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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극약처방!
최용우  |  9191a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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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9월 18일 (수) 15:43:54
최종편집 : 2019년 09월 18일 (수) 15:47:56 [조회수 :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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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그림(인터넷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극약처방

으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아내가 한 밤중에 일어나 불을 켜고 파리채를 휙 휙 휘두르며 칼싸움을 한다. 한 참 방바닥을 두들겨 패면서 “무..물렀어.. 나 물렸어..” 파리채 밑에는 산산히 부서지고 조각조각 분해된 지네가 있었다.
나는 화장지로 지네를 싸서 밖에 내다 버렸다. 아내의 오른쪽 종아리에 마치 주사 자국처럼 물린 자국이 나 있었다. 오래된 집이다보니 가끔 겁도 없이 벌레들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전에 나도 지네에게 물린 적이 있다.
지네에게 물리면 소량의 독이 몸 안으로 투입되어 ‘극약처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독의 양이 많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지만, 아주 작은 양은 오히려 몸속의 여러가지 통증을 없애 주는 약이 된다고 한다.
아내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더니 돈 안들이고 ‘극약처방’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물린 부분이 마치 뽀얗게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너무 이쁜 복숭아여서 살짝 만져보고 싶었지만, 한대 맞을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산상기도 -주여! (사진: 함께 산에 간 다른분이 찍음)

수도사

가끔 누군가에게 내가 누구인지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에 대해 작가이니 시인이니 전도사이니 이러쿵 저러쿵 소개를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나는 수도사(修道士)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고려수도원에서 여러 과정을 마치고 ‘재가수사’라는 직분을 정식으로 받았다. 그러나 과연 내가 날마다 수도를 하면서 진짜 수도사처럼 사는지 생각해 보면 차마 나를 수도사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내가 수도자인 것을 자각할 때는 아침에 이불을 갤 때뿐인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이불을 네모 반듯하게 각을 잡아서 갠 다음 단정하게 정리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수도자가 하루 중 가장 먼저 몸으로 하는 수도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얼치기 수도사 흉내가 아니라 진짜 수도사가 되고 싶다.

   
쿠우쿠우 초밥(사진:최용우)

가족식사

큰딸 생일이라 온 식구들이 쿠우쿠우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오래 전에 선배 목사님이 한 말씀이 잊혀지질 않는다.
“나는 평생 목회를 하면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 해서 후회가 없는데, 딱 한 가지는 정말 후회가 돼. 그것은 ‘가족 목회’를 실패했다는 거야. 어느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인들 심방하느라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는데 딸이 그러더라구. 아빠 저도 심방해 주세요.”  선배 목사님은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가족들끼리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 기억도 없고 여행을 한 기억도 없고...
열심히 목회하느라 가족들을 챙기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목회 잘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사님 가정은 '역기능 가정'이 되어 있어 상담대학원에 들어가 늦은 나이에 공부를 했지만, 돌이킬수는 없었다고 한다.
“최전도사는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족들이랑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족목회 잘 해... 나중에는 옆에 가족들 밖에 안남아..”
음... 열심히 가족들이랑 밥 먹어야겠군.
가족식사를 할 때마다 그 목사님의 슬픈 표정이 떠오른다. ⓒ최용우   http://cy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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