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Shark's Fin)은 말린 상어 지느러미를 걸쭉하게 끓인 중국 전통 요리다. 샥스핀은 중국 명나라 때 요리용으로 처음 문헌에 등장했다. 중국에서 아프리카까지 긴 항해를 했던 명나라 함대가 동남아 해역을 지나던 중 식량이 바닥났는데 원주민들이 상어를 잡아먹고 버린 지느러미를 끓여 먹은 이후 중국인들의 식탁에 등장했다고 한다. 명나라때 이시진이 저술한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상어의 등과 배에는 지느러미가 있는데 맛이 풍부해 남쪽 사람들은 귀하게 여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제비집, 전복과 함께 중국 3대 진미로 알려진 샥스핀 수프는 중국에서 부와 건강의 상징이자 최고급 보양식으로 여겨져서 설날이나 결혼식에 먹어야 하는 음식이기에 전 세계 샥스핀의 95%가 중국, 대만, 홍콩에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최고급 자양강장음식으로 알려진 명성에 비해 영양가는 실망스럽다. 상어 지느러미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이다.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e)과 시스테인(Cysteine)이 결핍된 불완전 단백질로 완전 단백질을 함유한 생선, 달걀, 우유 등에도 그 영양가가 미치지 못한다.

샥스핀의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상어의 멸종위기이다. 샥스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1년에 많게는 1억 마리의 상어가 죽임을 당해 현재 상어 465종 가운데 11종이 ‘심각한 멸종위기종’, 15종이 ‘멸종위기종’, 48종이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바다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의 멸종은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원인이 된다.

두 번째 문제는 상어포획방법이다. 일명 샤크피닝(Shark finning)이라 불리는 이 포획법은 바다에서 상어를 포획한 뒤 살아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만 도려낸 채 그대로 상어를 바다 속에 내버리는 방식이다. 부레가 없는 상어는 지느러미로 헤엄을 치는 동안에만 호흡이 가능한데 지느러미를 잃은 상어는 바다 속에 가라앉아 질식하면서 엄청난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왜 상어고기는 버리고 지느러미만 잘라내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 상어의 몸통 고기는 맛과 상품성이 없어서 kg당 50센트에서 1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지느러미는 품종과 부위에 따라서 kg당 최고 840달러까지도 거래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샥스핀수프는 12만 원 정도의 고가로 판매된다. 한 그릇의 샥스핀을 위해서 한 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만 잘린 채 쓰레기처럼 버려져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샥스핀은 중국인들의 상어지느러미 수프 사랑이 초래한 잔인한 학살음식이다.

이 샥스핀이 또 한 번 언론에 올랐다. 12·12 군사반란 40주년인 지난 목요일(12일) 군사구테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주범인 전두환과 전 3공수여단장이었던 최세창과 전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등 반란의 주역들이 압구정동의 한 고급식당에서 자축기념만찬을 벌인 것이다. 1인당 20만 원 이상이었다는 그날의 만찬 메뉴 중에 샥스핀이 있었다.

1997년 군사반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확정 받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전두환과 당시 쿠데타를 함께 공모하여 유죄를 받았던 이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고 근신하고 자숙해야 할 날에 함께 모여 만찬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이다. 전두환이 학살의 대표적인 음식 샥스핀을 먹는 모습을 생각해보니 학살자인 자신의 생애와 참 어울리는 메뉴라는 생각이 든다.

멀쩡히 골프를 치면서도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전두환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 상어의 지느러미에는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처럼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독성물질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이 고농도로 축적돼 있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 핑계 대는 전두환이 자신을 위해 먹어야 할 적절한 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목사들이 샥스핀을 먹을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대접받을 기회가 있더라도 사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