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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정치가의 애민요리(愛民料理) 동파육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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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2월 11일 (화) 22:27:10 [조회수 : 4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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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뉴욕에서 공부할 때 한 집에서 룸메이트로 지냈던 동생부부가 몇 년 만에 두 아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뉴욕의 살인적인 집세를 아끼기 위해서 함께 지냈던 이들은 이제 나름 잘 나가는 색소폰과 피아노 뮤지션들이다. 당시는 신혼부부였는데 이제는 9살과 7살 두 아들의 부모가 되었다. 귀한 손님들에게 무슨 음식을 대접할까 고민하다가 몇 가지 메뉴를 정했다. 메인 메뉴는 동파육(東坡肉)이다.

동파육은 껍질이 붙은 돼지고기 오겹살을 삶아 눌렀다가 긴 네모꼴로 잘라서 대파· 간장· 설탕· 팔각, 소흥주(중국 소흥지방의 발효주) 등을 함께 넣고 노릇노릇하게 조린 중국의 대중적인 찜요리 중 하나이다. 약한 불로 오랜 시간 조린 동파육의 특징은 쫄깃한 껍질과 부드럽고 연한 고기의 식감이다.

동파육(東坡肉)은 동파(東坡)의 육(肉)이라는 뜻이다. 동파(東坡)는 불세출의 시인으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한 사람인 소식(蘇軾)의 호이다. 종합 예술인이었던 소동파는 시인일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서예 전문가들에게 칭송받는 서예가이자 중국 문인화풍을 확립한 화가요, 공자의 사당에 함께 위패가 안치될 만큼 존경받는 유학자이며, 백여 가지에 달하는 차와 술, 요리를 개발해서 동파주경(東坡酒經)이라는 책까지 쓴 요리전문가요 미식가였다. 특히 소동파는 돼지고기 예찬론자였다. 그래서 동파육(東坡肉)의 육(肉)은 그가 사랑한 고기 즉 돼지고기이다.

그는 1080년 44살 때 호북성 황주(黃州)로 유배되었다, 유배 중이었지만 천성이 낙천적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직접 돼지고기를 요리하여 친구들과 맛을 보곤 했는데, 그가 좋아하고 자주 해 먹었던 요리는 홍소육(紅燒肉)이었다. 홍소육은 고기에 기름과 설탕을 넣어서 볶은 후 간장을 넣고 오래 익혀서 검붉은 색이 나도록 하는 중국의 요리법이다. 황주에서 그가 쓴 식저육시(食猪肉詩)라는 시를 보면 그의 돼지고기사랑을 알 수 있다.

항저우의 맛 좋은 돼지고기
값은 진흙처럼 싸지만
부자는 거들떠보지 않고
가난한 이는 요리할 줄 모르네
적은 물에 돼지고기를 넣고
약한 불로 충분히 삶으니 그 맛 비길 데 없어
아침마다 배불리 먹네
그 누가 어찌 이 맛 알리오

동파육은 홍소(紅燒)요리의 최고봉이다. 소동파의 동파육이 호북성 황주(黃州)가 아니라 절강성 항주(杭州)의 명물 요리로 알려지게 된 것은 1090년 그가 항주의 태수(지금의 시장)로 부임을 하게 된 이후이다.

그가 태수로 부임해서 항주에 오자마자 본 것이 바로 서호(西湖)였다. 당시에 서호는 항주 주민들의 식수원과 또 운하를 담당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충지였는데 과거에 이름난 아름다운 호수가 아니라 옛 흔적만 남은 진흙 시궁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동파는 백성들을 동원하여 호수 정비 사업을 했다. 이 때 호수의 진흙으로 만든 제방이 아직도 서호10경의 하나로 꼽히는 소제(苏堤)이다.

당시 백성들은 서호가 풍광도 좋아지고 넉넉한 저수량으로 풍년을 이루게 되자 소동파의 서호 정비 사업을 칭송하였는데, 동파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설날에 너나 할 것 없이 돼지고기를 선물로 보내게 된다. 가뜩이나 습하고 더운 항주지역에서 선물로 들어온 돼지고기들이 계속 썩어 나갔다. 어차피 혼자서 먹기에 곤란한 양이었던지라 소동파는 그 고기를 서호 정비 사업에 동원된 백성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의 요리법을 집안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네모나게 썰어서 약한 불로 익히고 술과 함께 백성들에게 줄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술과 함께 줘라"(连酒一起送)는 말을 "술과 함께 조려라"(连酒一起烧)고 듣고는 술과 고기를 함께 넣고 조리하게 되었는데 그 요리의 맛과 향이 더할 나위 없는 것이 되었던 것이다. 실수로 만든 음식이 더 훌륭한 음식이 된 셈이다.

백성들을 생각하는 소동파의 어진 마음에 감동했던 사람들은 이후에 소동파의 이러한 애민정신(愛民料理)을 기리기 위해서 소동파의 호인 동파를 빌려서 이 돼지고기요리의 이름을 동파육(東坡肉)이라 짓게 된다. 백성을 사랑했던 한 시인 정치인의 어진마음과 또 이 마음을 알아주는 백성들의 마음이 모여 바로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요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동파육은 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날 제대로 된 항주식 동파육을 맛보려면 고급 중국요리 집에 가거나 중국 항주를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굉장히 다양한 레시피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동파육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동파육에 꼭 들어가야 하는 소흥주라는 중국술 대신 청주나 소주, 또는 맛술을 사용하면 되고, 팔각이라고 하는 향신료와 노추라는 중국간장도 마트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동파육은 일반적인 수육 삶기 이후에 잘라진 고기의 여섯 면을 기름에 튀기고 간장과 노추, 설탕과 술로 섞여진 소스를 넣은 물로 2시간 이상 은근히 삶아주는 과정이 추가로 요구되기 때문에 전체 요리 시간이 거의 3시간 정도 요구되는, 정성과 느긋함이 필요한 요리이다. 동파육과 어울리는 야채로는 청경채를 데쳐서 함께 먹거나 부추무침을 해서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단짠의 맛이 있는 동파육을 찾아온 후배부부와 꼬마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 찾아오는 귀한 손님들에게 특별한 메뉴를 대접하고 싶다면, 소동파가 백성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갖고 정성을 다해 만든 동파육을 대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소동파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항주의 주민들처럼 음식을 먹은 손님들은 대접한 이의 정성에 분명히 감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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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석 (110.70.58.6)
2020-02-12 07:43:20
하나님 여호와 야훼 예수님 성령님을 '주님'으로 표현하는 자를 경계.
( '주님'이 지 육체의 아버지를 표현도 있고, 육체의 아버지하나님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을 '예수'라 반말한 놈은 삯꾼.

예수님을 '예수'로 하대하면 = 자기를 예수로 착각하는 생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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