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영종도에서 발생한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 있었다. 인천 영종도의 한 마트에서 32살 아버지가 12살 아들과 사과 6개와 우유 2개를 훔치다가 붙잡혔다. 홀어머니와 어린 두 아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30대 가장인 아버지는 당뇨와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되면서 실직한 후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그날도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먹지 못한 상태로 배고픔을 못 참고 음식을 훔쳤다.

“너무 배가 고파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잘못을 시인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마트주인은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하며 용서했고, 경찰관은 배를 곯은 두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근처의 나주곰탕집에서 사비로 따뜻한 곰탕 한 그릇을 사주었다. 이들이 식당에서 곰탕을 먹고 있을 때, 어느 한 60대 남성이 나타나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과 함께 20만 원의 돈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 이후에 익명으로 성금과 물품을 전달한 수많은 시민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독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어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오늘은 훈훈한 이야기에 걸맞은 설렁탕과 곰탕에 대해 나눠볼까 한다.

설렁탕과 곰탕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있다. 곰탕은 고기를 장시간 고아서 국물을 우려낸 음식인 반면 설렁탕은 뼈를 고아서 국물을 우려낸 음식이다. 재료를 비교해 본다면 곰탕은 양, 곱창, 양지머리 따위의 국거리를 넣고 고아서 끓인 국이고 설렁탕은 소머리, 내장, 족발, 도가니, 뼈다귀 따위를 넣고 푹 끓인 국이다. 물론 칼로 자르듯이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고기를 넣고 끓여 먹던 곰탕, 즉 곰국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에서 먹은 음식임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곰국 끓이는 법으로 소의 다리뼈, 사태, 도가니, 꼬리와 양, 그리고 전복과 해삼을 큰 솥에 넣고 물을 많이 부은 후 푹 고아야 맛이 진하고 국물이 뽀얗다고 하면서 이를 고음(膏飮)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면 곰국 끓이는 재료들은 모두 비싸고 좋은 것이다.

반면 값이 싼 소 잡뼈로 끓인 설렁탕은 서민층에서 먹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전서보다 100년 이상이 늦은 1929년에 발행된 ‘별건곤’이라는 잡지에는 설렁탕이 하층계급이 주로 먹는 경성의 별미라고 소개해 놓았다.

곰탕과 설렁탕은 우리 전통음식이 분명하지만 중국과 몽골에서도 우리가 먹는 곰탕과 거의 같은 음식을 먹는다. 따지고 보면 곰탕은 몽골인들이 즐겨먹는 슐르(shul)에 기원을 두고 발전한 우리 음식이다. 슐르라는 고깃국은 고기를 양파와 함께 끓여 먹는 음식으로 고기 육수와 뼈 국물이 우러나와 뽀얀 색인데 여기에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이렇게 뼈를 우려서 국물을 먹는 조리법은 전형적인 유목민족의 고기 조리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를 침범한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곰탕이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인들이 중국을 점령하고 고려를 침범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에 몽골의 전통고기 조리법을 퍼트린 것이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의 전통음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2010년부터 4년 동안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1년 반 동안 야간책임자로 일했던 곳은 뉴욕에서 가장 큰 설렁탕집이었다. 밤새도록 소뼈를 끓여 뽀얀 국물을 내는 과정들을 매일 경험했기에 이 음식이 얼마나 정성스런 음식인 줄 잘 알고 있다. 뜨끈한 국물은 특히 겨울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곰탕을 사주었던 그 경찰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 중에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서 나타난 그의 따뜻한 마음이 오랜 시간 정성으로 끓인 뜨끈한 곰탕과 닮았다. 설렁탕과 곰탕을 먹을 때 마다 현대판 장발장에게 은촛대 대신 곰탕을 선물한 이 경찰관이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