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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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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3월 14일 (토) 02:23:54
최종편집 : 2020년 03월 14일 (토) 02:25:02 [조회수 : 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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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 주가 흘렀습니다. 지난 2월 23일 주일 오후 연습을 마지막으로 우리교회 성가대의 모든 찬양과 연습을 위한 모임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여 식당 운영 중지 다음으로 신속하게 결정한 사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가대석에서 오밀조밀하게 앉아서 열심히 침을 튀겨 가며 찬양하고 밀폐된 찬양대실에서 웃고 떠들면서 연습하는 환경이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 것입니다. 교회에서 성가대가 멈추게 되니 사순절에 음악을 금하였던 교회의 전통이 얼마나 진중한 마음과 포기 가운데 주님의 고난에 참여한 것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날, 그 다음 주 찬양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연습한 곡은 ‘빈 들에 마른 풀같이’였는데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로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김미선 작곡가가 찬송가 183장을 편곡한 곡인데 그 어떤 다른 편곡 보다 이곡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밝고 시원한 봄비 같은 멜로디를 새로 만들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원곡과 연결시켜 주었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좋은 편곡입니다. 연습할 때에는 어서 한주가 지나서 이곡을 함께 찬양하면 하나님이 심히 좋아하시고 성도들도 함께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미처 부르지 못한 채 벌써 삼 주가 흘렀습니다.

우리나라 찬송가의 제목은 가사 첫 줄의 첫 문장으로 정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 찬송가는 그렇게 얻은 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 찬송가의 우리말 제목은 아시다시피 가사 첫 문장 ‘빈 들에 마른 풀 같이’입니다. 반면 미국의 교회음악가 맥그라나한이 1882년에 작곡한 이 곡의 튠네임(Tune Name)은 ‘SHOWERS OF BLESSING/은혜의 소나기'입니다. 원래는 이토록 멋진 제목인데 가사의 첫 문장을 쓰다 보니 우리나라 찬송가에서는 정 반대의 의미를 가진 제목이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찬송가를 우리나라 말로 부르게 되면 ‘빈 들’이나 ‘마른 풀’ ‘시들은 영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체적인 느낌을 지배하게 되어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도 그렇게 흐를 때가 많습니다.

특히 후렴구에서 우리말 가사는 ‘가물어 메마른 땅에’로 시작하면서 마치 영혼의 메마름에 대한 탄식처럼 들려지는데 영어 가사는 이 부분에서 ‘Showers of blessing/은혜의 소나기’라는 가사가 펼쳐지고 그 중에서도 ‘Shower/샤워/소나기’라는 단어가 시원하고 길게 펼쳐집니다. 작곡가도 바로 그 음의 자리에 ‘Shower’라는 단어를 염두하고 이 곡을 작곡한 것이 분명해 보이기에 우리말 번역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더도 말고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부분만을 ‘Showers of blessing, showers of blessing we need’로 바꾸기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찬송과 완전히 다른 노래처럼 들릴 것입니다.

솔직히 오늘은 참, 칼럼이 잘 써지지 않습니다. 한국교회 찬송가를 위한 이야기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는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 마치 어불성설을 짜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괴감마저 듭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상관없습니다. 가사가 조금 달라도 상관없으니 어서 빨리 성가대의 찬양 소리가 다시금 교회를 가득 채울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럴 때는 ‘빈들에 마른 풀 같이’의 우리말 가사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우리는 아픔과 고난에 더 익숙한 민족인 것 같습니다. 그 때 마다 민초들이 견디어 내고 힘을 모아 어떤 시련도 잘 이겨냈으니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함께 하시면 이번 시련도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그 날이 오면, 미처 부르지 못했던 이 노래, ‘빈들에 마른 풀 같이’가 온 교회에 울려 퍼지게 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벅차오릅니다. 그 날이 오면 저는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 속의 주인공처럼 이 찬양을 지휘하며 은혜의 소낙비를 마음껏 맞고 커다란 감격을 마음껏 누리렵니다. 그리고 그 사실도 마음껏 누리겠습니다. 함께 찬양하는 것이 은혜였으며 함께 드리는 예배야말로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 탈출구였다는 것을!

*음악듣기: ‘There Shall Be Showers of Blessing’  https://youtu.be/IrDwO0TQW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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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석 (1.209.103.7)
2020-03-14 21:57:58
참 모범적 예배.!!!

성경 해석 --> 찬송가.

하나님나라 = 찬양 뿐.(목사들 하나님 앞에서 문자 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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