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까지 3년 걸렸습니다. 대전에 계시는 분의 사진을 통해 ‘나도여로’를 알게 되었지요. 꽃은 한여름 제일 뜨거울 때 산 정상에 몇 송이만 핀다고 했습니다. 그 산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산이었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는 소문이 자자했지요. 무엇보다 길동무를 찾지 못해서입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알게 된지 만 3년 만에 그 산을 올랐고 맘에만 넣고 있었던 그 꽃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백합과면 알뿌리인데 어찌 척박한 석회암바위 틈에 사는지 참 신기합니다. 북방계 식물이라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고요. 올랐던 강원도 그 산이 나도여로가 사는 최남단이라 합니다. 멸종위기종 희귀식물로 1급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잎은 가느다랗지만 힘있어 보이고 그보다 더 가느다란 꽃대를 올려 아래서부터 꽃을 피웁니다. 차분한 노란 빛이 살짝 스며있는 여린 녹색의 꽃은 처음 만난 저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두 번쯤, 세 번쯤 만나면 생김새에 대해 차분히 얘기할 수 있으려나요.

여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나도~나 너도~가 붙으면 원래의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나도여로’는 그 생각을 깨뜨려줍니다. 나도여로란 말이야..그 당당하고도 힘찬 외침이 아름다운 겉모습뿐만 아니라 넉넉한 자생지의 확대로도 이어지길 빕니다, 카메라를 메고 밧줄에 의지해 오르내리며 만났던 곱고 맑은 나도여로를 생각하니 아직도 어깨가 뻐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