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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 징글! 즐겁지 못한 크리스마스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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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12월 23일 (월) 21:20:33
최종편집 : 2020년 01월 20일 (월) 02:10:12 [조회수 :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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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82년생 김지영’이 화제였다. 그 작품이 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일까? 현실을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깊이 파고 드는 것 만큼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없다. 이 시대 기독교가 왜 욕을 잡수시나? 현실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의 거리를 좁힐 줄 모르기 때문에 ‘기복 추구’라는 샤머니즘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해서  현실감을 느끼게 하려고 한다. 전광훈이 광화문에서 개거품을 무는 것조차도 정권을 빼앗긴 고통이라는 그들 나름의 현실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유를 설치하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 삶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단다. 현실감 있는 교황이 점점 마음에 든다.

예수가 태어났다는 것이 21세기에 사는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떤 어버이가 곱게곱게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 혼사를 치르기 위해서 얼마 남지 않은 논밭까지 다 팔아 거덜이 났다고 생각해 보자. 딸이 그런 부모의 마음도 모르고 사내 만나서 시집간다고 기뻐 날뛰기만 한다면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일일까?

크리스마스란 따지고 보면 하나님이 자신을 내던져 인간세계에 내려와서 깨지고 터지다가 종당에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인생으로 태어난 날인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자기를 공(空)의 상태, 무(無)의 상태로, 허(虛)의 상태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2,000년 전에도 그랬듯이 예수가 태어날 곳은 아름다운 성가대의 찬양소리가 울려 퍼지는 교회당이나 장엄미사가 드려지는 거룩한 성당이기 보다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기 저기 전쟁과 기아와 폭압 때문에 고통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곳일 것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서구문화는 유(있음)의 범위를 너무 좁게 잡아서 무(없음)의 범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수의 태어남은 무의 존재인 하나님이 유의 존재인 인간으로 태어나심을 의미 하지만 있음의 가장 작은 존재인 마굿간의 아기로 탄생한 것이다. 내 영혼이 마굿간이 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는 세일하는 백화점 같은 시끄러운 장터일 뿐이다.

80년 대 중반 독일에서 공부를 하며 목회를 하던 동기생 교회가 빈민활동을 하는 나에게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의 선교비를 보냈다. 그가 일시 방문했을 때 자체운영도 어려운 유학생 중심의 작은 교회가 어떻게 나에게 선교비를 보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베를린 교회에서 전도를 하는것이 아니고 빈민을 조직화, 의식화 시켜서 스스로 권리를 찾게 나의 활동을 놓고 점심 먹고 토론이 시작되어 저녁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비록 독일로 유학을 온 지성인들이 모인 교회라도 한국교회의 평균 보수지수(?) 대로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지만 그 때까지의 자기 목회 경험 중 가장 뻐근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목회에 위기를 느끼면서까지 교인들에게 지평을 열어주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 다음에 베를린 교인 중에 한 분이 일시 귀국길에 내가 일 하는 빈민촌에 직접 찾아와서 세밀하게 감사(?)를 하고 가셨다. 가실 때 그 분의 반응이 무척 아리송했는데 그 해 연말 크리스마스에 온 교인들이 한 가지씩 선물로 꾸린 소포를 보내왔다. 내 생애 가장 귀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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