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선교사의 의식구조 1
박효원  |  hyo1956@yahoo.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9년 10월 04일 (금) 02:04:52
최종편집 : 2019년 10월 10일 (목) 23:25:46 [조회수 : 379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런 질문을 해 보자. 미국으로 이주하면 누가 나를 반겨줄까? 유럽에서 먼저 이주해 온 백인일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왔던 흑인일지, 아니면 중남미에서 온 히스패닉일지? 답은 누구도 아니다. 반겨줄 이 없이 각자 피눈물 나게 앞날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생각 속에는 백인이 내 편이고 나를 보호해 주리라는 착각이 있다.
무엇이 그런 착각을 갖게 했을까? 단연코 프로파간다(propaganda) 때문이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한국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프로파간다는 우리 속에 꽉 이식되어, 이념 아닌 이념이 됐다. 이 세상 어느 강대국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지키고 보호한단 말인가? 자신에게 이로우니까 상대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 개신교인들의 생각은 한술 더하다. 미국이 개신교 국가로 불리니, 한국 개신교인들은 자신들을 미국 교회와 불가분리로 여긴다. 더 나간 개신교인들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세계를 복음화할 나라는 미국이므로, ‘세계 복음화를 위해 미 지도자를 선교사로 만들자’는 따위이다. 정말로 그런 꿈을 실현하겠다고 내 주일학교 선생님은 미국으로 갔고, 어떤 선교사는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전도한다고 했다. 얼마나 열매를 맺었는지 물어보지 않아 결과는 모르겠다.

해링턴(Fred Harvey Harrington, 1912-1995)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위스컨신 주립대학 총장이었다. 그는 역사학자였다. 1937년 뉴욕 대학교에서 쓴 학위논문을 책으로 냈는데, 제목이 ‘하나님, 맘몬 그리고 일본인’(God, Mammon and the Japanese)이다. 부제를 붙였다. ‘호레이스 알렌 박사 그리고 1884부터 1905까지 한국과 미국의 관계’(Dr. Horace N. Allen and Korean-American Relations 1884-1905).
알렌은 한국에 장로교 선교사로 오자마자, 1884년 갑신정변 때 칼 맞은 민영익을 살린 것을 계기로 어의(御醫)가 됐고 왕의 고문이 됐다. 고종의 명령으로 와서 최초 서양 병원인 광혜원(후에 제중원)을 세웠다. 서울대학 병원과 세브란스 병원은 서로 자신의 전신이 광혜원이라 주장한다. 여기까진 좋다. 선교사 알렌은 곧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금광채굴권을 미국인 사업가에게 넘기는데 관여했고, 철도부설권에 따낸 다음 일본에 되팔아 많은 이익을 취했다. 1890년부터는 주한 미국 공사관 서기로 시작해서 공사까지 됐다. 일본의 한국 지배가 확실해지는 시점부터는 친일파 세력을 도왔다.
알렌은 처음에 신실한 기독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길래 의사인 그가 머나먼 한국에 선교사로 왔지 않았겠는가? 해링턴은 알렌이라는 인물을 추적하면서 한국과 일본과 미국의 관계를 말한다. 선교사와 외교관으로, 자신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한, 반대로 말하면 한국을 뜯어먹은, 알렌의 추악한 행적을 바탕으로 삼국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나는 오래 전 해링턴의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선교사인 지금도 알렌을 반면교사 삼아 반성한다. 우리가 얼마나 이익에 눈이 어두운지를, 민족과 국가 단위를 뛰어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대국에 당하는 약소국 사람들이 내 관심 속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반성한다.

1945년 9월 7일 세 포고문에서, 맥아더는 한국 국민에게 명령했다. “자신이 지휘하는 승전군은 오늘 북위 38도선 이남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the victorious military forces of my command will today occupy the territory of Korea south of 38 degrees north latitude.) 둘째 포고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질서 교란자는) 군법에 의해 ‘사형’이나 법정이 정한 벌을 받을 것이다.” (Any person who…shall, upon conviction by a Military Occupation Court, suffer ‘death’ or such other punishment as the Court may determine.)
이유야 어떻든, 미국은 승전군으로 일본을 대신해서 통치하러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국이 한국을 해방시키러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믿는다. 프로파간다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나아진 한미관계는 미국이 선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민주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라스베가스에서 한인연합감리교회 전국 코커스 모임이 열렸다. 그 자리에 기감 파송 몽골 선교사들이 초청 받아 왔다. 오래 전 기억이라 다 기억하지 못하나 줄거리는 생생하다. “몽골 선교가 몽골 정부 때문에 어려워졌다.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이 몽골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 미국정부에서 몽골 기독교 선교를 위해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 미국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 희망이 있다.” 선교보고는 이런 내용이었다.
선교 보고를 듣고 토를 다는 목회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그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참담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힘을 믿는 것인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모르겠다. 한국에서 선교지로 간 선교사가 미국의 힘을 자신 선교의 중요 요소로 삼는가? 현대 한국인, 특히 나를 포함한 한국 개신교인은 미국의 힘을 선한 것으로 믿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저런 말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행히도 몽골 선교사의 말은 한국 선교사의 의식을 대변한다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한국 선교사는 이상하게도 뒤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는 힘을 미국으로 여긴다. 말로는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를 말하지만, 이상한 힘이 하나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왜 그리 비판적이냐? 어찌 됐건 하나님의 은혜로 선교는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항변하면 할말 없다.

선교지에서 새삼 생각한 것들이 적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구원파 교회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도 있고 유비에프(UBF)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성경을 가르친다. 한 명씩 열심으로 전도한다. 그들의 성서 해석은 자의적이고 유치한 데도 러시아 사람들이 넘어간다. 그들에 비해서 미국 기성교단이 세운 한국 기성교회, 미국 신학을 접하고 자란 소위 정통 개신교 목사들은 걸핏하면 미국 얘기다. 잘라 말하면, 성서 하나로 승부를 못 거는 것이다.

공산주의 시절 베트남 유학생들이 많이 왔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인들은 베트남인들을 매우 깔봤다. 공산주의 종주국이 소련이고 베트남은 원조를 받는 나라였던 까닭이다.
교인들에게 몇 번 내 생각을 말했다. “여러분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나를 따르는가? 내가 인도하는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하는가? 내가 베트남에서 온 선교사라도 따르겠는가?”
복음에 살고 복음에 죽어야 한다. 풍요와 힘을 의지하고, 미국을 배경 삼아 선교하면 안 된다.

박효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6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