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분주한 2학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막상 학교에 가니 즐겁게 생활합니다. 늦잠을 자던 습관도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아침 8시가 넘도록 잠을 자다가 황급히 일어나 세수를 하고 감기는 눈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작은아이의 분주함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합니다. 느슨해진 여름방학을 뒤로하고 다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학교생활에 아이들이 순탄하게 적응해 주기를 바랍니다.

   큰아이는 여름 방학 내내 글을 썼습니다. 지난 학기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올 한 해 글을 써서 책도 만들고, 시나리오와 대본을 만들어 분교 아이들과 학기말에 연극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큰아이를 위해 선생님이 준비한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조엔 롤링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큰아이는 나름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막상 글을 쓰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기고 결국 16쪽 분량의 단편소설을 써냈습니다. 이제는 시나리오를 쓰고 대본을 쓰는 작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한 쪽이 조금 넘는 이 칼럼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제법 긴 글을 써 낸 큰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글쓰기가 힘든 어느 날에 큰아이는 “아무래도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라며 “가수가 되는 건 어떨까요?”하고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가수가 되는 길에 대해서 동심을 파괴할만하게 자세히 설명하자 “그것도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세상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없는 걸까요?”하고 실망한 눈치를 보였습니다. 저는 세상에 쉽고 재미있기만 한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스스로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려움이 와도 극복하며 지속해 나갈 수 있는지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힘들다고 일하지 않고 먹고 놀기만 하는 것도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더니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니 단편소설이 완성되기를 기다리신 선생님의 지도로 수정·보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큰아이는 새벽 한시까지 혼자서 잠들지 않고 글을 쓰기도 했고, 저녁 글쓰기가 힘든 날에는 새벽 여섯시에 혼자 일어나 글을 수정했습니다.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집에 있는 책들을 보며 목차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저나 남편이 글의 내용을 보기라도 할까봐 누군가 근처로 다가오면 보지 못하게 손으로 가렸습니다. 큰아이의 몇 방울의 눈물이 녹아 있는 단편소설은 그렇게 써졌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저는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저는 궁금한데 큰아이가 쑥스러워 절대 보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래도 책이 만들어져서 출판되면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최선을 다해서 쓰기만 하면 된다.”는 저의 위로에 큰아이는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걸요? 글쓰기를 하면서 확실하게 느꼈어요!”하고 답변했습니다. 아마도 최선을 다하는 것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다 싶어도 또 더 할 수 있고, 이제 됐다 싶어도 다시 또 한 걸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아름답지만 두려운 말입니다. 국어사전에 ‘최선’은 ‘온 정성과 힘’이라는 뜻이고, ‘다하다’는 ‘어떤 것이 끝나거나 남아있지 않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 정성과 힘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도록 다 사용할 때 ‘최선을 다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큰아이는 글쓰기에서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습니다. 때론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는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힘겨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함’은 제가 도달할 어느 지점이 아니라, 도달할 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발견합니다. 저는 믿음도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믿음의 완성은 저에게 푯대이고 저는 그것을 바라보며 매일의 삶을 걸어갑니다. 어디까지가 완성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같은 점은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믿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이것이 최선이고 이것이 믿음의 완성’이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내 이웃이 걸어가고 있는 그 믿음의 길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같은 푯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오늘 하루, 쉽게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가 걸어가고 있는 매일의 삶에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