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강원도 양양에 첫 목회를 나갔을 때였다. 강원도가 고향인 아내의 외가쪽 먼 친척이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어서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메뉴는 일반적인 집밥메뉴로 김치찌개와 밑반찬들이었다. 그런데 김치찌개에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이 들어있었다. 찌개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개구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겨울잠 자고 있는 개구리를 잡아서 말려놓은 것을 찌개에 넣었는데 아주 맛있다고 하면서 먹어보라고 권유한다.

나와 내 아내는 너무 놀라고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귀한 것이라고 권유하며 대접해준 것이라서 용기를 내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먹을 자신이 없었다.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니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못 먹느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친척분의 5살짜리 어린 손자도 찌개에 들어있는 개구리를 뜯어먹으며 아주 맛있다고 한다. 그날의 개구리 김치찌개는 내게 굉장히 충격적인 음식이었다. 삶의 자리에 따른 식습관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김치찌개를 먹을 때면 그날 보았던 개구리 김치찌개가 가끔씩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김치찌개를 먹었을까? 궁중에서는 김치찌개를 ‘김치조치’라고 불렀다. 김치는 소금과 술지게미, 초, 술 등에 채소를 절여 만들다가 조선 중기인 1600년 후반에 고추가 유입되면서 지금과 같은 김치가 되었으므로, 김치찌개는 고추를 이용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아마도 김장김치를 생식으로만 먹기 싫을 때, 또는 먹다 남은 김치나 시어진 김치를 이용하는 방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400년의 역사를 지닌 김치찌개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 중에 하나이다. 아마도 가장 선호하는 음식과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또한 김치찌개일 것이다. 입맛 없을 때 김치찌개를 끓여 흰밥에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맛있게 잘 익은 김치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다. 돼지고기, 참치, 꽁치, 고등어, 등갈비, 어묵, 햄, 양미리, 순두부, 콩나물, 굴 등 웬만한 재료들은 김치찌개에 넣어 끓일 수 있다. 또한 그만큼 김치찌개를 끓이는 비법들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한 재료와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종류의 김치찌개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레시피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유명한 김치찜 맛집 ‘한옥집’의 레시피이다. 서대문에 갈 때마다 종종 찾아가서 맛있게 먹은 이 집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소개된 집으로 사장인 윤철씨는 김치찌개의 대가로 이름이 났다. 작년에 한 방송에서 연매출 18억 맛집으로 소개되며 알려진 레시피인데, 이대로 만들어 보니 정말 맛이 있었기에 소개해 본다.

신 김치 반포기(800g)는 5~6cm 길이로 썰고 비계 붙은 앞다리살(또는 뒷다리살) 400g에서 비계와 살코기를 분리한 후 살코기만 1cm 두께로 썰고 돼지비계는 잘라서 센 불에 20분간 삶아야 한다. 이어 삶은 돼지비계를 자른 후 사골 육수 1컵을 넣고 믹서에 간 다음 냄비에 간 돼지비계를 넣고 김칫국물 1컵, 고춧가루 3 큰 술, 소금 1 큰 술, 설탕 1 큰 술을 넣고 10분간 끓여 양념을 만들면 된다. 이후 큰 냄비에 양념과 손질한 신 김치를 넣고 센 불에 5분간 볶은 다음 용기에 옮겨 담아 12시간 동안 숙성한다. 12시간 숙성 시킨 볶음 김치, 사골 육수 5컵, 손질한 앞다릿살, 고춧가루 4큰 술을 넣고 10분간 끓인 후 양파 30g, 채 썬 파 60g, 멸치가루 1 작은 술을 넣으면 완성된다.

이 대박 김치찌개 레시피의 비법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는 김치가 잘 쉬어야 한다. 적당히 잘 익은 김치가 아니라 제대로 쉰 김치로 끓여야 맛이 탁월해진다. 둘째는 돼지고기의 비계를 따로 삶는 것이고, 셋째는 믹서에 간 돼지비계와 사골육수, 그리고 양념을 넣어 끓인 김치를 12시간 숙성시킨 뒤 끓이는 것이다. 믹서에 돼지비계를 가는 작업이 귀찮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여기에 고추나 청양고추, 간 마늘과 두부를 추가해서 끓이면 더 풍성해진다. 볶음김치를 한 번에 많이 만들어놓고 김치찌개가 생각날 때마다 육수에 넣어서 먹으면 편리하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한국 사람은 김치 없이는 못산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400년 이상 김치를 먹어왔던 우리 민족의 입맛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이어졌기에 김치만 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걱정할 것이 없다. 집집마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나름의 방법들이 있지만 이렇게 맛으로 검증된 레시피를 따라 한번 만들어 본다면 훨씬 더 맛있는 김치찌개를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김치찌개에 웬만한 것들을 함께 끓일 수 있지만 개구리는 절대 시도하지 말자. 겨울잠 자는 개구리를 잡거나 먹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