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모른다. 부정적인 영향도 긍정적인 영향도 말의 위력이란 대단하다. 실망 가득한 이에게 희망적인 말이 그를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된다. 희망 가득한 이에게도 절망적인 말 한 마디가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쓸어넣기도 한다.

[따듯한 하루]가 보내 온 메일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의 멀리뛰기 선수 밥 비먼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비먼은 올림픽 결선에 오를 정도의 실력은 있었지만 금메달 유망주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이 유력한 비먼의 경쟁자들은 동료였던 1960년 금메달리스트 랄프 보스턴과 러시아의 자랑인 이고르 테르 오바네시안이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두 번이나 무효 판정을 받았던 비먼의 최고 기록은 8.33미터로 그들과 경쟁할 정도도 아니었다.

세계 최고 무대인 올림픽이기에 그의 압박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을지 몰라 몹시 불안하고 초조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초조하게 서 있는 비먼에게 그의 동료였던 랄프 보스턴이 다가가서 귓속말로 뭐라고 말했다.

보스턴의 이야기에 눈빛이 달라진 비먼은 망설임 없이 멀리뛰기를 위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비먼이 점프하고 내려오는 순간, 경기장에는 경악에 찬 침묵만이 감돌았다. 비먼이 측정기의 측정 한계를 훨씬 벗어나 착지했기 때문이다.

심판들이 줄자를 가져다 기록을 재어보니 비먼의 기록은 무려 8.9미터였다. 그리고 이 기록은 그때로부터 무려 23년이 지나서야 깨질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그가 경기한 장면은 20세기의 스포츠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5가지 장면 중 하나다.

비먼이 이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 내기 전 두려움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보스턴이 뭐라고 했을까? 당시 보스턴은 비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망설이지 말고 공중으로 최대한 빨리 뛰어올라. 지금 너의 다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이 순간 너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우며 너의 마음엔 날개가 달려 있어. 비먼, 그것을 이용해 지금 힘껏 날아오르라고!“

그날 밥 두려움에 떨고 있던 비먼이 들은 말은 랄프 보스턴의 진심어린 격려의 말이었다. 긴 말도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격려한 한 마디 말, 그렇다. 그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기록을 낳았다. 말 한 마디가 이렇게 긍정적 위력을 갖는다.

부정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를 떠난 어떤 성도가 ‘교회를 안 나가는데도 목사가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했다는 말이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참 억울한 말이다.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고 전화를 몇 번이나 했다. 안 받아 문자까지 남겼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피하곤 그런 말을 했다니. 그럼, 만나거나 전화통화가 되었으면 다시 교회에 나올 것이란 말인가. 분명 아니다. 그러면서 그런 뒷말을 한다. 속으로 ‘아니면 되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힘이 죽 빠진다. 말 한 마디, 잘해야 한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