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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자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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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8월 03일 (토) 09:22:13
최종편집 : 2019년 08월 03일 (토) 09:22:45 [조회수 :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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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사와 만나 명함을 한 장 받았다. 앞뒤로 빼곡하게 위원장, 회장, 위원 등등 수많은 직위가 씌어있다. 명함 한 장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직위들이었다. ‘00교회 목사’면 되는 것 아닌가.

목사가 목사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을까. 그 목사는 목사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온갖 교계와 사회의 감투를 쓰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목사의 사역을 해야 하기에 필요한 직함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모두 가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사를 벌거벗겨 보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났다. 그런데 이는 꼭 그 목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장로도 평성도도 이런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적잖다는데 한국교회의 비극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겉치장을 매우 중요시하며 살고 있다. 겉으로 볼 때 그럴싸하면 이렁저렁 넘어가는 세상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는 꽤나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옷차림을 했느냐에 따라 평가될 때가 많다.

이런 일은 물질만능주의와 맞물려 호황을 누리는 한국적 사상의 기조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은 겉보기만 중요시했던 것들이 터지는 인재인 경우가 많다. 멋만 생각하고 허술하게 지은 건물은 당연히 시한이 못 되어 무너지게 되어있다.

명함에 학벌과 직함을 여럿 넣으면 넣을수록 알아주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세상을 휘감고 있는 한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은 그 무게를 더하기만 할 것이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인간의 중량이 저울질되는 세대, 얼마짜리 옷을 걸쳤는가에 따라 판가름 나는 미인도, 교회의 성도 수에 따라 목사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는 세대, 이제 더 갈 데 없는 곳으로 오도된 가치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행복한 부부 세미나’에서 울먹이며 간증하던 어느 목사님 내외의 진실한 말들이 생각난다.

“나는 우리 목사님을 다른 사람과 비교했습니다. 제가 잘못된 거죠.”

“전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이젠 달라질 것입니다. 지켜 봐 주십시오.”

가식이나 감추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있는 그대로의 간증이었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용기다. 가면과 허울은 쓰면 쓸수록 하나님과 멀어진다.

먹을 것이 없어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건축술이 낙후하여 다리가 붕괴하거나, 배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가면을 벗으려 하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는 부조리와 속임의 가면을, 인간은 허울 좋은 명함으로 가려진 가면을, 교회는 성스러운 언어 속에 감추어진 속물적인 가면을 벗어야 한다.

마틴 루터는 바로 이 가면을 벗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요, 우리에게 그것을 단호하게 외쳤던 사람이다. 가면을 벗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손해 날 용기, 직위를 잃을 용기, 기득권을 포기할 용기 등. 우리 모두 이 용기를 갖자.

 

   
▲ 김학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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