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노란 개나리가 지천이고 벚꽃이 만개하였다.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는 농부는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 모종에 부어주며 말없이 사랑을 전해 준다. 자연은 본연의 자리에서 소리 없이 봄을 외치고 있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에는 수없이 많은 생각이 있다. 그 생각들은 마음속에서 걸러지고 다듬어져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려가 깊은 사람과의 대화는 편안하고 기품이 느껴진다. 반면에 말이 생각과 행동을 앞서는 사람과의 대화는 불편하고 신뢰하기 어렵다. 침묵할 줄 모르고 쏟아내는 말들이 소음으로 여겨진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사람,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모함하는 사람, 부정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침묵보다 더 강한 항변은 없다.

어떤 내담자들은 종종 상담자에게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는 말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준비가 되지 않은 내담자에게는 이른 직면이나 분석이 상처가 되기 쉽다. 상담자의 많은 말로 상담시간이 채워지면 내담자는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가 외면당한다고 생각하여 소외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상담을 지루하게 여기게 된다. 상담자에게 침묵의 훈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묵 속에서 상담 과정의 중요한 해결 고리가 발견되기도 하고, 침묵하며 들을 때 내담자의 사고와 감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침묵은 금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침묵은 같은 형태를 지닌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때이다. 서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갑론을박에 앞서,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잠잠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기도와 소망이 금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12:36,37)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우리의 말로 판단하신다. 우리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우리의 인격이며 우리의 전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김화순

중앙연회 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