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감리교회 첫 성도 한용경 이야기 

노종해(CM리서치)

1. 한용경의 간증

▲ 한용경 선생

     나는 일지기 외무부에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교사인 아펜젤러가 정동에서 살며 영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1년간 공부했습니다. 선생의 활동과 매너를 볼 때 그리고 그가 의로운 사람인 것과 그의 행위가 바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무언가 위대한 교리를 배워 따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전에 나는 천주학에 대해 들었으나 그 활동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여러 가지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동료 친구들이 “스크랜튼 선생이 우리에게 준 이 신약성서를 봐”라고 말했습니다. 그 것은 예수교 책이었으며, 그들은 모두 “우리는 그것을 배우지 않겠다”며 학교를 떠날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선생에게서 나쁜 행동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나는 친구들에게 그 책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의미는 잘 모르지만 나쁜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보고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나는 아펜젤러 선생과 그 문제에 대해 의논했고, “신덕통론”이라는 책 하나를 더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거기에는 공자의 가르침이 들어 있었고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의 업적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과 스크랜튼 선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활동을 본 일들로 인해서 나는 그 책들의 의미를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의사 선생은 밤낮으로 불결한 종기와 위험한 질병을 가진 거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마치 육신적인 친구인 것처럼 그들을 모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으며, 그 밖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해에 그가 장님에게 눈 하나를 이식했다는 소식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조선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들이 그 의사 선생님만 같다면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믿겠다”고 했습니다. 예수께서 능력을 베풀어 널리 병든 자를 고치시고 기적을 행하셨던 것입니다! 점차적으로 사람들은 감명을 받아 감사를 표했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전에는 굳은 믿음을 갖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보고 내 마음이 내부로부터 움직였습니다. 나는 잠시라도 하나님의 선하심과 예수의 업적을 잊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내 육신이 약하고 특별히 내게는 성숙한 믿음이 없습니다. 또 이전의 더러운 습관이 되살아나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직업과 사업 중에는 의사가 가장 으뜸인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내 말이 아니고 세상사람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조선에 그 의사선생처럼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우리 마음은 자연히 열릴 것입니다.

(필자 주); 이 글은 1895년 10월 9일 한국 개신교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발표된, Wm Scranton의 ”Historical Sketch of the Korea Mission of Methodist Episcopal Church"(The Korean Repository, Vol 15. 1898. pp256-269)의 발표문 중에서 “한용경”의 간증 부분을 초역하였습니다.

▲ 정동의 스크랜튼의 시병원(1)과 사택(2)

2. 초기 전도인 한용경은 누구인가?  

▲ 한국 최초 통역관 양성 관립 외국어 학교-"동문학"(1883)-수업모습

    한용경 씨는 청주 사람으로, 외교와 통산업무를 관장하는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에서 양반자제들을 입학시켜 통역관으로 양성하는 “동문학”(同文學,1883년8월1일 설립)의 학생이었다. “동문학”은 한국 최초 관립 고등교육기관으로 통변학교(通辯學校)이였다.

     또한 1885년 선교 초기부터 선교사들의 어학선생과 특히 스크랜튼의 “시병원”에서 통역 등 조사로 활동한 분으로, 정동에서 가을(10월)부터 “첫 규칙적인 주일예배“와 ”성경공부“ 모였을 때도 눈여겨보고 지켜 보며 참여한 분이다.

     1886년 ”동문학“이 폐교되고 ”육영공원”이 설립(1886년9월23일)된 때부터는 배재학당에서 1년 영어를 더 배우며, 선교사들 특히 스크랜튼 박사의 희생적 사랑에 감동하고, 그 사랑이 기독교 교리에 있음을 깨닫고, 한문성경을 받아 공부하며 “예수 믿기로 결심”하였다. 1887년2월6일 주일에는 아펜젤러를 찾아가 신앙고백하고 세례를 자진 간청한 분이다.

     당시 선교사들은 세례 베풀기를 주저하였는데, 이는 직접선교로 인하여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는 선교의 기회를 잃고 박해나 받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에서였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인들의 신앙이 더 굳고 용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일기"(1887년3월14일)에서 Mr Han(한용경)의 세례를 기뻐하며, "한국인들이 죄로부터 구원 받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 하며 기록하고 있다. 즉,

"오늘저녁 한씨가 부활 이야기가 사실인지에 관해 물었다. 그로서는 죽은 사람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 이상하였다. 정말 그럴 만하다! 무덤에서 일어나신 그분이 직접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권능을 드러내셔서 죄로부터 그들을 구원하셔야 한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분이 하시지 않으면 안 된다. 오! 많은 이들이 오게 하소서!"(H.G. Appenzeller, "Diares" 14 March 1887.)

▲ H.G. Appenzeller, "Diares" 14 March 1887.

    결국 한용경 씨는  1887년10월2일  주일저녁에 아펜젤러 선교사로 부터 세례받은 두번째 세례인으로 첫 한글 세례예문으로 한국말로 세례를 받았고, 그후 전도인으로 활동하였다. 첫번째 세례인은 박중상이였다. 아펜젤러 일기에는 첫번쩨 세례인과 두번째 세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1887년7월24일, 10월11일)

"오늘나는 내 집에서 우리의 첫번째 개종자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의 이름은 박중상이다. 우리 학교 학생이며 진지하고 지적인 젊은이 이다..., 나는 완전히 주의 손으로 그에게 세례를 주었다. 주의 손 안에서만 그가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교회에 오기를 바란다. 그는 언약의 사람이다."(H.G. Appenzeller, "Diares" 11 July 1887.)

▲ H.G. Appenzeller, "Diares" July 24, 1887-"박중상"

 "10월2일 주일 저녁에 우리 집 안방에서 또 한 명의 한국인 세례자가 탄생했다. 내가 세례를 준, 두번째의 한국인 세례자이다. 우리 학교 학생인 그의 이름은 한용경이다. 나는 세례식을 이 나라 말로 번역하여 그에게 한국말로 세례를 베풀었다."(H.G. Appenzeller, "Diares" 11 Oct 1887.)

▲ H.G. Appenzeller, "Diares" Oct 11, 1887-"한용경"

     한용경 씨는 1887년10월2일에야 세례 받았으며, 스크랜튼의 병원에서 통역하며 전도활동을 하고 있는 첫 한국인 전도자로 ”권사“.(현, 장로)이였다 1887년 11월에 부인을 잃었는데 그의 친구들의 소개와 권유로 25세의 과부인 박씨를 알게 되었고, 한용경 권사는 1888년3월14일 정동교회에서 결혼한 최초 기독교인 부부이며, 첫 한글 혼인예문으로 결혼한 기독교  첫 가정이 되었다.(rch)

▲ 전도인 한용경 권사(뒷줄 좌측에 서 있는 이)

3, 나가는 말

 한국 기독교회의 최초 교회인 정동교회에 예배처(Chapel)가 형성된 것은 1885년 가을(10월)이었고, 선교처로는 배재학당, 이화학당, 정동병원, 정동부인병원, 종로서점(대동서시)이었다. 이러한 예배처의 지도자(전도인)을 양성키 위해 별도의 건물(가옥)을 마련한 때가 1887년 10월 9일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구역회가 조직된 때는 1889년 12월인 것이다. 정동구역회가 조직될 때는 복음이 이미 서울지역 뿐 아니라 제물포와 평양지역으로도 확산되 나가던 때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선교사들과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연구하고 밝혀졌지만,한국교회가 주역이며 밑거름이 된 평신도 지도자, 본처 전도인에 대해서 밝혀진 사실이 극소하다.

    아펜젤러의 1885년부터 1887년까지 "일기"(Diaries)만 보아도 한국인 구도자, 조사(Helper), 전도인, 등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으며, 초기 성도들이 누구인인 알 수 있다. 이들은 최초 한국 감리교회 성도들이 되었며,정동교회의 최초 교인이었다.  평신도 지도자, 본처 전도인들이였다. 아펜젤러의 "일기"에 표기 된 한국인 성도의 명단(1885-1887년)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즉,

   이정인, 송씨, 신씨, 장지영, 박중상, 김씨(주사), 한용경, 이용섭,김영찬, 최갑길, 유치겸, 윤돈규, 김명옥, 박승면, 문세익, 이무영, 송귀영, 문경호, 노병일, 조명은, 박윤섭, 김창식, 최병헌, 정인덕, 노병선, 노광옥, 민찬홍, 이경직, 양흥묵, 윤창열씨 등이다. 또한 여성 전도자로서는 김사라, 노수산, 메미례, 이슬비씨 등이다.

    한국선교 초기에 복음을 받아들인 이분들이 평신도 지도자로, 전도인으로써 실제로 정동구역의 각 예배처와 선교처에서 직접 선교 활동을 맡아 수고한 분들이며, 전도인으로 평양, 인천, 수원, 공주 등 전국으로 복음을 확산시키며, 교회를 일으킨 주역들이다. 초기 한국 감리교회 역사 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 역사를 위해서도, 서울 지역 초기 성도들에 대한 심층 연구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rch)

▲ 황제알현을 위해 예복을 갖춘 아펜젤러와 조사들-좌측에서부터, 유체겸, 조한규, 송헌성

▲ 초기 전도인 권사들(장로)-뒷줄좌측, 김창식, 한용경, 노병일, 유치겸, 최병헌, 김창범

▲ 한국선교연회(1900년)-첫 한국인 전도인 목회자들. 곳:정동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