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교회 10년을 자축합니다. 코로나19로 함께 모여서 축하할 시간이 조금 늦춰진 것은 아쉽지만, 그럴 기회는 어김없이 올 것입니다. 축하해야할 10년은 시간의 길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먹는 나이이기에 그리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 속담일 뿐입니다. 요즘 강산은 해마다 쉴 새 없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축하해야할 10년은 매듭입니다. 색동교회는 ‘젊고 따듯하며 평화로운 신앙공동체’를 지향해 왔습니다. 그동안 시간의 마디마디를 통해 우리가 사랑으로 더 단단해지고, 옳은 방향을 지키려고 애썼는가 뒤돌아봅니다. 물론 팔 둘레를 넓혀간 10년 동안 신앙적 인격으로 피부에 와 닿은 관계를 맺었는지는 서로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슬로건을 피로감 없이 10년 동안 반복해 온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앞으로 마주할 10년은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사태는 지금까지 삶의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시에 세상을 정지시키는 것 외엔 선진국조차 대응이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서 정치와 과학의 무능을 새삼 실감합니다. 우리에게는 당장 더 소박하고 불편하게 살 지극히 단순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교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현장예배를 고집하는 여러 교회의 아우성은 예배의 거룩함을 지키려는 몸부림입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성수를 몸으로 익혀왔기에 성전중심의 예배는 더 없이 소중합니다. 어떠한 신학적 변명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동시에 교회는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복음의 정신을 지켜내야 합니다. 당장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물음을 던지면 해답은 불 보듯 환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교회는 구약의 전통과 신약의 도전을 예외 없이 남용해 왔습니다. 많은 경우 성전중심 체제를 고수하면서 제사장의 교회로 존립하고 있습니다. 공의와 평화를 지키려는 예언자의 정신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같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고백하면서 무차별적으로 경쟁하였습니다. 입으로는 세상적이라고 배척하면서 부정적인 세태의 모습을 닮아갑니다. 예수정신은 뒷전이고, 교인관리와 교회경영이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복음을 송두리째 왜곡한 이단세력의 모략전도에 한없이 무기력한 이유입니다.

  몇몇 교회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습은 교회인데, 교회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우습게도 개혁주의 교회일수록, 보수주의 교회일수록 복음의 자유와 상관이 없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지키려는 교회일수록 현실교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고 경건한 질서를 가볍게 여깁니다. 제사장의 교회가 아니라고 하지만 담임목사 중심의 교회운영이 갖는 위험이 있습니다. 예언자 정신을 외면한 채 소수 교인이 교회경영을 독점한 결과 섬김의 길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지닌 위기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앞에서 무기력한 것은 복음의 능력이 아니라, 위선적인 교회의 모습입니다. 율법주의와 복음의 기쁨을 혼돈한 채 이를 ‘소위’ 거룩과 경건으로 포장했기 때문입니다. 속수무책과 오합지졸의 행태는 트럼프와 아베의 위선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많이 성찰하고, 쉼 없이 새로워져야합니다.
    
  10년 생일을 자축하면서 색동교회와 함께 동시대의 교회를 염려하는 것은 우리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한 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회피한 비겁한 제자들을 향해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요 20:19, 21, 26) 라고 축복하신 주님의 평화가 긴급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은 10년 너머,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기를 바라볼 믿음의 시야와 사랑의 안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