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농원>은 장호원에 있는 친구의 과수원
'햇사레'라는 이름의 복숭아는 천하일품의 복숭아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배는 다른 곳보다 늦게 수확이 되어
올해는 맛을 볼 기회를 놓지고 말았다.

열매를 다 떨군 나무는 빈 봉투만 가지 끝에 달고
눈에 띄는 낙과는 좋았던 한때를 서러워하는듯  

아! 민들레
하얀 홀씨를 가득 머리에 이고 |
언제, 어디로 갈지를 생각하고 있는가?

봄엔 화사한 복숭아꽃으로 하늘을 수 놓고|
목마르게 기다리던 여름을 단물로 채우더니
우리를 기쁘게 한 가을도 잠시
저장이 힘든 햇사레 복숭아는 그래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늘에 걸린 소나무와 반송을 보면서
친구는 말한다. "99 88 석포사.."라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석양에 포도주를 마시며 죽는다"는 뜻이란다.

석양이 아름답다는 자랑끝에 화제는 죽음으로 달려도
우리는 담담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좋은 친구 있고, 술 있고, 대화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랴?

"무슨 차를 드릴까요?"
안주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맥주요!"했더니
삽시간에 냅킨 위 컵에 시원한 맥주가 채워진다.

죽방(멸치)을 양념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처음이지만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맥주로 이미 배를 채웠는데 점심을 먹으란다.
포도주를 붓고 볶은 양념쇠고기는 입 안에서 스르르 녹고
밤밥에 걷절이는 포식인줄 모르게 해서 자꾸 먹게 한다.

일단 분위기 좋고, 음식이 좋고, 따뜻한 대접을 받으니
마냥 날아갈 듯, 몸이 공중에 뜬다.

참새 방앗간 못지나가듯 음향기기 있는 걸 알아 풍악을 울리고
소화제 삼아 목청껏 노래 몇 곡을 불렀다.

너무나 잔디가 예뻐
내년 정희가 오면 이 잔디에서 파티를 열어볼까?
이벤트에 재미를 붙인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낸다.

차양을 치고, 음식은 뷔페로 하고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이왕 자리가 좋으니 정희와 BJ결혼 49주년을 기념하는 파티를
사모관대에 족두리 쓰고 한국정통혼례식으로 해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만 해도 즐겁고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 같아 싱글벙글

좋은 친구 있고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주니
이래서 나는 자꾸 솟대농원에 가고 싶은 것이다.

아서라.....
그래선 안되겠지.
정도껏 폐 끼치고 정신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