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의 영역에 있어 대표적인 학자라 할 수 있는 칼 로저스는, 진실한 상담자의 태도를 강조하면서 무조건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관심과 수용, 정확한 공감적 이해의 태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상담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명확하게 구성된 수용의 관계에 있어서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하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서 적극적으로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상담을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종종 성공적인 상담이란, 내담자들에게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만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오류를 낳기도 하고, 내담자들에게는 상담을 통해 신기한 마술같은 답을 얻게 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일어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상담자 또한 이러한 길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은 항상 정직할 필요가 있다. 상담의 현장에서는-상담실 안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는-무조건적인 수용과 공감적 이해가 불가능할 때가 다반사이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일어나는 전이와 역전이, 저항과 방어의 관계가 뒤얽혀 상담의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그러한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고 있고 서로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상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정직하면서도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내담자들은 종종 상담이 종결될 때까지 방어와 저항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종결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내면에 담아 두었던 것을 토로하기도 하고, 종결 회기에 그제서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거리며 감춰두었던 감정의 씨앗들을 슬며시 꺼내놓기도 한다. 그리고는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참 한심하죠?”와 같은 허무한 인사로 상담이 마무리된다. 상담실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허탈함만이 남아 서로 미진함을 앉은 채 살아가게 되고 만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에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철저히 제한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상담실에서는 뜨거운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겸손과 하나님이 이처럼 사랑하사 세상에 보내신 “그” 라는 존재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해야 한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이러한 시선이 필요하다. 비록 상담의 현장에서 서로를 절망시키는 과정과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만큼은 상담자의 우월을 드러내는 주관적 판단이나 심리학적인 분석이 아닌, “그” 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신비와 애정의 눈빛이 가득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듣겠다는 자비의 시선이 충만하게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한 채워짐의 공간 안에서 비로소 두 사람 간에 치열한 고민과 투쟁의 과정이 시작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칼 로저스가 말한 새로운 삶의 방향성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철저히 구조화되고 경계를 중시하는 상담실에서조차도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처절하고 친밀한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나 성장을 꾀할 수 없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우리는 지금, 참으로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다. 타인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일을 일삼기 보다는, 코로나19라고 하는 길고도 지리한 터널을 걷는 동안, 오히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말로가 아닌 손과 발로 온 마음을 다해 실천할 때이다. 주님께서 짊어지신 그 십자가 사랑의 무게를 절감하는 사순절 기간에 우리가 약할 때 강함이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봄으로 마침내 다시 살아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을 빚어내는 일에 우리의 무릎을 꿇을 때이다.

내 곁에 허락하신 사람들을 신이 베푼 사랑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수용하는 일, 그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김화순 목사 (중앙연회 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