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다시 만세운동처럼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0년 03월 15일 (일) 01:18:47 [조회수 : 343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사순절 시작과 함께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진행하면서 봄을 느끼지 못한 채 그렁저렁하게 날들을 보낸다. 비로소 깨달은 것은 역시 예배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아무리 유튜브가 편리해도, 대형 TV로 실물보다 커다란 얼굴을 보더라도 예배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야 느낌이 산다. 너나없이 듣는 이야기 일 것이다.

  코로나19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우리 곁에 찾아와 조금씩 일상을 헤집더니 결국 안방을 차지한 호랑이처럼 무서운 위협이 되었다. 바이러스는 보이는 모습이 없지만 소문으로도 가장 위험한 실체가 된 셈이다. 그냥 무던히 사는 것조차 이리 소중한 지 새삼 느낀다. 평소에 소소한 일들마저 저리 귀한 줄 미처 몰랐다.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 덥석 맞잡고 반갑게 악수하는 일, 부담 없이 마트에 나가는 일,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숨 쉬는 일, 게으름을 부리더라도 학교 다니는 일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돌아보니 날마다 특별한 사건을 연출하던 일상이었다. 약간 더딜지는 몰라도 감염병의 기세는 조금씩 움츠러들 것이고 누구나 ‘그 땐 그랬지’라며 따듯한 뒷이야기를 나눌 날이 곧 올 것이다.

  물론 당장은 바이러스가 세계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중국 안에서 머물 줄 알았는데, 졸지에 대구에서 폭발성을 과시하더니 중동의 이란과 남유럽의 이탈리아로 번졌다.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나 일본과 달리 솅겐조약으로 26개 국가가 한마당으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럽연합(EU)은 거대한 코로나 불덩이가 튀고 있고, 이를 꽁꽁 걸어 잠근 미국의 마음은 초초해졌다. 바이러스는 모든 대륙으로 퍼지며 점점 붉게 물들이고 있다.

  결국 3월 12일 새벽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불리는 이 단어는 ‘대다수 사람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지역 확산’을 의미한다. 이미 독일 메르켈 총리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독일인구 60-70%에 대한 감염을 우려하였고, 뉴욕타임즈(NYT)는 미국이 위험을 방치할 경우 2억여 명 감염과 170만 명 사망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가 느낀 일상의 불편함은 너무 안일한 투정이었을까?

  그나마 다행한 것은 세계 여러 나라가 앞 다투어 한국 정부와 의료진의 현명한 대응을 칭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와 경북에서 느닷없이 퍼진 확진자수에도 불구하고 검사능력과 방역대책에 대해 “세계는 한국사례에서 배워야한다”고 평가한 장본인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다. 특히 독일 AFP 통신은 “코로나 모범국 한국은 민주적이지만 동시에 규율 잡힌 사회”라고 높이 추어 올렸다.

  중국의 경우 엄한 규율은 있으나 자율이 없었다. 우한을 봉쇄하고 천만 인구를 가두어 둘 수 있는 강한 정부는 언로를 막고, 이동을 금지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서유럽은 자유와 권리를 만끽하는 개인을 타율적으로 규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국민도 정부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도저도 못되는 나라들의 두려움은 지레 웃자라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남들의 장단에 맞출지언정 자화자찬은 쑥스러운 일이다. 칭찬과 격려는커녕 우리의 경우 언론은 코로나19의 국가적 재난에도 건건이 덜미와 발목을 잡아왔다. 게다가 바이러스와 대적해야할 상황에서 이념과 정파색을 앞세워 나보란 듯 재앙을 부채질하는 그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국민 대부분은 ‘민주와 규율’ 혹은 ‘자유와 자율’을 통해 한국인다움을 세계에 과시했으니 스스로 위로를 삼는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국민성이 만들어 질 리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동안 독립만세운동을 한 결과이다. 마치 기미년 3월 1일 만세운동 하듯, 1987년 6월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분노처럼, IMF 시절 금 모으기와 2002년 월드컵축구 응원을 통해 그리고 겨울광장을 빼곡이 채운 낱낱의 촛불로서 스스로 몸을 살라 단련해 온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처 흉내 내지 못한 역사적 경험들이다. 

  세계인은 한국인에게 얼마나 인간애가 있는지, 정부와 의료진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우수한지,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언로의 자유와 희망의 기운으로 가득한지 두고두고 지켜 볼 것이다. 그 결과로서 마침내 봄눈 녹듯 사라질 코로나19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런 미더움으로 이제부터 세계인들이 펼칠 독립만세운동을 응원한다.

  어느새 봄이다. 아직 꽃샘추위와 잎샘추위로 약간의 몸살은 불가피하지만, 눈부신 봄을 막을 수는 없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야생화일지라도 새싹은 저마다 땅을 뚫고 대지를 흔들게 마련이다. 바야흐로 모든 씨앗은 현재 독립만세운동 중이다.

송병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0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1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최웅석 (1.209.103.7)
2020-03-15 05:37:18
인간의 말로는 해답이 없다.

머리를 다리 사이에 처박고,

마냥 기다림이 답.!!!
리플달기
0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