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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어 못 쓰게 된 銅鏡을 닦고 닦는 마음으로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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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12월 31일 (화) 11:42:45
최종편집 : 2020년 01월 20일 (월) 02:12:14 [조회수 :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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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어 못 쓰게 된 銅鏡을 닦고 닦는 마음으로

 

지난 주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퇴직교수 몇이 만났는데, 헤어지고 그날 저녁 그중의 한 명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필자의 절친이다. 이번에 지금까지 해온 학문을 마무리하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낮에는 분위기에 맞지 않을지도 몰라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젊은 학자들 못지않게 연구에 매진해 오고 있었는데, 이번의 책으로 기나긴 연구생활을 마무리한다 했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자신의 전공에 있어 일가를 이룬 친구이다.

그러나 친구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은 필자로서 아쉬운 점이었다. 주위의 크리스천들에게서 받은 인상이 그를 그리 만든 것 같았다. 아마 필자도 그에겐 동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낮에 만났을 때 성경을 읽었다 했다. 그 메일의 회신을 보냈기에 여기에 공개해 본다.


또 하나의 대역사를 이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인생의 가을을 맞은 황금빛 들녘의
묵직하게 영근 벼이삭이 연상됩니다.
흐뭇해하는 ○형의 얼굴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훌륭한 책으로 출간되길 바랍니다.

성경을 읽으셨다는 말씀에 기뻤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형의 부정적 생각이
가실 것이라 기대가 되어서이지요.

지금 기독교는 세상의 비난거리가 되었는데,
그런 비난을 들을 때면 나 같은 사람 때문에 기독교가
욕을 먹는 거라는 생각에 우울한 기분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인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니지요.
나를 포함한 많은 기독교인이 나쁜 것이지
기독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나도 지금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새로 신약성경의 첫 책 마태복음부터 읽기 시작한지 6개월이 가까운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데다가 가끔 자료도 찾아가며 읽다보니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 2020년에는 구약까지 1독을 할 생각인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신약성경에는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 4:16)라는
말씀이 있는데, 나는 요즘 이에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겉 사람 때문이 아니라 속사람 때문이지요.
겉 사람 곧 육체는 동물에게도 있으나
속사람인 내면 즉 영혼은 인간에게만 있지요.
그러니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나는 이에 힘입어 녹슬어 못 쓰게 된 銅鏡을 닦고 닦는 마음으로
속사람을 새롭게 해 보려 나름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신앙이거든요.

성경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은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속사람의 뼈가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입니다.
말씀이 肉化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말씀이 지식으로 머리에만 머물 뿐
육화까지는 되지 못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더욱 노력만이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나는 ‘더불다’라고 하는 말을, 아니 그런 현상을 좋아합니다.
그런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생각뿐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슬픕니다.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노력만은 해 보려고 합니다.
말 하나를 해도 남이 싫어하는 말은 되도록 절제하고,
내가 듣기 싫어도 참고 들어 주려는 노력, 잘 되지 않겠지만
하여튼 좀 더 분발해 보려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 들면 하루 종일로도 모자랄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2020년은 ○형께 있어 좋은 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못난 친구 임종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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