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9년 10월 09일 (수) 23:01:50 [조회수 : 448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1226년 10월 3일, 기독교 2천 년 역사상 가장 그리스도를 많이 닮았다고 상찬받는 성 프란체스코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세속적인 권력까지 손에 쥔 교권주의자들이 주님의 교회를 망가뜨려 놓고 있을 때, 그는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가난의 영성’을 주창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성자 프란체스코’에서 프란체스코가 아직 세속적인 생활에 몰두하던 어느 날 꿈에 다미아노 성자를 만났던 일화를 들려준다. 

성인은 누더기를 걸친 채 맨발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프란체스코가 성인에게 천국에 계신 것 아니냐고, 천국에도 눈물이 있냐고 물었다. 다미아노는 천국에도 눈물이 있다면서 그 눈물은 아직도 지상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말한다. 성인은 이어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속히 잠에서 깨어나라면서 말한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여.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네. 그리스도께서 위험에 처해 있으니 어서 일어나게.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네의 등으로 떠받치게. 온 교회가 나의 작은 예배당처럼 퇴락하고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되고 있다네. 교회를 일으켜 세우게!”

프란체스코는 그것을 하늘의 부름으로 받아들였고 이후의 그의 삶은 무너진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바쳐졌다. 하나님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비웠기에 그는 자유로웠다. 앎에 대한 천박한 호기심과 남보다 크게 보이고 싶은 허영심을 버리자 신적 사랑이 그의 속을 가득 채웠다. 하나님은 상한 갈대 같은 그의 속에 숨결을 불어넣어 하늘의 소리를 발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마음에 접속된 채 바라본 세상은 신비 그 자체였다. 그는 태양을 형님으로 달을 누님으로 부른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심지어 무정물까지도 하나님을 찬미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새삼 그가 그리워지는 것은 ‘가난의 영성’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현실이 암담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교회됨은 규모에 있지 않다.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사용 가능한 재정이 넉넉할 때 사람들은 자기를 과대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크기의 신화에 속절없이 굴복한다. 하지만 크기와 영성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추문거리가 된 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교회성장 신화에 몰두하면서부터이다. ‘성장‘이 암암리에 지상과제가 되는 순간 예수 정신은 스러지기 십상이다. 본(本)과 말(末)이 뒤집힐 때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교회 밖 사람들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각 교단의 총회가 열리는 가을이 참 괴로운 계절이 되었다. 교회는 욕망을 중심으로 맴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초월의 빛을 비추어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따라서 각 교단 최고 의결기관에서는 그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역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장벽을 쌓는 일에 몰두하거나, 자신들이 제정한 헌법을 특정한 교회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왜곡한다. 토라는 재판할 때에 가난한 사람이라 하여 편을 들지도, 힘 있는 사람이라 하여 두둔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친다. 공의와 정의의 토대가 무너지는 순간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성찰적 지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사람들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정화할 능력을 상실할 때 종교는 쇠락기에 접어든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본 한 장의 사진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 산맥에 속한 해발 2700미터의 피졸산 정상 밑자락에 검은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빙하를 애도하는 장례 의식을 치르기 위해 모였던 것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님을 창조주라고 고백하는 이들이라면 피조물들의 신음소리에 어떻게든 응답해야 한다. 

세상이 점점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혐오와 적대감의 언어가 늘어나고, 공감의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땅 끝에 서 있는 이들이 많다. 교회는 그들의 설 땅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자족하는 신앙을 넘어서야 한다.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교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기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5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14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02:17:14
모든 종교는 그 말씀안에서 천국과 지옥을 간다.

지구가 천국과 지옥이다.

내가 나를 보면 세상에서의 나는 죽었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12:47
성 이상한 자 = 돌연변이 = 진멸.!!!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19:13
12G 세상이 있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31:14
이단 종교 = 그들만의 말씀에서 천국지옥 간다 = 그대로 두라.!!!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35:44
영생+구원=하나님의 의중에 있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38:33
전지전능한 하나님 앞에 사탄마귀는 게임에 티끌만한 무기.!!!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3:54:27
각 모든 사람이 하나님이고,1G 통치자 하나님이 계신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4:00:19
겸손하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간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7:04:30
전지전능을 묵상하라.!!!
리플달기
0 0
최티끌 (110.70.47.136)
2019-10-12 17:13:58
성경, 우주도 티끌이다.!!!
리플달기
0 0
최티끌 (175.223.33.149)
2019-10-11 10:17:19
교만만 없어지면.!!!
리플달기
0 0
김경환 (222.100.38.174)
2019-10-10 22:33:35
유괴벨스(유시민) 式으로 해석하면... 목사가 올라서는 만큼 교회는 무너지고...
1. 자신들이 제정한 헌법을 특정한 교회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왜곡하는 이유

목사가 하나님의 대리인이라고 믿는 자들에게 목사가 공공연하게 세습을 원한다고 요구할 경우 세습에 반대할 것인가? 하나님의 대리인인 목사에게 반대할 것인가?

목사의 말씀을 거역하는 건 大逆罪에 해당되고, 세습에 반대하지 않는 건 감내할 만한 羞恥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예장통합의 경우 세습에 반대하지 않고 수치를 감내하고라도 묵인하는 신도가 70%나 되었다.

평소에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인이라고 강조했는데, 하나님의 대리인이 세습을 묵인하라고 지시한 것을 평신도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목사들이 평신도와 같은 신분이 되지 않는 한 이러한 코미디는 계속 될 것이다.

2. 교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목사 절대왕정을 강제로 무너뜨리거나, 목사 스스로 평신도의 지위로 내려오거나...
리플달기
0 2
김경환 (222.100.38.174)
2019-10-10 22:37:33
하나님의 대리인인 목사를 거역할 순 없다는 교회 식의 왕권신수설을 벗어나지 못한 현상!

교계의 현실은 교권투쟁, 물신숭배기도 위주의 신도확장운동, 행동 없는 현란한 말씀 등의 외형성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도덕군자 교인(목사)가 교권투쟁하지 말자, 물신숭배하지말자, 행동 없는 말씀은 죽은 설교다, 세습은 옳지 않다, 동성애도 허용하자... 떠들기 시작하면 이들 주장이 선점한 명분 때문에 정면으로 거부하지 못하고 교계가 질질 끌려간다.

교회 기득권자들이 그 사상이 좋아서가 아니라 흐름상 어쩔 수 없어서... 명분상 거부할 수없는 자유, 평등, 박애로 들고 일어섰다가 왕권신수설의 뿌리 깊은 관습에 굴복하여 나폴레옹 아가리에 자유, 평등, 박애를 갖다 바쳤듯이... 프롤레타리아 천국을 만든답시고 두派로 갈려 싸웠는데, 룩셈부르크의 ‘노동자 평등주의’보다는 레닌의 ‘노동당간부 우위주의’를 택한 것도 왕권신수설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실례이고... 김일성의 대선배인 인민무력부장인 최용건이 사회주의는 핏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본천황을 받들던 북한지도부에게 남아있던 왕권신수설의 잔재 때문에 노동당원들이 일제히 김일성의 손을 들어주어 김일성의 핏줄론이 힘을 얻어 김정일이 화려하게 등극한 실례가 있다.

세습하지 말자. 동성애도 허용하자. 물신숭배하지 말자 등등은 명분도 그럴싸하고 구호도 요란하고 하여 교인들을 현혹(?)시키기에 여기에 넘어가는 교인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명분과 구호를 실천할 <물적, 정신적 바탕>은 견고하지 못하다. 설사 여기에 넘어간 교인도 <목사=하나님의 대리인> 즉 왕권신수설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의 대리인의 손을 들어준다. 세습하지 말자, 물신숭배하지말자 등등은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세습하지 말자!>와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인!>이 충돌하는 순간 명성교회의 예에서 보듯이 70%가량의 교인이 세습을 허용할지언정 하나님의 대리인인 목사를 거역할 순 없다는 교회 식의 왕권신수설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舊敎의 비리를 척결한다고 新敎가 일어났는데 지금 현재 舊敎가 新敎보다 더 번창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조계종 총무원장이 맨날 비리를 저질러도 부처님의 자비 앞에서는 그 비리조차 묵인되는 현실이다. 총무원장의 비리가 불편한 자들이 방송 등에 나가서 백날 떠들어보아야 비슷한 무리들로부터는 박수를 받겠지만 대다수 불자들로부터는 별 감흥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승려가 비리를 좀 저질렀기로서니 그가 나에게 복을 준다!’는 믿음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기독교를 사랑한다면 기독교에 남아있는 왕권신수설의 잔재인 <목사=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은근한 압박으로부터 미련한(?)신도들을 해방시켜주는 운동부터 벌여야 할 것이다. <목사=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기득권을 가진 채 <세습 불가>라고 떠들어봐야 별 효과가 없다. 목사가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엉터리를 가지고 세습 불가만을 떠들어봐야 세습 못하는 목사만 바보가 될 뿐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인이 아니고 평신도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노동당 간부가 아닌 평노동자가 독재를 해야 한다.

평신도나 평노동자가 個교회나 노동당 내에서 목사나 수령보다 큰 소리 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만 진정한 교회이고 진정한 사회주의이다. 이렇게 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테르미도르의 반동과 연이은 반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리플달기
0 1
김재규열사 (67.135.148.12)
2019-10-17 02:43:06
목사는 하나님의 대리인이 아니고 평신도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빤ㅅ,,우리의 전광훈 목사는 다르다!
리플달기
0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