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을 아시는지요?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서 주로 소리를 매개 삼아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섬세하고 반복적인 방법으로 들려줌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동영상입니다.

작년 언젠가 부터 아내가 매일 퇴근 후에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ASMR을 듣는 것을 보며 참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오죽 삶에 평화가 없으면 저런 걸 의지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몇 날 며칠 계속하여 듣는 모습을 보고는 왠지 제가 소외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해졌습니다.

한나의 남편 엘가나의 마음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에게 이르되 아내여 어찌하여 계속 들으며 어찌하여 귀를 막고 있으며 어찌하여 내가 아닌 유튜브에서 평안을 얻느냐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냐?”

3천 년 전 이스라엘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남자들은 참으로 주제 파악에 서투른 존재들입니다. 그래도 자존심상 인정하지 못했을 뿐, 제 외아들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그보다 못한 처지로 내 몰린 것을 이미 알기에 이왕 그렇게 된 거 이렇게 아이보다 더 유치한 투정이라도 부려 봅니다.

아무튼 그 동안 교회가 성도들의 삶에 참된 평안을 주지 못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부딪치고 성취하는 일들만 독려해왔고 교회 내에서도 쏟아지는 말들과 수많은 프로그램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만남들로 인해 깊은 평안을 누리지 못했었지요.

우리가 유대 전통의 안식일인 토요일이 아니라 주일에 예배드리는 것은 주님의 부활을 되새기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 날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재창조 되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부활하신 주님께서 가장 먼저 선사하시고 확인하신 것이 평안일진대, 교회가 세상과 각자의 삶에 평안을 공급해 주기는커녕 교회에서 조차 평안을 누리지 못한다면 주님께서 얼마나 크게 슬퍼하실까요.

늘 시끄러운 교회는 잠시의 적막도 견디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기어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활 예수께서 주시는 참된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교회는 이 또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느냐 마느냐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진정 부활예수와 함께 하는지, 우리가 진정 부활 생명이 주는 평안을 누리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격리를 야기한 코로나19로 인해 ASMR의 인기가 확연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아내도 더 이상 집에서 이어폰을 끼지 않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익숙했던 삶의 모든 소리들이 그 자체로 ASMR처럼 들리기 때문이겠지요. 마스크 속의 숨소리, 조심스런 인기척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아! 바람소리.... 그동안 여인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몰랐던 사실인데 봄바람에 소리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봄바람은 소리가 아니라 따스함과 꽃향기 머금은 손길로 와 닿는 다는 것을....

모든 주변의 소리가 ASMR처럼 들린다고 해서 우리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을까요? 모이는 예배가 줄어들고 교회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되었으며 이전보다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이 많아진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평안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오히려 분주함 속에서 그나마 잊을 수 있었던 평안의 부재가 더욱 부각되어 우리를 더 심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불안함과 불신의 ASMR 소리가 횡 한 바람소리처럼 사람들 사이를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로 크나큰 위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믿고 확신하듯이 우리는 분명 이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결국 극복 할 것이라면 이 크나큰 위기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우리의 믿음의 역사에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시기는 참된 신앙, 참된 평안, 참된 예배, 참된 교회가 무엇인지 깨닫고 분별해 낼 수 있는 기회로 신앙의 역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고요한 시절, 이렇게 사순절다운 사순절도 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부활 아침 무덤가에 있었던 여인들과 두려움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그 평안을 깊이 묵상합시다. 오늘 칼럼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겠습니다. 대신, 딱 3분 정도만 부활 예수의 음성을 들어봅시다. 침묵 가운데 눈을 감으시고 이 음성만 마음으로 계속하여 섬세하게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영혼에 참 평안을 주는 평안의 ASMR을 들어봅시다.

“이 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요한복음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