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는 만드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여져서 불려진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지역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순대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6세기경 중국 고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나온다. 양의 피와 양고기 등을 다른 재료와 함께 양의 창자에 넣어 삶아 먹었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순대가 전해진 것은 고려와 몽고의 전쟁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순대는 원나라 고서를 통해 육식의 조리법이 고려에 전해져서 유입된 음식이다, 1809년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지은 조선시대 가정 살림에 간한 책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비교적 상세히 소개돼 있다. “소 창자에 쇠고기, 꿩고기, 닭고기를 두드려 온갖 양념과 기름장으로 간을 맞추어 섞은 후 창자 속에 가득히 넣는다. 창자의 두 끝을 실로 맨 다음 솥에 물을 붓고 대나무를 가로지르고 그 위에 얹는다. 여기서 물에 잠기지 않게 해야 한다. 뚜껑을 덮어 뭉근한 불로 고아 익히면 순대가 완성된다”고 적혀 있다. 1800년대 말의 조선후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는 ‘창자를 뒤집어 깨끗이 빨아 숙주, 미나리, 무를 데쳐 배추김치와 함께 두부를 섞거나 각색 양념을 넣고 돼지 피와 함께 주물러 창자에 넣고, 부리를 동여매고 삶아 식혀서 썬다’고 적혀 있는데 오늘날의 순대 조리법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순대는 돼지의 작은창자를 뒤집어 말끔하게 씻은 다음에 선지와 찹쌀, 숙주와 우거지, 두부 등 20여 가지 재료를 버무려서 채워 넣은 후 양쪽 끝을 동여매고 쪄서 익힌 음식이다. 지금의 순대는 한국전쟁 이후 널리 퍼진 음식이지만 순대가 서민음식의 상징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양돈 산업이 규모를 갖추게 된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우리처럼 순대를 많이 먹는 나라는 없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순대국집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순대국은 우리나라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순대와 같이 선지로 만든 세계의 음식들도 있다. 바삭하게 튀기거나 구워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스페인 순대 모르시야(morcilla). 돼지고기와 계란 우유 그리고 빵가루 등을 넣고 만든 프랑스 순대 부댕(boudin). 돼지 피와 오트밀 또는 보리를 넣어 만든 후 구웠을 때 검어지는 영국의 블랙 푸딩(black pudding), 보리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체코순대 옐리토(jelito), 이탈리아 피순대인 비롤도(biroldo)와 부리스토(buristo), 양의 내장에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섞은 선지를 채워 만드는 몽골에도 초투가산 게데스(цутгасан гэдэс), 그 외에도 스코트랜드의 해기스(haggis) 폴란트의 카산카(kasanka) 핀란드의 무스타마카라(mustamakkara)도 순대와 닮은 선지 소시지이다.

순대는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함경도 지방 향토음식으로 대창 속에 돼지 선지, 찹쌀, 배추 우거지, 숙주, 배춧잎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후 찜통에 쪄서 만든 아바이순대, 한국전쟁 때에 함경도에서 강원도 속초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돼지 창자를 구할 수가 없어 오징어에 주식과 부식을 넣어 만든 오징어순대, 찹쌀 대신 돼지고기를 갈아 넣는 개성순대,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에서 양주별 산대놀이가 끝난 뒤 뒤풀이 음식으로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양주순대, 조선시대 이래 죽성의 토속음식이었지만 죽성이 퇴조하면서 인근 고을 용인 백암면 백암 5일장을 통해 전통이 유지 보존되어 온 백암순대, 선지 외에는 고기를 넣지 않고 야채로 채운 충남 천안의 병천순대, 암퇘지의 자궁부위인 ‘암뽕’수육과 함께 먹는 전라남도의 향토음식 암뽕순대, 보리와 메밀과 부추를 넣어 만든 제주순대, 생태의 내장을 빼고 말려서 그 안에 소를 넣은 강릉 원산 일대의 명태순대, 연변조선족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고추순대, 그리고 1960년대 양돈사업육성이후 저렴한 당면을 주재료로 만든 당면순대, 야채와 고기를 다져 두부와 함께 민어 속에 넣고 찐 전라남도 목포의 어교순대까지 재료를 가리지 않고 분화됐다.

순대를 찍어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탕수육을 먹을 때 부먹이냐 찍먹이냐의 갈등처럼 순대를 무엇에 찍어먹느냐는 논란이 되어 왔다.

가장 일반적인 소금 양념장은 고춧가루 섞인 소금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즐겨 먹는 순대 양념장이지만, 지역으로 구분하자면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와 천안 지역에서 먹는 방법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순대를 초장에 찍어 먹는다. 서울경기권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장 생소한 방법이다. 그러나 순대와 초장의 결합은 생각보다 맛이 있다. 칼칼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초장에 순대를 찍어 먹으면 아무리 맛없는 순대라도 마법처럼 순대가 맛있어진다. 경상도 사람들은 순대를 막장, 또는 쌈장에 찍어먹는다. 막장은 된장, 고추장, 마늘, 사이다 등을 섞어 만든 양념으로 쌈장보다 더 묽고 노란빛이다. 막장에 순대를 콕 찍어 먹으면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독특한 조합에 자꾸만 손이 가는 매력이 있다. 막장이 없을 경우는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충청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즐겨 먹는 순대 양념장은 새우젓이다. 순댓국에 새우젓을 넣어 먹으면 더 맛있는 것처럼 순대를 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순대를 간장에 찍어 먹는다. 제주도는 벼농사가 힘들어 찹쌀이 귀했기에 보리나 밀로 순대를 만들다보니 다른 지방보다 순대가 뻑뻑한 편이어서 소금보다는 간장을 선호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온라인상에서는 순대에 무엇을 찍어 먹을 것인지에 대해 논쟁을 해왔다. 댓글 창에 전쟁이 유발될 때도 있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순대를 찍어 먹는 지역별 특색을 비하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사실, 순대는 뭘 찍어먹어도 맛있다. 이렇게 다양한 양념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만큼 여러 선택권이 제공된다는 의미이다. 어느 것을 찍어 먹어도 좋은데 싸워서 무엇하겠나? 서로 먹는 방법이 다르다고 헐뜯거나 비웃지 말자. 그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