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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 실미원의 신 집사 부부하나님과 동업하는 농사꾼
이일배  |  6_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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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0월 06일 (금) 00:00:00 [조회수 : 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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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무의도를 찾아갔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이 작은 섬에서 만난 사람이 신집사 부부이다. 짐을 펜션에 놓고 밤바다를 구경하러 실미해변에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실미원이라는 농장 팻말을 보았다. 주인이 신가였다. 집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혹시 예전의 신 집사 아닌가 해서 물어 보려고 들어섰던 것. 마침 한 쌍의 젊은 부부와 할아버지 한 분이 연잎 자르는 일을 마치고,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 연잎따기
내 나이 또래의 부부에게 혹시 신 집사가 아니냐고 하니, 웃음만 짓는다. 하지만 그도 신가이고 형제교회 형제라고 반긴다. 그 부부는 우리보다 서너 살은 아래로 보였다. 신 집사의 아내는 서울 잠실에서 20년 전 무의도로 시집 왔다고 한다. 말수가 적은 그 남편과 실미원을 일구면서 매우 행복해했다. 뜻밖에 믿는 가정을 만나 반가웠고, 연잎 차와 포도효소와 찐 밤도 대접받았다.

이튿날 서울에서 청년들 여나무 명이 봉사하러 온다고 해서 우리도 포도밟기 행사에 동참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정이 취소되어 연잎을 따고 연잎차를 만드는 과정만 지켜보았다. 특이한 것은 그들은 큰 함지박에 연을 수경재배하는 거였다. 일반 재배보다 연잎이나 꽃도 작게 피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보며 식물들도 생각을 하며 산다고 믿는다고 했다. 연잎을 따 주니 연대에서 하얀 즙액이 뽀글뽀글 공기방울과 더불어 올라왔다. 연대에 차 있는 공기를 빼주고 쌀뜨물 같은 즙액이 상처를 치료하고 병과 벌레를 예방하는 자구책이라 하니 놀랍다. 마치 그것이 사람의 백혈구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육지의 뽕나무처럼 연도 뿌리나 꽃잎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무척 긴요한 연이구나 싶었다.

이 집은 하나님과 동업하는 농사를 한다는데,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안 치는 무농약 농법으로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한다. 풀과 곡식을 함께 키운다고 했다. 풀은 밑둥을 낫으로 잘라만 준다고 하니, 노동력이 많이 줄 것 같다. 땅은 풀 뿌리 때문에 흙이 보송보송해지고 수분을 훕수해 흙마름도 막아 준다니, 꿩먹고 알먹는 발상이다. 하찮은 미물도 자기가 살만한 곳을 용케 알고 스스로 그리로 찾아 들어온다며 기염을 토했다. 농약을 쳐 살기 어려우면 생물들은 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 나도 정년 후에는 이런 농업을 배워 실천하고 싶었다.

연잎을 따면서 신집사는 똥파리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누군가가 들판에 똥을 싸놓고 가면, 똥파리 한 마리가 먼저 날라와 알을 까놓는다고 한다. 또 다른 똥파리가 날라와 그 똥을 정찰하고는 먼저 온 놈이 깐 구더기가 충분히 먹고 남을 양 만큼의 똥인지 헤아린단다. 구더기가 충분히 먹을 만한 똥의 양만큼 알을 까 놓는데, 그 양이 적으면 결코 알을 까지 않는다니, 똥파리의 농사법도 하나님에게서 배운 지혜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인간이 파리만도 못하다고 하는데, 그런 영역이 어디 한두 가지랴?

집사람은 나올 때 포도효소 한 병을 샀다. 값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들의 노고에
   
비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했다. 신 집사가 안구 건조증으로 고생하다 완치한 경험담은 인공누액을 달고 사는 집사람에게 복음처럼 반가웠다. 사람들이 그리운지 그 자매님은 농사를 통해 체득한 산 지식들을 샘물처럼 쏟아 놓았다. 잠시나마 좋은 벗들을 만나 기뻤다. 길도 가깝고, 믿음도 같고, 사람들이 듬직해 보여, 틈나면 자녀들도 데려와 무농약 농사 체험을 해 보고 싶었다.

200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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