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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과 별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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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2월 07일 (금) 23:53:16 [조회수 : 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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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저는 하란 땅의 아브라함처럼 갑작스레 익숙한 것들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광야 길을 걷고 있는 아브라함처럼 어느 때 보다 하나님과 친밀하게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경은 약속의 땅을 향한 아브라함의 광야 길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창세기 12장 4절과 5절이 담담하게 그 오랜 광야의 여정을 함축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저에게는 그 한 구절이 어떤 울림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그 울림을 따라 약속의 땅을 향한 그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의 여정을 상상해 봅니다. 그런데 왠지 고되고 험한 이미지 보다는 그의 생애 어느 때 보다 광야 길 가운데서 하나님과 가장 친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 않던가요? 무언가가 손에 잡히기 전, 아무런 보장이나 확신이 없음에도 한 꿈을 꾸며 서로를 향한 신뢰를 가지고 함께 나아갈 때가 가장 친밀한 상태이듯 말입니다. 남녀 간의 경우라면 결혼 약속을 하고 평생 함께 할 삶을 꿈꾸는 시절이 그 때일 것이고, 우정의 경우라면 풋내기 시절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세상과 부딪히며 함께 울고 함께 기뻐했던 때가 그 때일 것입니다. 동업의 관계라면 사업이 함께 고생하며 맨발로 뛰었던 그 시절이 가장 친밀했을 때 이지요. 오히려 사업이 성공하고 나서 관계가 틀어진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아무튼 무언가 익숙해지고, 무언가 손에 잡히고, 무언가를 소유하면 그만큼 사람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함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기를, 하나님만 신뢰하고 나선 광야의 길과 같은 이 시기를 만끽하기로 했습니다.

 창세기 15장의 어느 날 밤, 하나님은 어느덧 ‘이만하면 되지 않았나’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브라함을 밖으로 이끌어 내셨습니다. “5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6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아브라함은 별을 보더니 한마디 말없이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에게도 5절과 6절 사이의 정적이 들리시는지요? 별을 봤을 뿐인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왜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주께서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린 자가 내 상속자가 될 것이니이다”라고 시니컬하게 반응하던 아브라함이 별을 보더니 갑자기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일까요?

 저만의 상상이긴 하지만, 아브라함은 하늘을 우러러 별을 보았을 때 하나님과 동행하며 광야 길을 걸었던 그 때를, 어느 때 보다 하나님과 친밀했던 그 시절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보이는 것이라고는 별 밖에 없었던 광야에서 그는 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들을 보며 하나님을 신뢰하며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이 이루어 주실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하나님과 함께 광야 길을 걸었습니다. 거할 곳 없었고 이룬 것 없었지만 그 때야 말로 그의 인생 어느 때 보다 하나님과 친밀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어느덧 약속의 땅에 이르게 되자 사람들이 보였고, 땅이 보였고, 가진 것들이 보였고 삶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봐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자신도 모르게 그는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라함을 누구보다 잘 아셨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셔서 다시금 별을 보게 하셨습니다. 5절과 6절 사의의 정적이 흐릅니다. 별들을 가득 품은 눈물방울이 또르르 흐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믿었고, 하나님은 이를 그의 의로움으로 여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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