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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충견, 진돗개 한라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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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2월 06일 (목) 02:36:29 [조회수 : 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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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함께 사는 동물이 좀 있다. 개 한 마리, 암탉과 수탉이 한 마리씩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밖에서 들어와 터를 잡고 사는 서른 마리의 고양이가 서로 어울려 살고 있다. 덕분에 나는 멀리가지 않아도 마당에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곤 한다. 그 중에 오늘은 서열 꼴찌 진돗개 한라를 소개하고 싶다. 

음성에 내려온 지 어느덧 8년째다. 마흔 초반에 내려와서 올해로 이제 막 오십 문턱을 넘어섰다. 세월은 자신의 나이 숫자만큼의 속력으로 달린다고 하는데 그 말이 갈수록 실감된다. 8년의 세월만큼 나의 충견인 진돗개 한라는 나와 함께 했다.

이곳에 정착을 시작할 때, 농촌이 좋아 선택하여 내려왔지만 초반에는 농촌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다. 문을 꼭꼭 닫고 지냈던 도시와는 달리 농촌의 문들은 허술했다. 대문은 한쪽이 망가져 반만 닫힌 채 있었고, 담장은 낮아서 맘만 먹으면 아이라도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높이였으며, 닭장으로 난 문은 휑하니 뚫려있어 어스름히 저녁이 다가오면 괜히 불안해졌다. 그런 나의 사정을 아시는 목사님이 태어난 지 1년 된 지금의 진돗개 한라를 선물로 주셨다.

본래 진돗개는 첫 주인 외에는 잘 따르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라는 나와 함께 할 운명체였는지 오자마자 마치 나를 첫 주인처럼 잘 따랐다. 착하고 순하며, 생김새가 늑대마냥 잘 생겼다. 얼굴이 커서 얼큰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인을 향한 눈빛이 애틋하여 내 인기척 소리만 들어도 반기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더욱 반겼고,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지켜보며 참견을 한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이 오면 어찌나 짖어대는지 주인인 내가 민망할 정도다.

특히 택배 기사에게 유난히 짖었다. 어떤 택배 기사는 너무 짖어대는 한라를 보고 “너는 나를 본 횟수가 얼만데, 아직도 나에게 그렇게 짖어 대냐!”며 서운한 기색을 비쳤고, 어떤 택배 기사는 한라의 왕왕 짖는 것을 무시하고 마당으로 들어오려다 물릴뻔하여 택배물을 한라에게 던지고 달아나기도 했다. 한날은 택배차가 왔는데 한라가 매우 조용했다. 마당에 나가보니 택배기사가 한라에게 빵을 주며 회유하고 있었다. 한라의 표정이 웃겼다. 내가 이 빵을 받아먹고 넘어가줄까? 아니면 거부하고 옛 방식을 고수할까? 머리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 녀석! 빵은 챙기고 회유는 거부했다. 지금도 한라는 택배기사와 냉전 중이다.

반면에 동물들에게는 엄청 신사다. 특히 작은 동물에겐 더없이 순한 양이 된다. 요즘 한라는 수컷 고양이와 열애중이다. 아니, 짝사랑중이다. 유독 좋아하는 수컷 냥인 하늘에게 일편단심이다. 어떤 때는 내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핥아주고 껴안고 바라본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가끔 수컷 냥이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누워서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나 잡아봐라!” 하며 약을 올린다. 그러면 한라는 사랑하는 냥에게 가려고 어찌나 애걸복걸하는지 주인인 내가 봐도 애절하다.

개와 고양이와 닭들과 여러 해 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 땅의 모든 존재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건강하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한다. 초반 3년 정도는 진돗개 한라 혼자 너른 마당을 차지했었다. 거할 집도 크고, 별도의 쉴만한 별장도 만들어주고, 맛난 사료와 간식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게 해주었는데, 한라의 얼굴은 불쌍할 정도로 우울함이 가득했다. 그러다 차츰차츰 불어난 지금의 고양이들과 닭들(그 사이 수명을 다했다.)에게 자신의 영역을 내어주고 어울려 살게 된 이후부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한라만이 아니다. 나도 함께 사는 동물들 덕분에 활력을 얻으며 산다.

처음 음성에 내려와 사람들과의 연락이 뜸해지고, 만남이 줄어들고, 휴대폰이 하루에 한 번도 울리지 않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소외된다는 것과 뒤쳐진다는 느낌이었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한발 물러났을 뿐인데 내 감정은 바다의 거센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 한번, 기도 한번,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어 문 앞에 앉아있는 진돗개 한라를 바라봤다. 그러면 한라는 다정하고 따뜻한 눈길로 나를 바라봐주었다. 그 눈빛이 마음을 녹여주었다. 8년을 그렇게, 지금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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