는 도중 건너편 정거장에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서 있으면 클락션을 울려 동행하여 가곤 한다. 농촌의 버스란게 정해진 시간에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버스시간표를 잘못 알았거나 버스가 시간보다 먼저 지나가서 놓치게 되면 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버스 정류장에 동네 사람이 서 있으면 태워주는 것이 나의 미덕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매우 관대하다. 내가 수년을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아주머니가 차에 올라타면서 대화의 시작은 어디 사느냐다. 내가 윗동네 수린내에 산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자신도 거기에 살았다고 하면서 친근감을 나타내셨다. 그런 다음 호구조사가 들어간다. 처음 농촌에 내려와서 당황스러웠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어르신들의 호구조사였다. 물론 처음 보는 얼굴이고 젊은 사람이 농촌까지 내려온 것이 신통하다 여겨 호기심으로 물어볼 수 있는 것이었겠지만, 나이가 몇이냐? 결혼을 했나? 아이는 있냐? 누구와 사냐? 농촌에서 뭐 먹고 사냐? 등등의 생각지 않은 물음들은 대답보다 당혹감이 앞서게 했다. 이삿짐을 내려놓을 때, 아랫집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호구조사를 하시다가 마지막 던지신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나 앞전에 살았던 목사님은 여기 와서 아들을 낳고 이사를 갔으니 이 집이 좋은 터라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깃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렇지. 어른들에겐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긴 하지’ 라며 웃어넘겼는데, 이제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아주 경쾌하게 대꾸할 수 있는 연륜(?)이 생겨 같이 맞장구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어제 만난 아주머니와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투표장으로 향했고,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함께 했다.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고, 우린 헤어지면서 서로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도 서슴지 않았다. 마치 여러 해 같이 지냈던 동무처럼 말이다.

  내가 사는 마을은 원주민보다 귀농‧귀촌이 훨씬 많다. 원주민이 많았을 때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컸다. 일종의 텃새다. 마을회의나 마을의 일이 있을 때면 발언권이 원주민에게 더 있었는데 어느 해부턴가 원주민의 목소리가 밀려났다. 목소리가 크면 갈등의 폭도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 마을은 다행인 것이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 듣기만 했지 딱히 나서지 않았다. 갈등이 불이 붙더라도 불쏘시개 정도로 그쳐 크게 번지지 않았다. 어떤 마을은 원주민과 귀농‧귀촌인과의 갈등이 심하여 법정까지 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마을은 복이다. 열일곱 농가가 어렵지 않게 인사를 나누고 살며, 먹을 것도 수시로 나눠먹는 정다운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도시 주택에서도 볼 수 없는 정경이다. 도시에서 꽤 오랫동안 살다 내려왔을 때, 앞뒤로 휑 뚫린 집이 못미더워 대문도 잠그고 현관문도 잠그고 창문도 꼭꼭 잠갔다. 자면서도 불안했던 정서가 엊그제다. 지금은 어떤가. 모든 문을 열고 산다. 마을을 믿고 이웃을 믿고 그리고 나의 충견 한라가 큰 몫을 한다.

나도 농촌에서 살면서 변했다. 가끔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왔을 때, 슬쩍 다가가 묻는다. 어디 사세요? 왜 오셨어요? 한동안 외지인이 나물을 캐러 동네방네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도 슬며시 다가가서 말했다. 나물을 뜯는 것은 괜찮은데, 씨는 말리지 마세요. 괜한 오지랖을 펼치다 내가 받았던 당혹감을 지금은 내가 주고 있으니 나도 농촌 사람이 다 되었다. 그래도 조심해야겠다. 친근감의 표시로, 이웃이랍시고 다가갔다가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낯선 이가 오면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던지, 한라에게 괜한 말을 붙이면서 낯선 이를 눈여겨보는 것으로 이웃 놀이를 하고 있다. 이웃, 좋은 사이인데 언제부턴가 열쇠가 묵직해지면서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되었다. 어제 만난 아주머니처럼 그저 한 마을에 살았던 적 있는 것만으로 금방 친근해지는 사이가 점차 사라지니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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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석 (39.7.19.94)
2020-04-16 20:21:29
제가 졌습니다.

이제부더 예수 하세요.

미소 + 가시 +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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