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안정되었던 우리의 삶은 느닷없이 떠밀려 와 있다. 이전의 활기차고 희망찬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이후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우리의 삶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갈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 온다.

인생은 늘 모험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매 순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날마다 걷고 있다. 안정된 어머니의 자궁에서 산도를 거쳐 스스로 호흡해야 하는 세상으로, 기어서 보았던 세상과 걸으며 보았던 세상, 혼자가 아닌 타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했던 공동의 생활, 결혼생활, 부모의 삶, 죽음의 길까지.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거나 미리 가보았던 길이라면 그 모든 삶의 결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내담자에게 ‘상담이라는 여행의 동반자’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내담자들의 삶의 중요한 순간에 동반자가 될 수 있는 특권에 감사하는 표시이기도 하다. 자기 인생의 지도를 수정할 때 얼마나 큰 어려움이 따르겠는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를 꺼내놓기까지, 걱정과 두려움의 산을 넘어 상담실에 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의 마음을 알기에 그의 곁에서 가만히, 그리고 한 발 뒤에서 조심스럽게 여행을 시작한다.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발맞추어 나란히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이 무르익고,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갈림길에 서게 된다. 혼자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이 막막하게 느껴지고, 헤어짐의 아쉬움도 있다. 그 길 위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발맞추어 걸었던 동반자로 인해 새로운 용기를 가지고 가야 할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다.

삶의 경험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화이트(M. White)와 엡스턴(D. Epston)이 발전시킨 이야기치료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다양한 방향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내담자의 삶에 만족감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의미(선호하는 이야기, preferred story)를 발견하고, 이것을 강화하고 이야기로 구조화(대안적 이야기, alternative story)하여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비슷한 양상의 문제를 겪어도 사람마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고 일상으로 쉽게 복귀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 문제 속에서 헤매다가 평범한 삶의 패턴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 차이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아주 작은 도전들이 모여 변화와 성장을 이룬다. 자기 자신을 확장시키기 위해 두려움의 세계에 과감히 한 발을 들여놓을 때, 더욱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동반자가 있을 때, 새로운 세계로의 내디딤은 두려움에서 환희로 변화한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걷고 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기존의 인간관계 방식이 허물어지지는 않을지, 변화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익숙한 교회의 전통이 어떠한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가 없는 길 위에 서 있다.

인생은 언제나 모험이며 도전이기에 우리는 다가오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는 도전에 의해 열리게 된다.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두려움에 맞닥뜨려야 하는 것처럼, 결국 도전할 때 새로움은 창조된다.

움츠리고 두려워하기보다 용기를 내어 성큼성큼 걸어가 보자. 조금 버겁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있고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해 줄 돕는 이들이 있다. 또한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살리신 하나님께서, 그것도 죽음을 깨뜨리고 다시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계신다.

김화순
중앙연회 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