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 찾아 드는 시월 어느 날

춘천에서 ‘국제 바이블 컨퍼런스’가 있어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자기도 서울 가는 길이라고 내 차를 좀 태워 달라는 분이 있어 그러마 했더니 차도 좁은데 자기 손님을 데리고 큰 트렁크를 두 개나 가지고 와서 간신히 끼어 앉아 내 손님에게 매우 죄송하였습니다.

경기도 포천까지 그분의 손님을 데려다 주고 그리고 강동구에 그분을 내려주고 오느라 하루 종일을 꼬박 허비하였지요. 게다가 집에 오니 그 분의 땀에 쩔은 노동복이 차 뒷좌석에 하나 뒹굴고 있고, 그 주머니에는 코를 푼 종이가 잔뜩 들어 있어요. 해서 쓰레기통에 버릴까하다가 혹시나 하고 치우지 않았더니, 며칠 후에 그 옷을 좀 가져다 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힘들다고 했더니, 강남에 있는 파고다 학원 지하주차장 텔레비전 있는 방에 갖다 두면 자기가 찾아간대요.

시간 절약을 위해서,

일은 새벽 어둠을 헤치고 서둘러 강남역 근처 파고다학원 지하 주차장을 찾아가 맡기려하니, 주차장 관리인이 그런 사람 모른다고 받아 줄 수 없대요.

이유는 전에도 누가 무얼 맡긴 후 잃어 버려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옷 주인에게 급히 전화를 하여 사정을 말했더니 그때까지 잠을 자다가 잠이 덜 깬 음성으로 받으며 그래도 그냥 거기다 두고 가랍니다.

이른 새벽부터 맡겨주지 않겠다는 주차장관리인과 옥신각신하다가 간신히 옷을 텔레비전 있는 방에 두고 왔습니다.. 서울 가기 바쁘다고 사정하여 차 한번 태워주고 이렇게 많은 마음고생을 할 줄이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와 그리고 그의 부인에게 영장이 발부되어 수감되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결과를 대통령이 무능하여 사퇴를 막지 못하고 영장발부를 저지하지 못하였다고 대통령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건 잘못된 생각이지요. 과거 독재시대의 대통령이라면 몰라도 민주주의적 자유주의의 토대를 쌓아가는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의 권력으로 법을 무시할 수 있나요.

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퇴와 영장발부를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런 올바른 처사야말로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정직한 대통령이라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진보적인 생각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지요. 그런 생각은 진보가 아니라 진부한 생각이지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옷을 맡겨 놓으라고 부탁하는 사람이나,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을 불평하는 사람처럼,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뿐만아니라, 자기 자신도 혼란스럽게 됩니다.

착하고 지혜스럽지 못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자신이 착하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 생각하고, 자신은 변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