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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착한 사람
박효숙  |  hyosook0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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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12월 10일 (화) 18:14:12 [조회수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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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아주 슬픈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는 내담자를 종종 만납니다. 사기를 당했거나 부도를 맞은 경우, 큰 사고를 당했거나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 조차도 마치 세상을 관조한 듯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지나간 이야기라 이미 초월해서, 혹은 상처가 치유되어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느끼는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의 불일치’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 즉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 불행을 불행으로 느끼지 않아 잠깐의 평안을 누리지만, 행복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다른 감정도 활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느끼는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이 계속 마음 속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면, 문제는 좀 심각해집니다.

느끼는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의 불일치는 위기의 상황에서 감정의 노예가 되게 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자신보다 약자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터무니없이 짜증을 부리고, 아랫사람이나 부모에게, 자녀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억압된 공격성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기비하나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금은 피해자인데, 곧 가해자가 된다는 현실입니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자녀가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이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도 모르게, 아무 죄의식 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부모인, 우리들의 대부분은 자기 안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죄악시 여기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울면 안 돼, 화내면 안 돼’ 가 육아 원칙이었고,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 라는 노래로 협박하며, 울 수조차 없는 감정 없는 아이로 키워졌습니다.

하라는 대로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이고, 시키는 대로 해야 칭찬을 받았습니다. 이런 원칙은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비합리적 신념이 바탕입니다. 이를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부릅니다.

이런 기준이 고착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삶에 얽매이게 됩니다. 스스로 힘든 것을 감수하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워 자신의 본 마음을 숨기고,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착한 아이로 살아갑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착한 아이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어른을 '착한 어른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여 봅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생각없이 나이를 먹으면 ‘착한 어른 콤플렉스’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순서입니다.

삶에서 관계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려면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습니다. 적당한 관계는 그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인 자신이 스스로에게 나쁜 사람이라면? 그래서 매사에 기쁘지 않고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면?

자신을 가치롭게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을 자존감이라고 하는데, 착한 사람이 되려다 보니 정작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은 무시해버립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게 됩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지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삶의 방향과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는 쪽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은 이기적이 되어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착한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습니다. 상대의 허물도 부족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와 자신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진짜 착한 사람.

가끔은, 너무 기쁜 나머지 엉엉 울어버리고, 너무 기가 막힌 슬픔에 너털웃음을 짓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이제 부터라도 슬픈 일은 슬픈 표정으로, 기쁜 일은 기쁜 눈빛으로, 진실한 마음을 담아서 표현하는 훈련을 해보면 어떨까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진짜 착한 사람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효숙목사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목회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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