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해 관심을 갖으면서도 있는 곳을 몰라 ‘수박풀’꽃을 만나기까지 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해는 ‘시기’를 놓쳐 열매만 보았구요 작년에는 ‘시간’을 놓쳐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수박풀을 만났습니다. 드디어 올 여름, 길을 가다 분홍색 꽃이 화려한 노인장대를 보고 차를 세웠는데 그곳에 수박풀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햇살이 비추기를 한참 기다려 활짝 핀 수박풀을 만났습니다.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입니다. 관상용으로 들여왔는데 지금은 들로 나가 잡초 취급까지 받고 있습니다. 수박을 닮아 ‘수박풀’이라 이름을 붙였다 하네요. 온 몸에 하얀 털이 나 있고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피는데 오후가 되면 입을 닫아버립니다. 씨앗을 품고 있는 투명한 꽃받침의 줄무늬가 매력만점이지요. 한여름 뜨거울 때 꽃을 피우는데 꽃모양이 닥풀이랑 닮았고요 무궁화랑 비슷한 듯도 합니다.
 
꽃이 피고지다 열매가 맺힐 때쯤에는 키가 꽤 커집니다. 비록 속은 비었으나 커다란 열매를 가누기가 힘들어 보일만큼 줄기는 튼튼해 보이지 않고 그 짧은 시간만 피었다 지는 꽃은 꽃잎이 여리기 이를 데 없습니다. 수줍은 건지 성질이 급한 것인지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잠시 보여주는 꽃!! 그 짧은 시간에도 수정되어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열매가 꽃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