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20편의 음식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내가 병행한 것이 있다면 그 주에 소개하는 음식을 한 주 동안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 동안 글의 주제가 되었던 음식들이 꽤 여러 가지였다. 김밥, 볶음밥, 수제비, 곰탕, 미역국, 동파육, 김치찌개, 등등 수요일에 올리는 글의 주제가 된 음식들을 글을 쓰기 전에 한 주간 동안 거의 매일 만들어 먹어 보았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느끼는 것들과 배우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글을 쓴 이후로 요리 실력이 조금씩 더 늘어서 이제는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도 어렵지 않게 한상을 차려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교제하는 모임이 있다. 선배, 친구, 후배 총 6명이지만 한 분은 멀리 외국으로 가서 현재는 5명이다. 이 모임은 좋은 선배님을 중심으로 그 분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의 멤버들은 내가 당당뉴스와 바이블25에 매주 수요일마다 음식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음식을 만들면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분들이다.

분기마다 한번 정도 모여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교제를 하는데,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모이게 되었다. 때마침 멤버 중에 내 친한 친구의 생일이 어제여서 겸사겸사 생일축하모임을 하기로 했고, 점심에 모였는데 음식은 내가 직접 요리해서 대접하였다. 요리하며 음식칼럼을 쓰는 이가 직접 해주는 요리를 궁금해 하기도 했고, 나 또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으로 직접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다.

특별히 생일을 맞은 이가 친한 친구라서 정성을 다해 상을 차렸다. 최근 몸과 마음이 힘든 일들을 경험한 것을 알고 있기에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해 주고 싶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고 마음 다해 축하해 줄 때 기쁨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알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메인메뉴는 3주전에 소개했던 동파육이다. 오겹살을 재료로 하는 동파육과 더불어 돼지 앞다리 살로 수육도 만들고 생일상에 어울리는 미역국과 잡채 뿐 아니라 두부김치와 영양부추샐러드도 준비했다.

약식 동파육이 아닌 제대로 된 동파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향신재료인 팔각과 중국간장 노추(노두유)를 어렵게 구해서 장장 4시간동안 만들었다. 소흥주라는 중국술은 구할 수가 없어서 고량주를 구해 넣었다. 팔각의 독특한 향이 나는 동파육은 젤리처럼 부드러웠고 맛이 있었다. 맛본 손님들 모두 처음 먹은 음식이라고 한다.

앞다리 살로 만든 수육은 후에 동파육 소스를 발라서 팬에 구은 후 잘라 내 놓았다. 미역국은 여러 번 끓여보았기에 자신이 있었다. 참기름에 미역을 달달 볶다가 쌀뜨물을 부어 충분히 끓여주고 액젓으로 간을 맞추니 깊은 맛이 난다. 잡채는 처음 해보았지만 그럴 듯 했고, 신 김치를 들기름에 볶은 후 두부와 함께 내놓은 두부김치와 영양부추샐러드도 괜찮았다. 모든 음식을 먹고 생일 맞은 이를 위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불러준 후 케이크와 딸기, 커피와 ABC주스로 마무리했다.

내가 사는 이천은 한정식이 워낙 유명한 도시라서 손님이 오시면 주로 한정식 집에서 대접하게 되는데 한 사람당 16,000-20,000원가량 들기 때문에 5명을 접대하려면 거의 10-12만 원 정도 밥값이 지불된다. 반면 직접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면 식비는 절반 이하로 아낄 수 있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시간과 수고가 들지만 좋은 벗들을 대접하는 기쁨이 있다.

처음으로 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음식과 분위기가 괜찮았는지 앞으로도 우리 집에 모이자고 하며 재료비를 낼 테니 음식을 해달라고 한다. 나도 좋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도 좋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하는 즐거움도 크기 때문이다. 정성을 다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강력한 환대의 표현이기에 내게 환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감사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대화하는 기쁨도 컸다.

헤어진 후 카톡으로 감사의 문자가 왔다.

“너무나도 풍성하고 즐거웠습니다. 일반 음식과 요리의 차이를 오늘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멋진 하루 선물해줘서 고마워”
“오늘 즐거웠어. 행복한 입맛이었네.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마음속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교회의 성도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이렇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보는 것이다. 어려움을 당했거나 축하해 줄 일이 있는 성도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목사가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축복의 기도를 해준다면 정말 감동적일 것 같다.

아무튼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에는 기쁨이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