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교회 장로님께서 운영하시는 카페에 가보니 평소에 북적거렸던 손님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첫 손님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솜씨 좋으신 장로님은 갖가지 수제청도 제작해서 판매하시는데 장사는 안 되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면역력에 좋다는 생강청 주문은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생강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지만 김치의 양념재료로 섭취하거나 고기요리를 할 때 잡내를 없애는 향신료로 사용하는 정도이지 직접 청을 만들거나 차를 만들어 마신 적은 없었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뉴욕에서 살 때가 지금보다 생강섭취량이 더 많았다. 뉴욕의 마트에서 진저에일(GingerAle)이라는 음료수를 자주 구입해서 먹었기 때문이다. 진저에일은 생강으로 만든 탄산음료이다. 은근한 단맛과 생강향의 탄산 맛이 콜라보다 더 맛있어서 자주 마셨다. 왜 한국에는 이 음료가 보편화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한국인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음료였다.

생강의 원산지는 인도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추정된다. 인도의 오래된 의학 서적 <아유르데바>에는 생강을 ‘신이 내린 치료제’, 곧 만병통치약으로 적고 있고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정력제로 등장한다. 실제로 ‘ginger’라는 단어에는 ‘정력’ ‘원기’라는 뜻이 있고, 동사로 쓰이면 ‘원기를 북돋다’가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소화제로 사용했고 고대 로마인들은 식중독 해독제로 이용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5세기 이전부터 생강을 재배해왔는데 <논어>의 향당 편에는 공자가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는 생강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 약 1300년 전 신만석(申萬石)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건너가 봉성(鳳城)현에서 생강 뿌리를 얻어와 지금의 전라남도 나주, 황해도의 봉산에 심었으나 재배에 실패했다고 한다. 중국 봉성현과 이름이 비슷한 봉상(현 봉동)으로 내려와 심은 결과 재배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봉동읍(전북 완주)은 충남 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생강 생산량의 90%를 넘을 정도로 대표적인 생강 생산지이다.

생강의 주성분이자 맵싸한 맛을 내는 것은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이라는 성분이다. 이 성분들은 말초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는 작용을 한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떨어지고 체온이 1도 오르면 면역역이 5배로 오를 만큼 체온 유지가 중요한데 생강의 이러한 성분들이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려 몸이 으스스 춥고 코가 막히고 열과 두통이 있을 때 생강차를 마셔 땀을 내면 상태가 좋아진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수족냉증이나 생리통증도 해소해 준다.

그런데 최근 진저롤과 쇼가올이라는 성분의 항암·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르면서 생강은 암을 이기는 음식의 하나로 재평가 받고 있다. 진저롤은 대장암 세포를 현저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난소암 세포의 자연사를 유도하는 항암작용 및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치가 암을 이기는 대표 식품으로 꼽히는 데는 고추·마늘 등과 함께 생강의 이 같은 성분이 가미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또 쇼가올이란 매운 성분도 신경계 종양세포의 성장 억제기능이 있다고 한다. 또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식욕을 좋게 하고 소화흡수를 돕우며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도 할 뿐만 아니라 항균 효과 또한 뛰어나다.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먹는 것은 소화와 항균을 같이 돌보는 것이다.

마트에서 생강을 구입하려고 보면 국산생강과 중국산생강이 눈에 보인다. 가격차이는 크게 없지만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국산은 흙이 묻어있지만 중국산은 깨끗하게 세척이 되어서 판매된다. 수입 농산물의 경우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어 세척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국산은 진한 황토색을 띠면서 대부분 겉이 울퉁불퉁하지만 중국산은 연한 갈색으로 알이 굵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매끈한 편이다. 성분의 차이는 거의 없겠지만 맛의 차이는 약간 있다. 국산은 매운맛이 강하면서도 약간 단맛이 있지만 중국산은 아린 맛이 강하고 쓴맛이 나기도 한다.

가정에서 생강을 보관할 때는 신문지로 싼 다음 냉장고에 넣는다. 껍질을 벗겨 먹기 편하게 썰거나 믹서에 갈아 유리병에 담아 냉동보관하면 오랫동안 두어도 변하지 않고 활용하기 간편해 좋다.

몸에 좋은 생강차를 한번 끓여보자. 물 2리터에 깨끗이 씻은 생강 500g을 3-5mm두께로 잘라 넣고 중불에서 1시간 동안 달여서 마신다. 생강의 매운 맛을 내는 진저롤 성분은 1시간을 달여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찬물 2리터를 넣고 가스레인지 중간 불에서 30분 동안 달이면 100ml 생강차 1잔에서 324mg의 진저롤이 나오는데 한번 달인 생강을 30분을 더 끓이면 처음보다 많은 478mg의 진저롤이 나오기 때문에 1시간 달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 그 이상 달이면 효과가 떨어지고, 또 열을 지나치게 가하면 다른 성분으로 변형되거나 파괴된다.

생강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치질이나 위, 십이지장궤양 등 출혈하기 쉬운 병이 있는 사람, 불면증인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소량을 섭취하고 임산부의 경우 하루 1잔 이상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혈압 환자들은 생강차를 오래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혈압 상승에도 도움이 되지만 혈압이 높은 사람은 많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들이 좀 더 많아진 요즘, 생강으로 맵싸한 생강차를 끓여서 마셔보자.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면역력을 높여서 바이러스를 이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