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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에 찾아온 친구
이계선  |  628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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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년 01월 25일 (토) 19:50:00
최종편집 : 2020년 05월 14일 (목) 11:58:13 [조회수 :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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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현해춘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구정에 등촌형님에게 세배드리러 뉴욕에 오겠데요 “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내가 침실로 들어와 잠든 나를 깨웠다. 해춘이가 온다구? 미국 오는길에 잠깐 들리는게 아니라 오직 돌섬을 찾아 심중야화(心中夜話)를 나누고 싶다구?

“유붕자원방래하니 불혁락호아(有朋自遠妨來. 不奕樂好)라ㅡ벗 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해춘은 나의 친구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50년 넘게 우정을 다져온 친구다. 인생 80을 살아온 나에게 유일한 친구다. 그런 그가 멀고먼 한국에서 찾아온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공자의 붕우가를 읍조리면서 내 마음은 55년 전을 찾아가고 있었다. 감신을 1년다니고 군대를 다녀온 나는 영등포구 등촌동에 있는 나사렛신학교 3학년에 있었다. 나는 신학교 강당에서 토요일저녁마다 중고등부 설교를 하고있었다. 어느날 뒷좌석에서 설교자를 노려 보고 있는 낯선 얼굴이 보였다. 작은 키에 큰얼굴이 꼭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얼굴”처럼 보였다. 도청을 당하는 기분이라서 유쾌하지 않았다. 예배가 끝나면 물어보자. 폐회기도를 끝내고 눈을 떠보니 그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왔다가 몰래 사라져버리는 그는 누구인가 ? 그런식으로 얼마가 지났다. 예배를 끝내고 앞으로 나가려는데 도둑고양이가 그대로 빳빳이 서있는게 아닌가? 게 섯거라, 이놈 잘 만났다! 하려는데 그가 먼저 달려와 덥석 내손을 잡는 것이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번에 나사렛신학교에 입학한 현해춘이라고 합니다’

그때  털어놓은 해춘의 고백. 그 해 봄날 그는 나사렛신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르려고 상경했다. 시험이 이틀간이라 시골 수험생들은 학생기숙사에서 하루 밤을 .묵어야 했다. 재학생 2명이 사용하고 있는 방마다 수험생 2명씩 끼워넣어 아주 불편했다. 해춘이가 내방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밤10시가 되어  취침에 들어갔는데 두명의 입학생은 잠아 오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닥거리다 아예 일어나 심야토론을 벌리다가 나에게 들킨것이다.

“야, 너희들이 얼마나 안다고 시끄럽게 심야토론이냐. 그렇게 똑똑하면 뭣하러 학교에 왔어? 우국충정 사해동포 집어치우고 잠이나 자!”

대갈일성에 놀란 그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2명의 수험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 산책하나 보지.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나의 불호령에 질려버린 그들은 자는 척 하다 일어나 야반도주를 한것이다.

‘이계선이가 뭐지? 지가 뭔데 그렇게 오만하고 안하무인일까?’ 그때부터 해춘학생은 내뒤를 추적한 모양이다. 내가 중고등 학생부설교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설교를 몰래 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이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현해춘 그는 나보다 4살 아래다. 나이 덕분에 나는 공짜로 형님이 됐다. 공부실력 목회 대인관계 모든 면에서 그는 나보다 앞선다. 난 엉뚱했고 그는 착실했다. 난 나사렛신학교를 졸업한 후 진학은 커녕 세미나 참석도 거부하는 유아독존이었다.

해춘은 그렇지 않았다. 집을 도서관으로 꾸미고 책을 읽는게 아니라 연구독서를 즐긴다. 선교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학구파다. 그의 최대 장점은 무서운 독서력과 독해능력이다. 난해한 심리학 철학 역사학의 고전들이라도 그의 손에 잡히면 끝내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성서연구를 책으로 펴낸 저술가다. 고등학교시절 일화. 무섭기로 소문난 교감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단체기합을 주는데 해춘학생앞에 와서는 “자네 자네” 했다는 것이다. 교단감독과 나사렛대학교 이사장을 지냈다. 등마루교회를 개척하여 교단 굴지의 대교회로 만들고 은퇴하였다. 그는 나사렛의 큰바위얼굴이었고 나는 돌맹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동키호테와 산초처럼 잘 어울려 다녔다. 대화가 잘됐다. 시 항상시비조였다. 현목사의 부인 김남선 사모

 “아유, 두분은 맨날 만나기만 하면 싸우네요”

 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가 된 나는 오류동넘어 시골항동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해여름방학에는 한 달 내내 우리 교회에서 같이 지냈다. 시골방 두칸을 터서 미닫이로 막은 가정교회는 한 달간 행복했다..아내의 회상.

“신혼초라서 한 달 동안 매일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렸어요. 그런데 안 잡숫는거예요. 그럼 해춘도령님이나 들어요. 그랬더니 덥석덥석 어찌나 잘 먹던지 얼굴색이 뽀얗고 몸에 살이 통통쪄 보이더라구요. 한달후, 남편에게 당신은 왜 안 먹었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고기를 싫어하는 신선체질이라나… 결혼하고 한 달이 넘도록 남편식성도 모른채 고기를 구워 댄 게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고기를 맛있게 먹는 저와 해춘학생을 보고 흐뭇해 하는 남편을 보고 행복했지요”

여관신세로 말하자면 우리부부가 해춘목사댁을 찾았다. 이민생할에 지친 아내가 병든 몸으로 4개월동안 한국에서 지냈다. 일 안하고 쉬는 것만 치료법이다. 아내의 남동생이 서울에서 산다. 시부모님과 7남매들이 모두 내 집에서 산다. 그런데도 아내는 현목사 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편하기때문이다.

이민오기전 우리는 월요일마다 삼각산을 찾았다 멀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있을때는 한주간을 묵어가기도했다. 신학교시절 이런소문이 돌기도..

“배은수의 수제자는 이계선이요 이계선의 수제자는 현해춘이다”

나사렛신학교에 배은수 교수가 계셨다. 일제시절 연희전문을 나온 백락준 박사의 수제자, 이화여전에서 강의하다 신익희 정인보 배은수 3인이 정론 일간지 자유신문을 창간했던 분이다. 나사렛신학교에서 문학과 역사를 가르치셨다. 인격이 대단하여 조용한 미소로 상대를 압도하는 서구형 신사다. 안춘근 현해춘 이영식를 비롯하여 따르는 힉생들이 많았다. 내게 신학교를 중단하고 친구 백철이 학장으로 있는 중앙대학교에가서 문학을 공부해 보라고 하셨다. 내가 고사(固辭)하자 이번에는 역시 친구 정비석 소설가를  직접 소개해주시기도 했다.

내가 이민와서 어쩌다 소설가로 등단하고 글을 쓰게 된 것이 모두 선생님에게 받은 감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민 오셔서 뉴저지로 그분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 그때 아파트 현관에서 만난 미국인이 “누구냐?”고 묻자 “나의 친구라’ 답하신다. 내가 놀라서 “친구가 아니라 사제지간입니다. 이분은 신학교시절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이셨답니다.”했더니  다시 미국인 “그렇다면 아주 훌롱한 친구이군요”하는게 아닌가’ 난 그때 마음속으로 4살 어린 해춘이가 형님형님하는 친구인 것처럼 20세 위가 되는 배은수 선생님도 친구가 되는 구나! 배은수 이계선 현해춘은 3인친구다. 유비 관우 장비가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친구다..

그런데 배은수선생님은 15년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현해춘 목사가 유일한 친구다. 구정이 되니 고향생각 절로난다. 고향에 가고 싶다.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어제밤에도 나는 고향에 내려가 국민학교 동창들을 만나는 꿈을 꾸었다, 구정이 되면 외지로 나갔던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온다. 난 파킨슨병으로 비행기타고 여행할수 없어 향수에 젖어있다. 현해춘 목사가 뉴욕에 온다니 기쁘기 한량없다.

현해춘! 자랑스러운 내친구.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 현해춘 목사. 그 현해춘 목사가 오는 23일 돌섬에 온다. 글을 끝내려는데 101세를 사시고 하나님 나라로 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들려온다.

“열 친구 사귀지 말고 한 친구 버리지 말라”

“예 어머니 나는 한 친구만 있으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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