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김학현 칼럼
가보지 않은 길
김학현  |  nazunja@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0년 04월 08일 (수) 08:26:31
최종편집 : 2020년 04월 08일 (수) 08:27:12 [조회수 : 45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길을 냈다. 우리 집 뒷동산에. 아쉬운 대로 집에 있는 전지가위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 2년 전 한 번 길을 낸 적이 있어 조금은 수월하긴 하지만 그래도 수풀과 가시덤불, 잔가지들, 쓰러진 등걸들로 덮여있어 예전에 냈던 길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가시나무나 쓸모없는 덩굴들은 가차 없이 쳐낸다. 더군다나 이미 죽은 가지들이 내가 낼 길에 널브러져 있을 때는 주저함이란 일도 없다. 호기롭게 그렇게 전진하다 만난 분홍색 꽃, 바로 진달래꽃이다. 그녀는 건드릴 수가 없다.

우리들이 사는 보통 동네의 동산에 아주 흔하게 피는 진달래꽃, 하지만 꽃이 아닌가. ‘아름다움’이란 이름으로 봄을 알리며 내게 다가오는 꽃, 건드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 집 뒷산엔 거의 유일하게 진달래꽃 몇 그루가 꽃의 전부다.

그러니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진달래 가지 하나라도 건드릴 수가 있겠는가. 그 누구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고 했지 않은가. 다른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그녀를 피하여 돌아서 길을 낸다. 그곳에 있던 앰한 작은 가시나무 하나가 희생당한다.

이번 길 내기는 기존의 오솔길에 널려있는 잔가지의 가시나무들을 제거했다는 표현이 제일 적절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한 건 아니다. 동산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새 길을 조금 내기도 했다. 물론 이 길도 새 길이긴 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나무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낸 오솔길이다.

이 길은 이제 ‘나의 길(?)’이다. 물론 동네 사람 중 누가 올라와 걷는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럴 리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들은 농사일에 바쁜 이들이다. 나처럼 운동한다고 마을 뒷산으로 오를 만한 여유가 없다. 농사꾼들의 마을에서 거의 유일하게 농사를 안 짓는 사람, 그게 목사인 나 같은 인간(?) 아닌가.

남들이 걷지 않는 길, 이 길을 내며 미국의 시인 로보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중략)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프로스트만큼 심오한 건 아니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거의 나만이 걸을 길을 내며 현 시국을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누구도 안 가본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 모두 가고 있다. 그 어느 길도 실은 처음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결국은 이 생소한 길도 뒤돌아보면 가 본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추억에 잠겨 얘기할 것이다. 그 길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었다고. 진달래꽃은 도무지 건드릴 수 없었다고. 아무리 생경한 길에도 꽃은 피고 그 꽃은 살아남는다. 난 알았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성도는 그렇게 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문제는 향기를 내는 아름다운 크리스천 꽃인가라는 것을

 

   
▲ 김학현목사
김학현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5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