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참았던 하늘이 하얀 눈꽃을 원 없이 피워낸 2월 중순의 맑은 날입니다. 아랫녘에서는 바람꽃, 복수초, 매화 소식에 소복하게 얹힌 봄눈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아직 차가운 경기도지만 곧 당도하겠지요. 설렘을 가득안고 기다립니다.

‘두루미꽃’!! 전국각지 높은 산 나무아래 삽니다. 당연히 반그늘이겠지요. 잎은 두 장으로 어긋납니다. 꽃은 줄기 끝에 스무 송이 남짓 모여 피고요. 잎이 펼쳐진 모양이 학의 날개 같고 모여 핀 꽃모양이 고개를 쳐든 학의 머리 같아 얻은 이름입니다. 커다란 무리를 지어 살아갑니다. 모여 있는 모습도 겨울 철새 두루미를 닮았지요. 태백산, 함백산, 소백산에서 만났습니다. 크기가 전체적으로 큰 ‘큰두루미꽃’은 울릉도에만 있습니다.

한쪽으로 삐딱하게 짝다리로 서 있는 모습은 건방지게도 보이지만 얼마나 당당한지요. 푸르름이 절정인 초여름, 날기라도 할 듯 초록 날개를 활짝 펴고 있습니다. 두 장인 도톰하고 반질거리는 잎과 하얀 꽃송이는 군더더기 없는 산뜻함과 깔끔함의 정수를 보는 듯합니다. 절제미가 우아함의 전부라 우기는 작디작은 두루미의 기품어린 항변을 올해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