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이라고, 성경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합니다. 너무나도 지당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오용되는 경우를 많이 접합니다. 특히 성서무오설이나 축자영감설을 지지하는 근본주의적 성경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본인 설교의 권위를 높이거나 성경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켜 내기 위해 이 표현을 자주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분들은 본인의 성경관과 정 반대의 다른 이야기를 그토록 목 놓아 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늘 새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살아있기에 상황에 적응하며 성장합니다. 또한 우리는 살아있기에 새로워집니다. 반대로 성장적 변화를 거부하나 포기하며 생각지 못한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늙어간다’라고 말합니다. 숨을 쉰다는 것 또한 지금 현존하고 있는 곳과 연관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의심되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공기가 맑은 곳에서는 마음껏 가슴을 여는 것처럼 말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성경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우리가 성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진리의 힘으로 수호되는 것이지 감히 불완전하고 연약한 우리가 지켜내고 보호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성경 말씀을 하나님의 선물로 소중히 여기며 잘 사용하고 마음껏 즐거워하면 됩니다.
성경은 그 생명력이 깃들어야 할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시대 속에서 생명을 꽃피우고 새로워집니다. 그렇게 성경은 매일매일 새롭게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경을 의지하며 살 듯, 성경도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진정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가 성경의 생명력을 받아들여 창조적으로 사용할 때 성경은 다시금 살아나는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습관적이고 무조건적인 아멘이나 우리의 대답이 없을 때 성경 말씀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예’라고만 대답하면 대화가 멈추고 말지요.
전도사 시절 목사 안수를 위해 품행심사를 하는데 점심시간 전이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다른 전도사님 한 분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그 전도사님은 대기실에서 제게 말씀하시길 최대한 알은체하지 말고 겸손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함께 대여섯 분의 목사님 앞에 섰습니다. 그 전도사님께 질문이 먼저 던져졌습니다. “자네는 지금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전도사님은 씩씩하게 대답하셨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질문하신 목사님은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내가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질문하는 거라네, 한국교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 보게” 전도사님은 또 다시 우렁차게 대답하셨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오, 주여! 그때부터 그 엄숙한 순간에 웃음을 참기 위해 제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세 번째 질문에 이르러 전도사님은 기상천외한 대답을 하셨고 결국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그 인연으로 저는 전도사님의 순수함에 반해서 친구가 되었고 전도사님은 지금 목사가 되어 매우 활기차게 청소년 목회를 해 나가고 계십니다. 적절한 예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성경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아멘’은 문자로써의 성경에 대한 습관적인 아멘이 아니라 성경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이며, 우리를 향한 선물이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말 걸어오심’이라는 사실을 향한 ‘아멘’으로 늘 품고 계시면 됩니다.
맹목적인 아멘이 아니라 우리의 대답을 통해, 그리고 성경이 생명의 뿌리를 내린 우리의 삶을 통해, 성경은 단순한 문자에서 빛을 머금은 생명이 되어 진정 살아나게 됩니다. 성경은 우리의 삶을 진정 살아있게 하는 도구가 되어줍니다. 우리는 성경의 언어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우리의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을 읽고 표현합니다.
너무 장황했나요? 한국교회에 성경에 대한 오해가 깊은 것 같아 설레발을 쳤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성경은 우리의 삶과 상황 속에서 늘 새롭게 읽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아는 한 성경을 생명력 있게 읽고 사랑하였으며 성경을 통해 그가 살던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자메이카 출신 레게 가수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성서가 말하는 것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이미 성서를 읽지 않기 때문에 내가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 이 노래를 지어내게 하고 강하고 힘차게 만든 것은 바로 성서인 것을!”
‘밥 말리와 성경’이라는 책을 쓴 딘 맥닐(Dean MacNeil)은 “밥 말리는 단지 성경의 구절을 그의 노래 가사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해석하고, 오늘날의 모든 투쟁과 연관성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밥 말리의 노래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No, woman, no cry’는 시대의 명곡입니다. 저는 감히 이 노래를 ‘희망의 그루브로 노래하는 우리시대의 수난곡’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그날 밤 킹스턴 트렌치타운 청사 마당에서 통나무에 불을 붙여 주고 함께 옥수수 죽을 나누어 먹었던 조지는 왜 이리 눈물겹도록 친근한 것일까요? 아마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밥 말리에 의해서, 그리고 지금 이 노래에 감동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살아난 ‘하나님의 말씀’ 말입니다.
No, woman, no cry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눅 23:28
No, woman, no cry;
아니요, 여인이여, 울지 마세요!
I remember when we used to sit in the government yard in Trenchtown.
우리가 트렌치타운 청사 마당에 앉아있던 일이 생각납니다.
Oba - obaserving the hypocrites,
위선자들을 바라보면서요.
As they would mingle with the good people we meet.
우리가 만났던 좋은 사람과 뒤섞여 있을 때요
Good friends we have, oh, good friends we've lost,
오, 우리의 좋은 친구들, 그 좋은 친구들을 우리는 잃어버리기도 했죠.
Along the way, yeah!
그런 와중에 말이에요!
In this great future, you can't forget your past;
이 위대한 미래에 당신의 과거는 계속 기억될 것입니다.
So dry your tears, I seh, yeah!
그러니 눈물을 닦으세요.
No, woman, no cry;
아니요, 여인이여, 울지 마세요.
Said, I remember when-a we used to sit, in the government yard in Trenchtown.
난 말했었지요. 우리가 트렌치타운 청사 마당에 앉아있던 일이 생각납니다.
And then Georgie would make the fire lights,
그때 조지가 불을 지폈습니다.
As it was logwood burnin' through the nights.
통나무는 밤새도록 타올랐죠.
Then we would cook cornmeal porridge,
그리고 우린 옥수수 죽을 끓였습니다.
Of which I'll share with you;
당신과 함께 그것을 나눌꺼에요.
My feet is my only carriage,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발뿐입니다.
So I've got to push on through.
그래서 나는 힘차게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But while I'm gone, I mean:
하지만 내가 떠나있는 동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 now!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