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냉장고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식재료가 있다. 다름 아닌 죽순이다. 죽순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이지만 부드럽고 아삭거리는 식감과 밋밋하지만 씹다보면 나는 감칠맛이 좋아서 죽순볶음요리를 자주 해 먹는 편이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나오는 어린 줄기를 말한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한 사람인 소동파가 돼지고기에 죽순을 함께 볶아서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된 식재료인데 집 근처 식자재도매마트에 가니 대용량(2.8kg) 통조림 죽순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죽순은 이렇게 통조림으로 구입하는 것이 낫다. 생 죽순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캐낸 죽순은 계속 생장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죽순 속의 아미노산과 당류가 급격히 소비되어 맛이 떨어지고 수분이 달아나 식감이 나빠진다. 그래서 되도록 수확 당일에 삶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삶은 후 물에 우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가공품을 구입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물론 통조림 죽순도 다시 한 번 쌀뜨물에 식초와 소금을 넣고 삶은 후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냉장실에 넣어 보관하는 전처리를 해야 알싸하고 떫은 맛 없이 즐길 수 있다.

유럽과 남극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 서식하고 있는 대나무의 종류는 무려 1200여종에 달한다. 그 중 한반도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5가지이다. 왕죽(왕대), 맹종죽(죽순대), 분죽(솜대), 오죽, 해장죽(시누대), 조릿대 등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먹는 죽순은 왕죽, 맹종죽, 분죽이고, 부드럽고 아삭거림이 좋아 더욱 맛있는 죽순은 왕죽과 분죽이다. 경남 등 남쪽지방에서는 4월 초순부터, 전남 담양 등 내륙지방은 4월 말부터 2개월 여 죽순이 나는 때이니 지금이 죽순의 제철이다.

죽순은 여러 효능이 있다. 죽순에는 단백질과 섬유질 그리고 칼륨이 풍부하여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또한 죽순은 염분의 배출을 도와주어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치료에 효과적이고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는 효능이 있어서 변비예방에 도움을 주고 대장암을 예방하는데도 좋은 효능이 있다. 죽순은 100g당 13kcal의 저칼로리 식품일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적게 섭취해도 쉽게 포만감을 주어 체중조절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죽순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작용과 세포의 산화를 억제하여 노화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비타민 B1,C, 글루타민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정신적인 스트레스, 불안, 초조 그리고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먹으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본초강목에서는 어린 죽순은 불면증을 고치고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에 비가 온 후에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을 때 대나무가 왕성한 성장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대나무는 부쩍부쩍 자라는 특징이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많이 키우는 맹종죽 종류인 모소대나무는 농부들이 4년 동안 물과 거름을 주며 정성껏 가꾸어도 순이 나오지 않다가 5년째가 되어서야 죽순이 돋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대나무들은 하루에 최고 1m씩 쑥쑥 자라고 6주 동안 무려 27m까지 자라 오른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땅 위로 죽순을 내밀기 전 4년동안 뿌리가 땅 속으로 수 km까지 파고들면서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때가 되었을때 쑥쑥 뻗어나갈 준비를 갖추기 때문이다.

우리도 결과가 빨리 눈에 보이지 않아 실망하고 낙심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때마다 ‘모소대나무처럼 땅속에 뿌리를 내리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몇 년 후 더욱 굵고 높게 자란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결과가 보이지 않는 그 시간 동안 열심히 뿌리를 뻗고 또 뻗어 자양분을 많이 축적해 둔 대나무처럼 내공을 키워야 할 것이다. 몸에 좋은 죽순볶음요리를 해 먹으면서 모소대나무의 성장의 비결을 묵상해보면 좋겠다.

죽순볶음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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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4인분 기준)
죽순350g, 베이컨 2장, 양파1/2개, 마늘 2쪽, 고추 5-7개, 식용유 2(T), 설탕 2(T), 피쉬소스1(T), 소금, 후춧가루
 
1. 죽순은 반으로 자른 뒤 결 반대방향으로 잘라 빗살무니 모양을 살려서 썬다.
2. 양파는 채 썰어 놓고 마늘은 다져 놓는다.
3. 팬에 기름을 둘러준 후 베이컨을 넣어 볶아놓는다.(베이컨 대신 돼지고기나 오리고기를 사용해도 된다)
4. 팬에 기름을 다시 넣은 후 다진 마늘, 죽순을 순서대로 넣고 볶다가, 죽순 표면에 노릇한 색이 나면 양파를 넣어 더 볶는다.
5. 설탕 2(T)과 피쉬소스 1큰 술, 볶은 베이컨, 고추, 후춧가루를 넣어서 볶아주면 맛있는 죽순볶음요리가 완성된다. 피쉬소스 대신 간장이나 액젓을 사용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